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에 내팽개쳐진 개인소장 유물…‘이상화 사건’으로 본 보관 실태

  • 서정혁 박병일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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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26   |  발행일 2016-08-26 제1면   |  수정 201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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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대구시 중구 서성로에 위치한 소남 이일우 선생(이상화 시인의 백부)의 고택 내 창고에 자물쇠가 잠기지 않은 채 걸려만 있다(왼쪽). 창고 안에는 이상화·이상정 선생과 관련된 각종 유물이 어지럽게 방치돼 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관리 허술해 도난·훼손 무방비
‘문화재급’도 상당수 존재 추측
“전수조사 통한 체계적 대응 시급
역사적 유물은 대구시가 맡아야”


민족시인 이상화 선생과 관련된 유품 도난 사건(영남일보 8월25일자 1면 보도)을 계기로 개인이 보관하고 있는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있는 유물 관리를 보다 체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지역에서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보물급 유물의 현황 자료는 전무하다. 개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물건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누가 어떤 유물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예산 등의 문제로 힘들다”며 “개인 소장 물건은 문화재로 지정되더라도 지자체 등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어 관리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지역 전문가들은 개인 소장품 중 역사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급’도 상당수 존재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최경호 영남대 박물관 학예연구원은 “국무총리를 지낸 장택상 선생의 유물을 기증받고 보니 그중에는 보물급 유물도 있었다. 개인 소장가들이 자신도 모르게 문화재급 유물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개인 소장 유품의 경우 상대적으로 관리가 허술해 도난이나 훼손의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실제, 이번에 도난당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문중의 품으로 되돌아온 이상화 선생의 유품도 목록이나 내용 등에 대한 정리 없이 상자에 담겨 창고에 내팽개쳐지다시피 보관하던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시 차원의 실태 조사와 함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특히 문학관이나 역사관 등을 마련해 보다 전문성 있게 관리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박동준 이상화기념사업회 회장은 “소중한 유물들을 보존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지자체에서 전수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수 경북대 교수(국어국문학과) 역시 “지역 출신의 이상화, 백기만, 현진건 등의 유물은 개인문학관을 조성해 보관할 가치가 충분하다”며 “시가 나서서 대구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업적과 자료를 모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박병일기자 park1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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