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장담 ‘詐금융’ 자칫하다간 ‘死금융’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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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27   |  발행일 2016-08-27 제11면   |  수정 2016-08-27
(속일 사)
■ 저금리 시대 첨단화된 유사수신 주의보
상반기 금감원 신고건수 작년보다 242% 증가
FX마진거래·해외 선물옵션·비상장주식 등
무허가 업체가 금융거래 정통한 것처럼 속여
피해 안 당하려면 제도권 금융社 여부 확인을
고수익장담 ‘詐금융’ 자칫하다간 ‘死금융’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이들이 유사수신업체의 유혹에 흔들리고 있다. 특히 유사수신업체는 사실상 수익모델이 없지만, 고수익을 노리는 이들의 심리를 악용해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의 돈을 노리고 있다. 또 일부는 고수익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는 이들에게 중수익률을 내세우는 대신 원금을 보장한다며 안심시키거나 새로운 금융기법을 동원하는 등 교묘해지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감원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유사수신 관련 신고 건수는 모두 298건으로 전년 상반기(87건)보다 242.5% 증가했다. 유사수신 혐의로 수사당국에 통보한 건수도 총 64건으로 전년 상반기(39건)보다 64.1% 늘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돈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은행 전체 수신 잔액은 1천391조원으로, 1년 동안 106조7천억원 늘었다. 연간 증가액은 2014년(67조원)보다 59.3%(39조7천억원) 증가한 것이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가장 큰 것이다. 종전 최대 증가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104조3천억원)이었다.

예금주가 요구하면 은행이 즉시 지급해야 하는 요구불예금은 지난해 12월 말 현재, 총 141조5천억원으로 1년 동안 33조3천억원 늘었고, 이는 2014년 증가액인 12조2천억원의 3배에 가까운 규모다. 반면 일정기간 은행에 돈을 맡기는 정기예금 수신은 작년 말, 잔액이 549조원으로 같은 기간 8조2천억원이 줄었다. 이처럼 정기예금 수요가 약화되고 요구불예금 등의 단기성 대기자금이 늘어난 것은 가계와 기업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금융권은 분석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준다고 하면 그 쪽으로 돈이 몰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이 예·적금으로 수신한 금액은 지난 6월 말 현재 40조616억원으로, 1년 전보다 6조3천335억원(18.5%) 늘었다. 저축은행 수신 잔액이 4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3년 1월(41조5천309억원) 이후 3년5개월 만이다. 저축은행은 2010년까지만 해도 수신 잔액이 최대 77조원에 달했다. 시중은행보다 연 2.0%포인트 정도 높은 정기 예·적금 금리로 자금을 끌어모았지만, 2011년 대규모 영업정지 사태로, 수신액이 30조원 초반대까지 줄어들었다. 이후 같은 해 2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47개월 연속으로 돈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중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주면서 다시 돈이 몰리고 있는 것.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 가운데 1년 정기예금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2.4%, 1년 정기적금은 3.5%인 반면, 시중은행의 경우 가장 높은 정기예금 금리는 1.35%, 정기적금은 1.7%다.

◆교묘해진 유사수신업체들

유사수신업체들은 이런 심리를 이용해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 예전처럼 안마기 등 고전적인 다단계 수법이 아니라 비상장 회사 주식투자, FX마진거래, 가상화폐, 협동조합 등을 사칭해 고수익을 미끼로 끈질기게 투자자를 유인하고 있다고 금감원 측은 설명했다.

올 상반기 금감원에 접수된 유사수신 관련 신고를 분석한 결과, 비상장주식 등 증권투자, 의료기기나 완구 등의 제조·판매를 가장한 경우가 2015년 이후 지금까지 69건으로 전체의 39.7%를 차지했다. 또 골드바 유통, 납골당 분양, 보석광산 개발, 수목장, 쇼핑몰 등을 이용한 형태도 같은 기간 64건, 전체의 36.8%로 그 뒤를 이었다. 최근 해외 불법다단계 업체와의 연관성을 강조하면서 투자를 유인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금감원이 최근 신고된 사례를 분석한 유사수신업체의 사례를 보면, FX마진거래·해외선물옵션 등 첨단 금융기법을 사칭하는 경우도 있었다.

FX마진거래(Foreign Exchange Margin Contract)는 이종통화 간 환율 변동을 이용해 시세차익을 추구하는 외국환거래로, 금융업으로 인가를 받거나 등록되지 않은 업체이면서도 첨단 금융거래에 정통한 회사인 것처럼 속여 투자를 끌어내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투자자를 속이다 적발, 수사통보를 한 건수는 지난해 21건, 올 들어서만도 9건에 이른다.

금감원에 따르면, M업체는 본사가 뉴질랜드에 있고 FX마진거래를 통해 고수익을 올리는 업체라며 투자자에게 접근했다. 5천달러를 투자하면 월 5%의 수익을 18개월 동안 주고, 3만달러를 투자하면 월 8%의 수익을 주고, 17개월째에 원금을 찾아갈 수 있다며 투자자를 꼬드겼다. 또 다른 H업체는 뉴질랜드와 호주의 FX마진거래 및 기술산업에 투자해 월10%의 수익을 낸다며 투자만 하면 원금 보장과 매월 3%의 확정수익을 준다고 속였다. 이들은 핀란드의 금융분쟁조정국에 가입되어 있어 개인당 2억원까지 보상해 준다고 원금보장과 수익이 확정된 사업에 대한 투자를 권유했지만, 금융업으로 인가를 받거나 등록되지 않은 업체였다.

비상장 회사 주식에 투자를 권유하는 수법도 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식 중 하나다. 주식시장 상장이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곧 상장할 것처럼 꾸며 주식가치 폭등을 앞두고 있는 만큼 매입하라고 속인 뒤 매입을 하면 액면분할을 이유로 재투자를 요구하는 식으로 돈을 뜯어갔다. 침향목 추출물로 치약, 비누 등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A업체는 조만간 미국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어, 상장만 되면 수천 배의 수익이 예상된다며 투자금 유치에 나섰지만, 사실상 상장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여기에 영농조합·협동조합을 가장해 투자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고부가가치 농작물 재배로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를 유도하는 식이다. J협동조합은 김치공장을 만들어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인정받으면 공공기관 등에 납품이 보장된다며 고령층을 상대로 투자금을 끌어들였다.

해외에 모기업을 둔 글로벌 기업임을 강조하면서 코인, 쇼핑몰 분양, 통역 프로그램 등에 투자할 것을 유인하는 경우도 있다. 이 기업은 89개국 언어를 통역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해 400% 이상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금을 모았다.

◆제도권 금융 여부 꼭 확인

전문가들은 제도권 금융회사 인지의 여부를 확인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식으로 인가받은 금융회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자금을 모집하거나 투자를 권유하지 않는다는 것. 투자대상 회사가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여부는 서민금융1332(s1332.fss.or.kr) 홈페이지에서 금융회사/등록대부업체 조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사실상 수익모델이 없지만 높은 수익과 원금을 보장한다고 하면서 투자를 권유하는 경우는 유사수신업체일 가능성이 높다. 유사수신 업체는 신규 투자자로부터 돈을 받아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를 주는 식이 대부분인 만큼 초기에는 일정 이자를 지급해 안심을 시킨다. 그러다 어느 순간 신규 투자자가 줄어들거나 끊기면 이자지급 등을 미루다 원금까지 갖고 달아나 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문의사항이 있거나 피해를 입으면, 바로 금감원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1332)에 제보하거나 경찰에 신고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 신고포상금 건당 최고 1천만원인 ‘불법금융 파파라치’ 제도도 운영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피해 규모가 큰 유사수신 투자사기로부터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유사수신 행위에 대한 감시와 정보수집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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