“벤치마킹은 지는 경기를 뼈빠지게 하겠다는 것”

  • 최미애,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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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19 08:01  |  수정 2016-08-19 08:01  |  발행일 2016-08-19 제21면
■ 최재천 국립생태원장 인문학 강연
20160819
지난 17일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열린 ‘DAC 인문학 극장의 두 번째 강연자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 ‘통섭적 삶과 거품예찬’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고학력자 넘쳐나는 ‘교육거품’ 걱정할 필요 없어
사회의 골칫거리가 아니라 발전하는 데 도움될 것
요즘 젊은이들 힘든 건 사실이지만
적재적소가 아니라 過材適所 필요
새로운 곳, 나름의 분야서 진짜 기막히게 일했으면”


“자연은 낭비를 선택했습니다. 거품은 이렇게 자연스러운 건데 왜 싫어할까요?”

지난 17일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열린 ‘DAC 인문학 극장’의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선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은 청중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날 최 원장은 ‘통섭적 삶과 거품예찬’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강연은 지난 1월 최 원장이 펴낸 책 ‘거품예찬’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최 원장은 우리 사회에 고학력자가 넘쳐나는 이른바 ‘교육 거품’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 대부분이 박사 학위를 받는 것이 사회의 골칫거리가 아니라 발전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최 원장은 “우리나라 사람 거의 대부분이 박사 학위를 받고 자기 나름의 분야에서 일하면 안될까? 모든 사람이 대학 교수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박사 학위를 받고 소방대원을 하면 소방 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거품예찬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자신이 연구하는 자연의 예를 들었다.

최 원장은 “거북이 딱 정해진 개수의 알만 낳는 것이 아니고, 민들레도 씨앗을 정해진 양만 만들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만 만들면 낭비가 덜했을 텐데 자연이 이렇게 한 것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거품예찬의 연장선에서 ‘과재적소(過材適所)’를 제안했다. 적재적소(適材適所)의 인재는 그 자리에서 맞는 정도의 일을 하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이 힘든 건 사실이지만 적재적소에 맞게끔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능력이 넘쳐나는 곳, 새로운 뭔가가 시작되는 곳에서 진짜 기막히게 실력발휘를 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취업 못하는 취업준비생, 은퇴하신 분들에 대한 이야기로 들릴까봐 조심스러웠다. 다만 언제까지나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어 설익었지만 꺼내놓기로 했다”며 거품예찬에 대한 잘못된 해석을 경계했다.

생명과학자로서 우리나라의 연구개발이 이뤄지는 방식에 대해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남들이 연구하지 않았던 분야인 개똥쑥에 대해 몇십 년간 연구해 지난해 노벨과학상을 수상한 투유유 중국전통의학연구원 교수의 예를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내용의 연구는 연구비를 지원받지 못하겠지만, 이 과학자는 중국과학원에서 연구비를 지원해줘서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는 것.

최 원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연구개발비를 받기 위해 ‘벤치마킹’과 관련된 내용을 신청서에 쓴다. 해외 선진국에서 이렇게 잘 하고 있으니 사례를 전부 조사해서 이 연구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것을 써내는 것이다. 그 말은 뒤집어 보면 ‘독일, 영국 등에서 이미 잘 하는 것을 나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지는 경기를 뼈 빠지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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