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박 셰프의 伊 음식에 빠지다] 이탈리아 특유의 농가민박 ‘아그리투리즈모’…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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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19   |  발행일 2016-08-19 제41면   |  수정 2016-08-19
[지나 박 셰프의 伊 음식에 빠지다] 이탈리아 특유의 농가민박 ‘아그리투리즈모’…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매력
이탈리아 풀리아주의 한 농가 민박 주인인 페페 줄로씨.

일본에 료칸(旅館)이 있다면 이탈리아엔 농가 민박이 있다. 전통 다다미방에 노곤한 피로를 달래줄 노천 온천탕, 주인장의 정성과 손맛이 고스란히 녹아든 가이세키 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료칸여행을 즐기려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단순한 관광의 의미를 넘어 일본인들의 생활 속 깊이 들어가 머물면서 자연스레 그들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점이 바로 료칸의 인기 비결이라 할 수 있다. 흔히 ‘이탈리아판 료칸’이라 불리는 농가 민박 ‘아그리투리즈모’를 체험하기 위해 이탈리아 남부 지방의 풀리아주로 향했다.

곳곳이 와인·올리브·송로버섯 농가였다. 또 소나 양을 기르며 치즈나 버터 등 각종 유제품을 생산하는 농가도 있었다. 말 그대로 농업(아그리)과 숙박(투리즈모)이 만나면서 아그리투리즈모란 이탈리아만의 독특한 관광 상품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로마에서 차로 약 네 시간을 달려 도착한 풀리아주의 한 작은 마을인 ‘오르사라’.

끝없이 펼쳐진 논과 밭 등 고개만 돌리면 모두 굿 포토존이 되는 아름다운 산세로 유명하다. 주인 내외가 마치 시골 외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친숙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아그리투리즈모는 이탈리아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굳이 이곳까지 찾아온 이유는 단 하나. 각종 채소와 곡물 재배는 물론 와인 주조 과정도 둘러볼 수 있고, 올리브유도 짜보고, 직접 수확한 과일로 각종 수제잼도 만들고, 여러 종류의 치즈와 수제 햄, 살라미에 이르기까지 민박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와 다양한 농가체험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이다.

고성(古城)을 개조한 것과 같은 숙소는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나를 단번에 압도하고 감동시켰다. 푸른 정원 한편엔 새하얀 식탁보가 활짝 펼쳐진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아침상이 차려진다. 손수 짠 우유와 담백한 요거트, 치즈는 물론 닭, 오리, 거위, 메추리 등 다섯 가지의 알로 만들어 더 진하고 고소한 계란파이, 알록달록 수제잼에 신선한 과일, 갓 구워낸 각종 브리오슈에 에스프레소의 향긋함까지 더해진다. 천상 여기가 파라다이스였다. 그뿐인가. 산책 후 승마와 수영, 테니스 등의 스포츠 등 스케줄에 따라 다양한 농가 체험 프로그램으로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어느덧 해가 질 무렵, 민박 주인장은 물론 여기를 찾은 다양한 국적의 체험객이 지하 와인창고에 옹기종기 모였다. 다 함께 즐기는 소박하지만 유쾌한 저녁 식사. 오마이갓! 이 충족감을 어떻게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돌아온 뒤에도 한동안 그 농가에서의 추억이 내 몸 속에 누룩처럼 깃들었다. 빠빠베로 오너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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