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먹는 우물까지 말랐어요…농촌마을 식수확보 비상

  • 입력 2016-08-24 10:22  |  수정 2016-08-24 10:22  |  발행일 2016-08-24 제1면
메말라 죽는 농작물에 속 타는 농민…경북 북부 일부 식수 고갈
자치단체 관정개발 등 물 확보에 전력…댐 저수율도 하락

"수십 년 농사지었으나 올해 같은 날씨는 처음 본다."


 유례가 드문 폭염에다 여름 가뭄이 겹쳐 경북 북부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농민은 결실이나 수확기를 앞두고 비가 오지 않으면 농사를 포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게다가 농업용수뿐 아니라 식수마저 고갈해 자치단체가 급수차를 이용해 물을 공급하는 곳도 생긴다.


 지방자치단체도 가뭄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비가 오지 않으면 근본 해결은 되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 메말라 죽는 농작물…속 타는 농민


 안동시 풍산읍 노리에서 땅콩을 재배하는 피태찬(68)씨는 올해 농사를 포기할지 고민하고 있다.
 2천640㎡에 잘 자라던 땅콩이 대부분 말라죽었거나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초록빛이어야 할 땅콩 잎은 절반 이상이 누렇게 말라 들어갔다. 수확은 뿌리에서 하지만 땅 위의 작물 상태로 볼 때 아래는 안 봐도 뻔하다.


 더는 피해를 막기 위해 사나흘에 한 번씩 물차를 불러 물을 받는다. 물차는 대형 탱크에 물을 싣고 와 농가에 공급한다. 비용이 1대당 10만원 가량 들어간다.


 그는 사나흘에 한 번씩 3∼4대의 물차를 불러 물을 웅덩이에 받아 놓는다. 시간이 날 때마다 웅덩이에서 물을 퍼다 땅콩에 준다.


 그러나 땅콩은 모래성분이 많은 사질토(沙質土)에서 자라는 탓에 물은 아무리 부어도 눈 깜짝할 새 아래로 스며들거나 증발해 버린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땅콩을 수확해 얻는 소득보다 물값이 더 들어간다.


 인건비는커녕 물값도 건지지 못해 농사 포기를 심각하게 고민한다. 주변 다른 땅콩 농가도 같은 처지다.


 땅콩밭뿐만 아니다. 안동 등 경북 북부에서 마(산약), 생강, 우엉 등 뿌리 작물을 재배하는 대부분 농가가 유례가 드문 여름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 비 얼마나 왔나…농업용수 확보는?


 안동시가 자체 집계하는 강수 자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안동에 내린 비는 17.7㎜에 그친다. 최근 3개월 누적 강수량도 평년의 78.1%인 369.3㎜이다.


 기상청 자료로도 안동에는 장마가 막바지인 지난달 16일 15.4㎜가 온 뒤 비 같은 비는 내리지 않았다. 의성군, 예천군 등 북부 대부분이 비슷하게 비가 내렸다.
 게다가 지난달 26일 이후에는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더운 날씨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속됐다. 이달 11∼12일 최고기온은 37.8도까지 치솟았다.


 비가 오지 않는 날씨에다가 고온현상으로 농지 주변에 수분 증발을 앞당겼다.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지만 안동댐, 임하댐 등 주요 댐 저수량은 아직 양호한 편이다.


 지난 17일을 기준으로 저수율은 안동댐 56.7%, 임하댐 42.6%, 군위댐 42.6% 등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저수율은 각각 32.3%, 28.3%, 28.2%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봄 가뭄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저수율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8월 10일 기준으로 안동댐 58.7%, 임하댐 43.6%, 군위댐 44.3%이다. 일주일에 1% 이상씩 저수율이 떨어지고 있다.


 농가에서는 봄 가뭄은 같은 해 농사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여름 가뭄은 가을 이후 시작하는 2모작과 이듬해 농사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
 또 천수답이나 고지대에 있는 밭에는 댐·저수지 물을 이용하기 힘들어 가뭄이 계속되면 댐 등에 수량 확보 여부와 관계없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안동시 서후면에서 콩 농사를 짓는 김상석(56)씨는 "예전에는 태풍이라도 한 번씩 있었는데 올해는 그마저 없다. 하늘이 해결해주지 않으면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고 걱정했다.


 ◇ 농업용수보다 더 급하다…일부 지역 식수난


 농업용수 확보보다 더 시급한 일이 있다. 안동 일부 지역에서 식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곳이 생겼기 때문이다.


 안동시는 마을상수도 고갈 등으로 식수 확보에 차질을 빚는 시민이 40여가구에 80여명이 될 것으로 파악했다.
 풍산읍 만음리 일명 대추월 마을. 7가구 15명이 집집이 설치한 개인 우물(관정)을 이용해 식수를 충당했다. 그러나 가뭄으로 이 마을 우물은 대부분 말라버렸다.


 예안면 신남리 자운마을, 녹전면 매정리 담마 마을 등에 있는 마을상수도도 말라 운반급수가 아니면 식수를 해결할 수 없다.


 이 밖에 와룡면 가구·지내·산야리 일대 3가구, 임동면 박곡리, 북후면 옹천리등에도 우물 등이 말라버리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안동시는 인구가 많은 마을 등에 짧게는 이틀에 한 번씩, 우물이 완전히 마르지않아 형편이 조금 나은 곳에는 3∼4일에 한 번씩 2t짜리 또는 5t짜리 급수차를 동원해 물을 공급한다.


 안동시 관계자는 "가뭄으로 운반급수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조만간 비가 오지 않으면 산간 외딴 주택에 사는 주민 등은 식수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하늘만 쳐다볼 수는 없다…자치단체 대책 마련 분주


 지방자치단체마다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북도는 최근 울릉군을 뺀 22개 시·군에 용수개발비 20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여름 가뭄으로 생길 수 있는 농작물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시·군은 이 돈을 간이 양수장을 설치하거나 급수차를 이용해 물을 공급할 때 쓴다.


 안동시는 가뭄대책비 3억원을 투입해 하천이나 물웅덩이를 파 간이농업용수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가뭄 지속 정도에 따라 예비비를 추가로 투입해 농가가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지원한다.


 또 10억원을 들여 안동 송야천에 양수장을 설치해 송야저수지까지 물을 끌어오는 시설도 만든다. 해마다 농업용수가 많이 부족한 서후면 명리 일대에 가뭄 피해를줄이기 위해서이다.


 이 밖에도 앞으로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78억원으로 농업용수 확보에 중점을 둔 농업기반정비사업, 다목적농촌용수 개발사업 등을 하기로 했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폭염과 여름 가뭄이 겹친 상황을 재난 수준으로 보고 농민과 주민이 더 큰 피해를 보지 않도록 행정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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