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454] 巴(쥘 파) 손안에 무엇인가를 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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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22   |  발행일 2016-08-22 제30면   |  수정 2016-08-22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454] 巴(쥘 파) 손안에 무엇인가를 쥔 모양

인간의 손은 하는 일이 많다. 우선 눈에 보이는 것을 헤아리는 것이 손이다. 손으로 헤아리기 때문에 손이라는 말도 手(손 수)라 하여 ‘수’라 말하고, 수를 헤아리는 것 또한 數(헤아릴 수)이기 때문에 역시 ‘수’라 말하였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헤아리는 것인가? 본디 어머니 배 안에 들어 있을 때에는 손가락을 쥐고 있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는 손가락을 하나하나 펴가며 헤아리는 것이 원칙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펴버린 손가락이기 때문에 지금은 손가락을 꼽아 헤아리는 것이 일상적인 태도다.

따라서 손가락을 꼽아 헤아린다는 뜻으로 把握(쥘 파, 쥘 악)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여기에서 把는 손가락을 쥐다는 뜻이요, 握은 손아귀에 쥐다는 뜻이다. 즉 손가락 하나하나를 쥐어가며 헤아리다가 급기야 손아귀에 다 쥐다는 뜻이다.

하나하나를 헤아리다 다 헤아렸을 때에는 손 안에 다 쥐다는 뜻이 되어 참으로 ‘파악한다’는 말은 아주 적절한 말이다. 파악이 끝나면 그 결과에 따라 옳은 것이면 반드시 꽉 쥐고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쥐고 있다’는 말도 守(지킬 수)라 하여 ‘수’라는 소리 값을 갖는다.

동물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 먹이 사슬로 볼 때 가장 최하위에 있는 것은 곤충류요, 그 위에는 발 없이 배 밑에 있는 비늘로만 기어 다니는 뱀 종류가 있고, 곤충류나 뱀 종류를 가림 없이 먹고 사는 새 종류가 있다. 이들의 위에 네발로 뛰어다니는 짐승류가 있고, 그 위에 영장류라 하는 사람이 있다. 이 중에 곤충이나 뱀 같은 동물은 발이 있거나 없거나 땅위를 기어 다니는 미물로 爬蟲類(파충류: 길 파, 벌레 충, 무리 류)라 한다. 爬(길 파)는 爪(손톱 조)에 巴를 붙여 땅을 손톱으로 쥐고 몸을 앞으로 해 나간다는 뜻이다.

식물 중에도 특이한 것들이 있다. 그 중 열대식물로 남녘 나라의 정서를 상징하는 芭蕉(파초: 향기로운 풀 파, 파초 초)는 땅에 뿌리박고 있는 밑부분은 전체를 꽉 묶어 놓은 듯 단단하나 위로 뻗은 잎들은 열대의 열기를 다 품은 듯 무성하다. 논밭을 가는 일을 耕耘(경운: 밭갈 경, 밭갈 운)한다고 한다. (쟁기 뢰)는 밭을 가는 도구로 井(우물 정)을 붙이면 로터리를 치다는 뜻이요, 云(구름 운의 고자)을 붙이면 하늘의 구름처럼 땅을 뭉게뭉게 하게 뭉개다는 뜻이다.

그런 뒤에 뭉개 놓은 흙덩어리를 다시 부숴버리는 일은 역시 에 巴를 붙여 (써래 파)라 한다. 즉 쟁기로 땅을 갈아엎는 것만으로는 씨를 뿌릴 수 없다. 엎어진 흙덩어리들을 일일이 파쇄하여 땅이 골라져야 비로소 씨를 뿌릴 수 있는 것이다.

똑같이 베인 나무일지라도 “어떤 나무 토막은 팔자가 좋아 기생 무릎에 앉혀 매일같이 고운 소리를 내는 가야금이 되고, 어떤 토막은 버려져 개밥 그릇이 되어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내뒹굴리는 신세가 되고야 말았네”라는 말처럼 서로가 다른 것이다.

이때 가야금은 琴(가야금 금)인데 이와 비슷한 악기로 琵琶(비파)가 있다. 비는 낮은 음으로, 파는 높은 음으로 연주하는 악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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