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접근동기, 회피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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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22 08:14  |  수정 2016-08-22 08:14  |  발행일 2016-08-22 제20면
[행복한 교육] 접근동기, 회피동기

리우올림픽이 오늘 폐막됐다.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도 있고,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한 결과가 기대에 차지 않아 절망하는 선수도 있다.

스포츠뉴스로 결과 보기를 즐겨하는 나로서는 희비가 엇갈리는 그 현장을 TV로 찾아가며 보지는 않지만 짧은 영상만으로도 굉장히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다. 금메달에 연연하는 것은 아니지만,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에서 박상영 선수가 드라마 같은 대역전극을 펼치며 금메달을 딴 것은 지금 다시 봐도 가슴이 뭉클하다. 2015년 초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중상을 입고 1년 내내 재활에 매진하다가 2016년이 되어서야 복귀하니 랭킹은 세계 21위,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승까지 파죽지세로 올라간 기세와 1점만 내주면 은메달로 끝나는 게임을 포기하지 않고 승리로 이끌어낸 끈기와 정신력이 놀랍기만 하다.

그것이 대한민국 펜싱 에페 개인전 첫 올림픽 금메달이며, 116년만의 최연소 금메달(만 20세10개월)이라는 것도 물론 엄청난 일이지만, 그것보다 9-13으로 뒤처진 상황에서 2세트가 끝난 후 잠시 쉬어가는 시간에 관객이 “할 수 있다”라고 소리치자 박상영이 혼잣말로 “그래,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라고 계속 중얼거리며 정신을 가다듬는 20세 어린 청년의 그 모습은 참으로 기특하기까지 하다.

학생들은 모두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다. 그런데 열심히 하려는데 그게 잘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답답하다. 어떤 일을 열심히 하게 만들어주는 마음은 무얼까? 심리학에서는 이런 마음을 동기(motivation)라는 용어로 말한다. 하지만 이 동기라는 것은 단순하지가 않아서 최소한 두 개의 서로 다른 얼굴을 지니고 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혹은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심리학자인 토리 히긴스는 인간의 동기를 접근과 회피 두 가지 차원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접근(接近)동기는 무언가 좋은 것을 얻기 위해, 즉 그것에 가까워지기 위해 열심히 어떤 일을 하는 것을 말하는 반면, 회피(回避)동기는 무언가 좋지 않은 것으로부터 벗어나거나 회피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게끔 만든다.

‘나는 실패를 막기보다는 성공을 만드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다’ 또는 ‘이 일을 잘하면 상을 받겠구나’처럼 접근동기가 상황적으로 강조되는 경우에는 긍정적인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 정보를 받은 두뇌의 특정 부분이 더 활발하게 작동한다. 박상영 선수의 “그래,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라는 중얼거림은 접근동기에 긍정적인 자극까지 가해져 경기 자체가 즐거움을 지향하게끔 뇌를 작동시켰으리라 생각한다.

스스로를 칭찬하기 위한 공부와 부모님께 혼나지 않기 위한 공부는 우열을 가릴 수가 없을 정도로 똑같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해도 그 결과는 매우 다르다. 스스로를 칭찬하려는 공부는 좋은 성적을 받고 난 뒤 ‘기쁨’을 느낀다. 그런데 혼나지 않기 위한 공부는 기쁨보다는 ‘안도감’이다. 부모님의 꾸중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아이는 지금 어떤 공부를 하고 있을까. 행복해지기 위해서?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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