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반응 폭발적”…대구경북 기업 604곳, 2천672명 도제교육

  • 손선우,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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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24 07:36  |  수정 2016-08-24 09:51  |  발행일 2016-08-24 제6면
시행 4년차 맞은 ‘일·학습 병행제’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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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일체형 도제학교로 지정된 경북기계금속고의 학습 근로자 1기생인 김원석군은 한 학기의 절반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 출근해 기업 현장교사로부터 일을 배운다. 김군이 학교에서 실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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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성신금속 곽한 대표(왼쪽)와 기계품질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이원형씨가 생산된 자동차 부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부는 청년고용 문제를 해결하고 능력중심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2013년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했다. 이는 기업이 채용한 근로자에게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의 체계적 교육 훈련을 제공하고, 이후 국가 또는 해당 산업계가 역량을 평가해 자격을 인정하는 제도다. 학벌, 학력보다 기술, 능력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다. 시행 4년째를 맞은 일·학습병행제가 대구지역 산업계에 어느 정도 자리매김했는지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도제학교 인기
학교·기업 오가며 실무능력 향상
기존 현장실습보다 더욱 체계적
취업 걱정도 없어 갈수록 주목
월급 받고 기술 배우고 ‘일석이조’

회사와 성장하는 인재
능력 있는 직원 조기에 발굴 가능
적응력 뛰어나 회사측도 대만족


◆ 산업현장 중심의 학습 근로자 육성

김원석군(19)은 지난해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이하 도제학교, 고교단계 일·학습병행제)로 지정돼 시범운영 중인 경북기계금속고의 학습근로자 1기생이다. 도제학교는 독일 및 스위스의 이원화 제도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도입한 것. 도제식 직업교육은 학생이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배우는 현장 중심의 직업교육 모델이다.

김군은 지난해 3월부터 한 학기의 절반은 영천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주>BM에서 일을 배우고 있다. BM은 2001년 설립된 현대·기아자동차의 2차 협력업체다. 설립 15년 만에 매출액 393억3천만원, 당기 순이익 6억5천만원까지 실적을 올렸다. 경기침체 속에서도 5년 연속 흑자를 냈다.

김군은 오전 9시 출근해 하루 7시간 기업 현장교사(입사 경력 5년 이상 직원)에게 일을 배운다. 월급은 교육받는 시간만큼 최저임금에 맞춰 받고 있다. 학생이자 근로자인 만큼 4대보험에도 가입돼 있다.

김군은 졸업 후 BM에 취업해 병역특례 혜택을 받으면서 근무하게 된다. 학사 자격증이 필요하면 지자체와 회사 등의 지원을 받아 대학을 다닐 수도 있다.

경북기계금속고는 인근 중소기업들과 연계해 절삭가공, 특수가공, 금형, 용접 등의 분야에서 111명의 학생(3학년 52명·2학년 59명)이 도제교육을 받고 있다.

도제학교가 기존 특성화고의 현장실습과 다른 점은 학교와 기업을 번갈아 오간다는 것. 이전의 현장실습은 3~6개월 업체에 머물며 인턴 형식으로 근무했다. 이에 반해 도제학교는 학교에서 이론과 보통교과 수업을 하고, 현장에서 실무도 가르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학생들이 교과수업과 현장실습을 균형 있게 접하면서 자연스레 산업 현장에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도제교육은 기존 현장실습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학생의 현장 이해도를 높이고 직업관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실무를 미리 경험해 보면서 졸업 후 이 일을 정말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다.

도제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김군은 “교과서에서만 보던 기계를 직접 다루니 실감이 났다. 실무를 배우면서 월급도 받으니 일석이조”라며 “아직 취업하지 못한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군의 어머니 서선씨(55)도 도제학교를 높이 평가했다. 서씨는 “부모들은 자녀에 대해 무조건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그런데 대학을 나오더라도 딱히 취업이 잘 되는 게 아니다. 대학을 가나 안 가나 최종 목표는 취업인데, 원석이는 고교 졸업 전에 취업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취업난이 심하다는데, 도제교육은 졸업 이후 취업과 바로 연결된다니 안심이 된다. 주변에 도제학교를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기계금속고는 도제학교로 시범 운영한 뒤 교육과정이 더욱 탄탄해졌다. 보통 교과 수업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따라 설계된 교육·훈련 과정으로 개편돼 직무적합형 교육을 하게 된 것. 고용노동부의 예산을 지원받은 덕분에 교육 기자재도 새로 구입했다.

이 학교 한병희 부장교사는 “그동안 기업에서는 실무와 동떨어진 학교 교육을 받고 온 학생들을 다시 교육해야 한다는 불만이 많았는데 도제학교는 회사에서 실무를 배우기 때문에 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반긴다”면서 “또 학생들이 기업에서 실무를 배울 때 학교측이 통근차량과 대학 연계 등 각종 지원을 해주어서 학생들의 호응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구·경북지역의 도제학교는 모두 10곳(대구 6곳·경북 4곳)이다. 이들 학교와 연계해 도제교육을 실시하는 기업은 130곳(대구 99곳·경북 31곳)이다. 김군처럼 학교와 기업을 번갈아 오가는 학습근로자는 432명에 이르고 있다.

◆ 회사와 함께 커갈 수 있는 인재 등용

대구 성신금속의 대표 곽한씨(58)는 대구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부품 제조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고졸인 곽 대표는 졸업과 동시에 자동차 부품 제조업계에 뛰어들어 40년간 한 우물만 파왔다. 1989년 다니던 자동차 회사를 그만두고 성신금속을 설립해 27년간 경영하면서 깨닫게 된 게 하나 있다. 기업 경쟁력의 원천은 바로 ‘사람’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대구시의 스타기업으로 선정될 만큼 유망한 강소기업인 성신금속도 인력난은 피할 수 없었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려는 청년이 없는 데다, 어렵게 뽑은 경력직은 성신금속의 실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성신금속이 지난해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하게 된 이유는 회사와 함께 커나갈 인재를 찾기 위해서였다. 일뿐 아니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는 일·학습병행제는 직원의 근속을 유도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기업 차원에선 직원들의 전문성 강화라는 장점도 있다. 곽 대표는 “인력난은 우리나라 중소기업 대부분이 겪는 문제”라며 “일·학습병행제를 통해서 조금 더 안정적으로 인재를 채용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신금속은 지난해 12월 일·학습병행기업으로 선정됐다. 일·학습 병행제를 통해 모자라는 일손을 보충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먼저 훈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학습근로자 9명을 채용했다. 이 가운데 8명의 학습근로자가 9개월여 동안 현장 교육훈련을 받고 있다.

기계품질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이원형씨(28)는 다니던 4년제 대학을 그만두고 학습근로자가 된 경우다. 이씨는 “성신금속은 다이캐스팅(필요한 주조형상에 일치하도록 정확하게 기계가공된 강제(鋼製)의 금형에 용해금속을 주입해 금형과 똑같은 주물을 얻는 정밀주조법) 전문업체다. 정밀가공을 배우긴 쉽지 않은데 값진 경험을 하고 있다”면서 “학습근로자로 일하며 실무와 이론을 겸비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이수안 성신금속 기술연구소장은 “일·학습 병행을 통해 입사한 사원들의 성과와 적응력은 정말 뛰어나다”며 “회사가 발전하기 위해선 능력 있는 인재를 조기에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점에서 일·학습병행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일·학습병행제에 대한 중소기업의 호응은 폭발적이다. ‘현장형 인재’를 조기에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 역시 또래보다 빨리 취업해 자격증이나 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현재 대구·경북지역에서 일·학습병행제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은 모두 604곳(대구 331곳·경북 273곳)이다. 이 가운데 올해 새롭게 선정된 일·학습병행기업은 257곳(대구 98곳·경북 159곳)이다. 이들 기업에서 2천672명(대구 1천129명·경북 1천543명)의 학습근로자가 도제교육을 받고 있다.

‘자동차 부품 도제특구’로 선정된 달성·성서공단 내에서 일·학습병행제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은 15곳이다. 이 중 8곳이 올해 일·학습병행기업으로 선정됐다. 이곳에서 채용한 학습근로자 수는 59명이다. 자동차부품 도제특구에는 기업선정·프로그램 개발단계부터 훈련운영, 학습근로자 평가 등 전 단계에 걸쳐 자율적 운영권이 부여되고 집중 지원이 이뤄진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산학 일체형 도제학교 △고교·전문대 통합교육과정 △장기 현장실습형 등으로 일·학습 병행제를 확대했다. 재학생 단계에서부터 학습근로자로 직업훈련을 받은 다음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훈련 품질을 강화하기 위해 전담근로감독관 211명을 지정했고, 기업 내부의 현장교사를 육성하기 위한 지원책도 마련할 예정이다.

글=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사진=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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