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청년일자리창출에 대한 비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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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24   |  발행일 2016-08-24 제30면   |  수정 2016-08-24
[수요칼럼] 청년일자리창출에 대한 비방

내년 대선의 가장 큰 이슈는
청년에 일자리 제공하는 것
한국경제는 제로성장 상태
해외로 시선을 돌릴 필요성
세계는 넓고 할 일도 많은 법

모 기관에서 내년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지 여론 조사를 했더니 ‘청년 일자리 창출’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분배문제나 안보문제 등은 훨씬 뒤를 이었다. 청년실업은 본인은 물론 부모세대까지 집안 전체의 걱정거리이기 때문에 전 계층이 “청년일자리만 해결하면 기꺼이 표를 주겠다”는 심정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해서는 다음 정부에서도 해결하기 힘들 것이다. 우선 청년들 스스로가 취업에 대한 마인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한국경제는 사실상 제로성장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버지세대가 젊었을 때처럼 좋은 일자리를 국내에서 쉽게 구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해졌다. 웬만큼 괜찮은 일자리는 중국이나 베트남 등지로 옮겨 가 버렸다. 과거 노동자는 자유이동이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항공기조차 대중교통수단이 되면서 막일꾼도 국경을 넘어서 이동한다. 지금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근로자가 그들이다. 우리 청년들은 자신의 구미에 당기는 일자리가 나라 밖에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일본, 중국, 미국, 유럽에 우리 청년들의 마음에 드는 좋은 일자리가 더 많이 있다.

해외에서 좋은 일자리를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네덜란드 청년들처럼 하면 된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영국인보다 영어를 더 잘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영어와 함께 독일어, 프랑스어를 더불어 구사한다. 수년전 네덜란드에 갔을 때 물어본 적이 있다. 대답이 이랬다. “우리 네덜란드는 역사적으로 영국, 프랑스, 독일 사이에 끼어서 생존해온 작은 나라다. 따라서 이 크고 센 나라의 말들을 잘 구사해 이들 나라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상책이다.” 네덜란드 경제가 한 때 ‘네덜란드병’이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어려웠던 때도 청년실업문제가 인근 프랑스처럼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았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사이에 낀 우리의 처지가 유럽 강대국 사이의 네덜란드나 다를 바가 없다. 이런 한국 사람이 주변 강대국의 언어 구사능력이 이렇게 형편없는 것은 분명히 정상이 아니다.

기성세대가 넘지 못했던 언어장벽을 우리 청년들이 해내면 밖에서 좋은 일자리를 충분히 구할 수 있다.

언어해결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해외에서 능력을 발휘하려면 다른 나라 사람들과 소통하고 잘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 한국경제가 세계 10대 무역국으로 성장했는데도 불구하고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는 한국인이 적은 것도 외국문화를 즐기고 어울려서 그들을 통솔하는 역량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경제력이 한국보다 떨어지는 중남미 출신 젊은이도 신대륙과 구대륙의 융복합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의 대기업에 취직해서 한국이나 일본같은 문화가 전혀 다른 나라에 와서도 능란하게 일한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글로벌 ‘숫기’를 길러야 한다. 외국어나 숫기는 족집게 토익학원에서 학습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국제무대에서 당당하게 소통하는 ‘숫기’는 어떻게 길러질까. 지금 청년들이 서독탄광에서 일했던 할아버지 세대와 중동 열사의 땅에서 달러를 벌었던 아버지 세대의 헝그리 정신을 흉내 낼 수도 없고, 낼 필요도 없다. 기성세대의 ‘생존본능적 억척스러움’과는 차원이 다른 정신을 길러야 한다. 이는 선진국 반열에 접어든 한국의 미래세대로서 ‘세계 속에 나 자신의 몫과 역할을 프로답게 수행하겠다’는 자부심을 가질 때 가능하다. 이런 정신은 스펙쌓기용으로 해외여행 겸 봉사나 한다고 해서 길러지지 않는다.

이를테면 우리 가까이에 당장 도움이 절실한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 도우미같은 진정한 봉사를 통해서 이질적인 문화와 소통하고, 진심으로 돕는 활동으로 길러지는 것이다.

실전외국어 구사능력도, 글로벌숫기도 ‘내가 스스로의 노력(일)을 통해서 세상에 기여하고 나의 행복을 누린다’는 의젓한 자세와 절실한 마음가짐에서 나오는 것이다.

지금 기성세대는 이런 성숙한 직업관을 갖지 못했고 자식세대에게 물려주지 못했다. 우리 청년들은 스스로 이런 정신을 길러야 한다. 이런 직업관으로 무장만 한다면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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