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백화점 ‘3대 트렌드’ 생존 모색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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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25 07:25  |  수정 2016-08-25 07:30  |  발행일 2016-08-25 제16면
① 개방형 쇼핑 공간 ② 쇼퍼테인먼트 ③ 자체 브랜드 강화

대구 백화점 업계가 생존을 위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온라인몰, 해외직구, 직매입 등 유통경로가 다양해지면서 백화점이 물건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공간으로만 남아서는 승산이 없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고객을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백화점으로 끌어올 만큼 재미있고 신선한 요소를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최근 백화점 업계에선 △개방형 쇼핑 공간 확충 △엔터테인먼트 요소 강화 △자사 브랜드 확대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쇼핑 하면서 하늘도 보는 ‘홀’
테라스 만들어 카페·쉼터로

지역 최대 규모 키즈스포츠클럽
아쿠아리움·테마파크 내세워

전구소다·전통 음료 자체 개발
직수입 편집숍·화장품 등 다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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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보이는 ‘홀’// 오는 12월 문을 여는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지역 백화점에서 처음으로 하늘이 보이는 홀(hole)을 만들어 개방형 쇼핑 공간을 선보인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의 홀 모습.

◆개방성 강화

‘창문을 없애라. 시계를 보이지 않도록 하라.’

예전 백화점의 영업 전략이었다. 하늘과 시계가 보이면 구매 욕구가 줄어든다며 오로지 고객이 쇼핑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매장을 구성했다. 하지만 요즘은 개방감을 주는 쇼핑 공간으로 꾸미는 게 트렌드다. 개점 예정인 대구의 백화점, 아웃렛은 폐쇄형 공간 대신 개방형 쇼핑 공간을 내세우고 있다.

12월 문을 열 예정인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지역에서 처음으로 내부에서 하늘이 보이는 홀로 꾸민다. 실내이지만 개방감을 느낄 수 있게 백화점 내부에 홀을 3개 만들고, 이 중 2개는 하늘도 보이게 한다. 홀 인근에 샹들리에를 걸고 미술·조각품을 전시하며 백화점이 아니라 미술관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또한 8층에 들어서는 신세계의 맛집전문관 ‘파미에스테이션’에도 일부 테라스를 만들어 외부와 소통감을 주도록 할 예정이다.

내년 3월 개점 예정인 대백아웃렛도 개방성 강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

지하 6층~지상 8층으로 문을 여는 대백아웃렛은 2·6·7·8층에 테라스를 만들어 카페, 쉼터, 어린이 놀이공간 등으로 꾸민다. 7~8층은 투명유리로 건물 내·외부와 연결, 상쾌한 기분으로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박병준 대백아웃렛 대표는 “노천카페가 유행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개방형 공간을 확충해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휴식 개념을 강조해 여유로운 쇼핑을 즐기게 하는 것이 요즘 소비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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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이자 쉼터로// 대백프라자가 지난 7월 개점한 키즈스포츠클럽 ‘챔피언’(위).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이 고객에게 쇼핑 이상의 재미 요소를 선사하기 위해 조성하는 아쿠아리움 조감도.

◆쇼퍼테인먼트 매장으로

최근 유통업계를 뜨겁게 달구는 화두는 바로 ‘쇼퍼테인먼트(shopper-tainment)’다. 백화점이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매장이라는 개념을 넘어 ‘휴식’ ‘체험’ ‘문화’ 등을 즐기는 놀이터이자 쉼터로 진화하고 있다.

다양한 체험·문화 공간으로 쇼핑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하며 온라인으로 눈을 돌린 고객의 발길을 다시 끌어오는 것이 백화점의 지상과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백화점·대형마트의 경쟁 상대는 이제 동종업계가 아니라 놀이공원과 야구장”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대백프라자는 지난 7월, 8층 아동전문관에 600㎡ 규모로 지역 최대의 키즈스포츠클럽인 ‘챔피언’을 개점해 상당한 집객 효과를 얻고 있다. 운영 이후 가족 고객의 집객이 20% 이상 늘어났고, 주말이면 400~500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의 경우 6층 ‘큐리오시티 오브 레노마’ 매장에서도 남성 의류를 판매할 뿐 아니라 피규어, 드론 등 다양한 아이템을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운영해 단순한 구매 경험 이상의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제공한다. 오는 9월에는 6층 골프 전문관에 용품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골프 시타실’도 선보인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지하 7층~지상 9층)도 대형 엔터테인먼트를 전면에 내세운다. 꼭대기층인 9층에 아쿠아리움과 함께 테마파크인 주라지를 운영한다. 이 두 시설이 차지하는 면적은 1만3천200㎡에 육박해 국내 백화점 중 최대 규모다.

안용준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홍보팀장은 “예전에는 백화점이 평당 효율을 따졌지만 이제 그 시대는 지났다. 엔터테인먼트적 공간을 확보해 우선 고객을 끌어들이고 오래 머물게 하면서 다른 상품으로 구매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백화점이 맛집 유치에 승부를 거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면서 “온라인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백화점이 엔터테인먼트적 공간을 확보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이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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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상품 차별화// 현대백화점이 자체 개발해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음료 브랜드 ‘전구소다’(위). 롯데백화점 대구점 4층에 입점해 있는 롯데백화점 자체 PB브랜드인 ‘유닛’ 매장 모습.

◆PB상품 라인 강화

침체의 길로 들어선 백화점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또 다른 핵심 사업은 바로 자체 브랜드 개발이다. 자체 브랜드는 누구나 갖고 있는 비슷한 아이템과 서비스만으로는 경쟁이 심화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 선택한 차별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은 명인명촌, 전구소다 등 자체 브랜드를 통해 수익성과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관계자는 “독특한 전구모양에 음료를 담아 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서 인기를 모은 ‘전구소다’는 자체 개발한 브랜드다. 지난 8월 전통음료 전문 브랜드 ‘마심’도 출시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자체 브랜드는 차별화된 콘텐츠로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고, 브랜드화에 성공하면 다른 점포를 운영할 수 있어 백화점 업계에서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구백화점도 올해 자체 브랜드 상품 매출이 20% 이상 상승한 데 힘입어 대백생수를 새롭게 출시하는 등 PB 상품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직수입 편집숍인 ‘드빠르망 174’를 운영하는 등 해외 직수입 강화에도 힘쓴다.

롯데백화점도 자체 편집숍 브랜드 운영과 화장품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롯데 대구점에는 자체 해외직구 편집매장인 ‘비트윈’과 롯데백화점 PB팀이 직접 론칭한 브랜드인 ‘유닛’ 매장 등의 자체 브랜드가 입점돼 있다. 지난 6월에는 롯데가 자체 화장품 브랜드인 ‘엘앤코스(el&cos)’를 론칭하기도 했다.

동아백화점도 지역 최대 규모의 수입브랜드 편집매장 럭셔리갤러리를 운영할 뿐 아니라 자체 브랜드인 생활용품 전문 브랜드 ‘모던하우스’로 모객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관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유통업계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해답은 결국 독자적 콘텐츠 개발에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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