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살인의 추억'…28년전 11명 연쇄살인범 검거

  • 입력 2016-08-29 11:03  |  수정 2016-08-29 11:03  |  발행일 2016-08-29 제1면

중국에서 28년간 장기미제로 남아있던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붙잡혔다.


 중국 간쑤(甘肅)성 공안당국은 1988년부터 2002년까지 14년간 바이인(白銀)시 일대에서 11명의 부녀자를 연쇄적으로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가오청융(高承勇·52)씨를 검거했다고 중국 베이징청년보가 29일 보도했다.


 가오청융은 지난 26일 가족들과 함께 운영하던 바이인시공업학교 매점에서 검거돼 조사를 받고 있다. 중국 공안당국은 심문을 통해 가오로부터 1988년 5월26일 23세 여성을 첫 희생자로 14년간 여성 11명을 살해한 사실을 자백받았다.


 바이인시는 간쑤성 성도 란저우(蘭州)에서 북쪽으로 60㎞ 떨어진 도시다. 사건 당시 성폭행과 함께 흉기로 수십군데를 찌르거나 시신을 절단하는 등 잔혹한 범행수법으로 인해 당시 이 일대 주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피해자 중에는 8세 소녀도 포함돼 있었다.


 그동안 간쑤성 공안당국은 2001년 8월부터 사건 현장에 남겨진 발자국, 지문, 정액샘플, DNA 샘플 등 증거를 모으고 전 경찰력을 동원해 수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가오청융이 용의선상에 오르게 된 것은 올해초였다. 당국이 바이인에 사는 남성거주민들을 일일이 대조 검사를 해오던 도중 사건 현장의 증거와 비슷한 유전자를 발견한 것이다.


 간쑤성 공안청은 DNA-Y 염색체 대조검사를 통해 가오융청을 사건 용의자로 잠정한 뒤 지문 대조와 DNA 추가 검사를 거쳐 용의자로 확정했다.


 그는 주로 혼자사는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삼아 집까지 쫓아가 성폭행한 뒤 살해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또 희생자들은 항상 빨간색 옷을 입고 있었다.


 공안청은 가오청융으로부터 범행 사실을 자백받았다. 두 아들을 둔 유부남으로 첫 살인 이후 28년 대부분을 바이인에서 살아왔으나 후커우(戶口·호적)가 바이인에서 120㎞ 떨어진 란저우시 위중(楡中)현으로 등록돼 있었다.


 바이인 현지에 후커우가 없는 외지인은 지문 대조검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기 때문에 가오는 그동안 번번히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비행기 조종사를 꿈꾸다 시험에서 떨어진 뒤 방직공장 등을 전전하며 홀로 지내오다 3년여전 주거시설이 갖춰진 바이인공업학교 매점에서 가족들과 함께 기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998년 가오에게 희생돼 토막 시신으로 남겨졌던 16세의 방직공장 여직원의 오빠 추이(崔)모씨는 "아버지가 그 충격으로 숨졌다"며 "그동안 한번도 울지 않으셨던 어머니가 범인검거 소식을 듣고 크게 우셨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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