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학식·청결·청렴·검소·신의…“매미의 5덕을 아시나요”

  • 최은지
  • |
  • 입력 2016-08-22 08:29  |  수정 2016-08-22 08:29  |  발행일 2016-08-22 제24면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학식·청결·청렴·검소·신의…“매미의 5덕을 아시나요”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옛날 사람들 ‘덕을 갖춘 벌레’라 여겨
애벌레로 7년 살며 7일 살다간 매미처럼
어려움 견디며 자포자기 하지 말아야

날이 덥습니다. 덥다는 것만으로 표현이 부족할 정도입니다. 그래도 저녁에는 시원해질 법도 하지만 저녁 더위도 낮 더위 못지않게 후텁지근합니다. 오후 내내 틀어놓은 에어컨에 미안하여 저녁이면 창문을 활짝 열고 더위를 즐겨볼까 합니다. 하지만 살포시 잠들면 어김없이 귓가에 끊임없이 머무는 소리가 있습니다. 매미소리입니다. 저녁이면 조용해야 할 매미가 이렇게 요란하게 밤에도 우는 것을 보니 열대야가 맞기는 맞는 것 같습니다. 아울러 사람이 만들어내는 빛이라는 것이 밤도 밤이 아니게 만들어놓은 것에 조금은 화도 납니다. 갑자기 자다 깬 작은 아이가 짜증을 냅니다.

“시끄러워 잘 수가 없어요. 밤인데 매미는 잠도 안 자나 봐요.”

낮이면 매미를 따라 쫓아 다닐 아이가 밤이 되니 제 잠을 방해하는 매미도 미운가 봅니다. 잠에서 깨어 투덜대는 작은 아이에게 말을 건넵니다.

“매미 이야기를 해줄까? 매미는 참 신기한 곤충이란다. 매미는 땅 속에서 3년, 5년, 7년 혹은 13년을 애벌레로 살아가며 나무뿌리 수액을 먹고 살아가지. 그러다 성충이 되면 짧게는 7일 길게는 21일을 살다가 죽게 되는 곤충이란다.”

“매미라는 곤충은 참 힘들게 사는 곤충이네요?” 관심 없어 보이던 큰 아이까지 가세합니다.

“그럼 매미는 땅 위로 나와서 살아가는 짧은 시간 때문에 그렇게 울어대요?”

“글쎄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매미가 우는 이유는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닌 것 같아. 매미가 우는 것은 수놈이 우는 것이란다. 암놈은 울지 않지. 짧은 시간 동안 짝짓기를 하여 알을 낳아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울어댄다고 하는구나.”

두 아이는 말이 없습니다. 아마도 긴 시간 동안 땅 속에서 살다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땅위로 올라와 알을 낳기 위해 그렇게 운다는 것이 무언가 안쓰럽게 느껴지나 봅니다.

매미는 땅 속에서 거의 평생을 지냅니다. 그걸 견디어내야 땅 위로 올라와 탈피를 하고 창공을 날아오르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입장에 대해서 너무 쉽게 비하하거나,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아이들이 지금 처한 어떠한 상황이 정말 최악이라고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포자기가 되거나 안 될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매미는 7년을 넘게 애벌레로 땅 속에서 살아갑니다. 땅 속에서 인고와 인내를 거치면서 매미로 탈바꿈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매미는 크게 울어도 울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힘든 일이 있더라도 조금만 참고 견디면 분명 세상을 향해 크게 마음껏 소리 낼 시간이 올 것입니다.

중국 진나라의 육운(陸雲)이라는 시인은 매미에 대해서 ‘지극한 덕을 갖춘 벌레’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매미에게서 다섯 가지의 덕을 배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첫째가 문(文)입니다. 매미는 머리에 관대가 있으니 문인의 기상을 갖추었다고 하였습니다. 실제로 조선 세종 때부터 임금의 평상복에 쓰던 관을 매미의 날개모양을 본떠 만들었다고 합니다. 둘째는 청(淸)입니다. 매미는 식물이 내어주는 수액과 이슬을 마시고 살아서 청정함을 갖추었다고 하였습니다. 셋째는 염(廉)입니다. 매미는 곡식을 먹지 않고 다른 생명들에게 전혀 해를 입히지 않고 살아가니 청렴함을 갖추었다고 하였습니다. 넷째는 검(儉)입니다. 매미는 일정한 거처가 없이 흙과 하늘, 그리고 나무줄기를 집으로 여기며 살아갑니다. 마지막으로 신(信)입니다. 매미는 여름철에 맞추어 자신의 할 도리를 지키어 울어대니 신용을 갖추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매미는 학식(文), 깨끗함(淸), 청렴함(廉), 검소함(儉), 신의(信)라는 다섯 가지의 덕을 갖추었고 그것을 사람들이 본받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애들아, 매미는 어디로 우는지 아니?” 잠시 생각에 잠겼던 나는 말을 이어갑니다.

“배로 우는 거란다. 입으로 울지 않고 배로 우는 것이지. 다시 말해 온몸으로 우는 것이란다. 왜 온몸으로 우는 걸까?”

“아마도 살아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게 아닐까요? 힘들었다고 그래서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다고. 그걸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 온몸으로 울지 않을까요? 난 하찮은 벌레가 아니라고 외치는 것 같아요.”

큰 아이의 대답을 그냥 가만히 듣고 있습니다. 매미소리가 점점 커집니다. 이제 곧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올 것입니다. 시기를 아는 매미도 그 때쯤이면 우는 것을 거두고 다시 땅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지금도 땅 속 어딘가에서 참고 견디면서 살아가는 매미를 생각해 봅니다. 여러분들도 매미소리와 함께 매미의 오덕(五德)을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김원구<대구 서도초등 교사>

기자 이미지

최은지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