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중심 행복영주 만들기] <2> 스치는 관광서 머무는 관광으로 전환…문화관광재단도 발족

  • 김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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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25   |  발행일 2016-08-25 제11면   |  수정 201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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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고장인 영주시가 2004년과 2008년 각각 문을 연 선비촌(오른쪽)과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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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마을인 무섬마을 전경. 서천과 합류한 내성천이 마을을 휘감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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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 전경. 퇴계 이황의 제자들이 수학한 곳으로 전국의 명현 거유 4천여명을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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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 부석면 북지리에 자리잡은 부석사 전경. 방랑시인 김삿갓 김병연과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최순우 선생이 극찬했다.

힐링도시 영주는 소백산 국립공원, 부석사, 소수서원 등 문화와 역사를 간직한 유명 관광지를 많이 갖고 있는 관광의 보고(寶庫)로 손꼽힌다. 지난해 메르스 여파에도 불구하고 430만명의 관광객이 영주를 찾은 데 힘입어 올해는 5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규모 국책사업인 한국문화테마파크 조성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과 인접한 선비촌, 한국선비문화수련원 등과 연계해 선비문화투어를 구상 중에 있다. 영주시는 최근 영주문화관광재단을 발족시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치유와 힐링관광도시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역 문화관광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영주문화관광재단은 앞으로 영주의 뛰어난 문화콘텐츠와 우수한 자연경관의 지역적 특색을 살려 전체적인 문화관광 정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소백산·부석사·소수서원·선비촌…
발길 닿는 곳마다 문화유적 수두룩
무량수전 배흘림기둥 건축미 극치

육지 속의 섬 무섬마을 경관 탁월
외나무다리 350여년간 마을 통로

2020년 준공 한국문화테마파크
조선 선비들 생활상 오롯이 체험
선비문화촌은 과거로 돌아간 듯

◆부석사

신라 문무왕 16년(676) 의상대사가 창건한 부석사는 더하거나 뺄 것 하나 없는 완벽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무량수전(無量壽殿)은 목조기술의 정수라는 배흘림기둥이 있어 건축미의 극치를 보여주며, 우리나라 목조건물 중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손꼽히고 있다. 무량수전의 현판은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에 머무르는 동안 손수 쓴 친필이다.

부석사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이 중에서 널리 알려진 사람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혜곡 최순우 선생이다. 그는 한국미 산책 저서인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서 부석사의 아름다움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무량수전 안양문 응향각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부석사에서 가장 뛰어난 경관은 무량수전 앞마당 끝에 놓인 누각인 안양루에서 바라보는 소백산 전경이다. 방랑시인 김삿갓으로 유명한 김병연(金炳淵, 1807~63)은 안양루에 올라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평생에 여가 없어 이름난 곳 못왔더니 /백발이 다 된 오늘에야 안양루에 올랐구나 /그림 같은 강산은 동남으로 벌려 있고 /천지는 부평같이 밤낮으로 떠 있구나 /지나간 모든 일이 말 타고 달려오듯 /우주간에 내 한몸이 오리마냥 헤엄치네 /인간 백세에 몇 번이나 이런 경관 보겠는가 /세월이 무정하네, 나는 벌써 늙어있네.’

한편 부석사에는 무량수전(국보 제18호) 등 국보 5점과 부석사 삼층석탑(보물 제249호) 등 보물 6점, 그리고 지방유형문화재 2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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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공민왕의 친필인 부석사 무량수전 현판.
◆무섬전통마을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에 있는 무섬전통마을은 안동의 하회마을, 예천의 회룡포, 영월의 선암마을과 청룡포처럼 마을의 삼면이 물로 둘러싸여 있는 대표적인 물돌이 마을이다.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과 영주 서천이 만나 태백산과 소백산 줄기를 끼고 마을의 삼면을 감싸듯 휘감고 돌아 마치 육지 속의 섬처럼 보인다. 강변에는 넓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고, 그 건너편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있어 경관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반남박씨와 선성(예안)김씨의 집성촌인 이곳은 영주에서 알아주는 반촌(班村)으로, 고색창연한 50여채의 고가가 있어 번잡한 도심을 벗어난 도시인들이 모처럼 고향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무섬마을에서 눈여겨볼 곳은 경북도 민속문화재 제92호로 지정된 해우당과 제93호인 만죽재다. 해우당은 19세기 말 의금부 도사를 지낸 김낙풍이 지은 집인데 해우당은 그의 호다. 해우당 고택에 있는 현판은 흥선대원군의 글씨라고 전해진다. 만죽재는 반남박씨의 입향조인 박수가 1666년(헌종7)에 지은 집으로 무섬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이다. 만죽재는 무섬마을의 가장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무섬마을에는 또 하나 볼거리가 있다. 바로 350여년간 무섬마을과 강 건너를 연결시켜준 외나무다리다. 1979년 수도교가 놓이기까지 무섬마을의 유일한 통로 역할을 한 외나무다리는 길이가 무려 150m에 이르고 폭은 30㎝에 불과하다. 영주시는 이 외나무다리를 관광상품으로 연결시켜 매년 가을 외나무다리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문화테마파크 조성

한국문화테마파크 조성사업은 2013년 10월 정식으로 착공됐다. 영주시 순흥면과 단산면에 걸쳐 96만974㎡의 광활한 부지에 국비 774억원 등 모두 1천565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한문화의 혼과 흥의 세계화를 통해 지역의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2020년 준공될 예정인 한국문화테마파크는 현재 전체 목조건물 99개 동 중에서 6개 동의 골조공사를 완공한 상태로 전체 공정률은 아직 25% 수준이다.

한국문화테마파크의 주요 시설로는 먼저 한문화센터를 들 수 있다. 한문화센터에는 선비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한복촌, 한식촌, 한옥촌을 갖춰 선비의 의식주를 엿볼 수 있다. 또 한지촌과 한글촌을 만들어 선비의 학문수행을 체험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또 한음악촌에서는 각종 옛 악기를 갖춰 선비의 풍류를 체험할 수 있다. 체험전용 시설로는 선비의 심신수양을 위한 국궁장, 선비의 호연지기를 위한 마상체험장, 선비의 세계관을 체험할 수 있는 천문전망대가 있다. 선비정신과 어울리는 150여종의 매화를 심어 대규모 매화공원도 조성할 예정이다. 특히 수용인원 300명 규모의 마당놀이 상설공연장을 만들어 영주를 마당놀이 메카로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영주시의 한국문화테마파크 개발 구상안은 지금까지의 일회형, 관광형, 당일형 관광에서 벗어나 체험형, 목적형, 교육형 관광으로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전통문화와 선비문화 등의 산업화를 통해 세계적 관광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한국문화교육 및 관광산업의 허브가 될 한국문화테마파크는 한글, 한식, 한복, 한옥, 한지, 한국음악 등 6대 분야 한스타일의 세계화로, 소수서원과 선비촌 등 역사문화자원과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소수서원

영주시 순흥면 내죽리 158에 자리잡은 소수서원은 최초의 사액서원으로 유명하며, 고려말 성리학을 최초로 도입한 회헌 안향(1243~1306)을 배향하고 있다. 소수서원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1548년 10월 풍기군수로 부임한 퇴계 이황의 노력에 의해서다. 이황은 1549년 1월 경상도관찰사 심통원을 통해 백운동서원에 조정의 사액을 바라는 글을 올리고 국가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명종은 대제학 신광원에게 서원의 이름을 짓게 해 ‘이미 무너진 유학을 다시 이어 닦게 했다(旣廢之學 紹而修之)’는 뜻을 담은 소수(紹修)로 정하고 1550년(명종5) 2월 소수서원이라고 쓴 현판을 내렸다.

2011년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소수서원(사적 제55호)은 지난 2년간 세 차례의 실사를 받았지만, 아쉽게도 지난 4월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가 보류되고 말았다. 박석홍 소수서원학예연구사는 “소수서원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된 것이 아니라 보류됐기 때문에 다시 심사를 하게 되는 3년 뒤인 2019년에는 요구 조건을 충족시켜 반드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퇴계 이황의 대부분 제자들이 수학하는 등 전국의 명현 거유 4천여명을 배출한 소수서원은 칸칸마다 역사의 깊이와 학문의 심오함이 서려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소수서원은 충·효·예·학이 살아 숨 쉬는 산교육장이자 선비정신의 산실로 불리고 있다.

◆선비촌과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소수서원 바로 옆에 자리잡은 선비촌은 5만7천717㎡ 규모로 2004년 문을 열었다. 조선시대 선비의 생활상과 각종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으며,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한 환상에 빠질 정도로 옛 선조의 생활상이 잘 재현되어 있다.

선비촌은 해우당 고택(ㅁ자형) 등 기와집 15채와 서민가옥인 초가 12채 등 전통가옥을 실물 그대로 본떠 만들었으며, 각 가옥에는 밀랍인형으로 옛 선조의 생활상과 상혼관제 풍습 등을 재현해 관광객에게 유익한 볼거리가 되고 있어 가족 단위의 숙박 체험장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선비촌 북쪽에 인접해 있는 한국선비문화수련원은 2008년 개원했다. 6만395㎡의 부지에 예절교육관과 세미나실, 한옥체험관, 행랑채, 전수관·전통음식체험관 등 주요 건물을 포함해 모두 19채의 각종 건물이 들어서 있다. 옛 순흥도호부 관아를 상징적 모델로 재현, 복원한 한국선비문화수련원에는 각급 학교와 기업, 자치단체 등 단체 체험객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 현재 한국선비문화수련원은 어린이 예절교실 등 인성예절교육과 과거시험 재연 등 전통문화 체험교육과 직장인 연수 등을 위한 위탁교육기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영주=김제덕기자 jedeog@yeongnam.com
사진=영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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