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2016] 청송 국가지질공원 Geo-tourism <20> 노루용추계곡

  • 류혜숙객원
  • |
  • 입력 2016-08-30   |  발행일 2016-08-30 제13면   |  수정 2021-06-17 18:22
사라진 시간의 흔적 ‘노루용추’…‘龍’ 떠난 자리 노루가 슬그머니?
20160830
노루용추는 청송군 청송읍 월외리 노루용추계곡 초입의 작은 폭포 아래 형성된 폭호를 말한다. 바닥까지 훤히 보이는 맑은 물과 암석, 그리고 초록의 숲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노루용추에서 관찰되는 퇴적암(작은 사진).
20160830
드론으로 촬영한 노루용추계곡. 노루용추계곡은 월외리에서 너구동으로 이어지는 동서로 긴 계곡으로, 월외계곡이라고도 한다.

 

용이 살다 떠난 못을 어여쁜 노루가 슬그머니 샘터 삼았을까, 고요하고 아늑한 노루용추. 앙증맞은 폭포 아래 적이 넉넉한 폭호다. 숲을 세워 몸 숨기고 옷깃 열어 하늘빛 정히 받는 은벽하고 감미로운 자태인데, 어리고 맑은 낯빛에 무고한 비밀이 서려 있다. 아주 오래전, 노루용추가 태어나기 전, 한때의 시간이 통째로 사라졌었다는 땅의 내력. 그것은 아무도 찾을 수 없는 사라진 시간이지만, 누구나 볼 수 있는 유산으로 남아 있다.

 

 

#1. 월외의 사라진 시간

청송 주왕산의 북서쪽에 청송읍과 진보면을 경계 짓는 태행산(太行山)이 솟아 있다. 일대에서 가장 높은 해발 933m. 긴 다리로 저벅저벅 큰 걸음 걷는 듯해 ‘태행’이라 부르게 되었을까, 하지만 대부분의 옛 지도에는 월외산(月外山)이라 되어 있다. 달의 바깥이라는 신비로운 이름은 어느 시절엔가 스러졌지만, 산의 남쪽 긴 골짜기는 지금도 월외리라 부른다.


월외리∼너구동 잇는 길이 2㎞ 계곡
이암·사암 퇴적층 위에 화산암 쌓여
계곡 일대 ‘부정합’ 지질현상 나타나

노루용추에서 주왕산 가까워질수록
응회암층이 두꺼워져 주상절리 이뤄
달기폭포는 수직절리가 침식돼 형성


월외리에서 너구동으로 이어지는 동서로 긴 계곡을 월외계곡 혹은 노루용추계곡이라 한다. 계곡에는 태행산과 금은광이 등지에서 시작된 괘천(掛川)이 동에서 서로 흐른다. 괘천은 흘러흘러 계곡의 동쪽 해발 350m에서 높고 장쾌한 달기폭포로 떨어지고, 계곡의 서쪽 해발 310m에서 1m 남짓한 깜찍한 폭포로 다시 한 번 떨어진다. 이 작은 폭포 아래에 펼쳐진 폭 6m, 깊이 2m 규모의 폭호를 ‘노루용추’라 하니, 계곡의 이름은 여기에서 왔다.

노루용추 일대의 지질은 좀 특이하다. 아래에는 붉은 갈색 빛의 이암, 그 위에는 녹회색의 사암, 그 위에는 연회색 빛의 화산암이다. 이암과 사암의 퇴적층 위에 화산암이 덮개처럼 놓여 있는 것이다. 퇴적층은 백악기 중기에 형성되었다. 주왕산이 만들어지기 전이다. 화산암층은 백악기 후기에 형성되었다. 수차례의 화산 폭발로 주왕산이 만들어질 때, 그 두툼한 가슴을 형성한 응회암층이 슬금슬금 뻗어와 달기폭포를 지나 여기 월외리의 노루용추에 닿은 것이다. 퇴적층의 시간과 응회암층의 시간 사이, 백악기의 중기는 통째 어디로 갔나?

그 사이, 사라진 시간 동안 어떤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 어쩌다 퇴적이 중단되었거나, 난데없이 지층의 일부를 잃어버렸거나 하는. 이후 응회암이 다시 퇴적되었다. 이처럼 ‘퇴적이 중단되거나 퇴적층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그 위에 다시 퇴적되는 것’을 ‘부정합’이라 한다. 노루용추 주변에서는 경사진 퇴적층 위에 울퉁불퉁한 회색빛 화산암이 쌓여있는 부정합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그 분명한 경계면이 시간의 공백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2. 부정합의 차별침식이 만든 노루용추

노루용추가 형성된 것은 퇴적층이 시나브로 사건사고의 시간을 보내고, 이후 화산암층이 쌓인 그 다음의 일이다. 퇴적암류는 일반적으로 화산암류에 비해 풍화와 침식에 약하다. 이처럼 상부가 강하고 하부가 약할 경우, 침식 속도의 차이에 의해 절벽면이 형성되며 절벽부를 따라 물이 흘러내리면서 폭포를 이룬다.

화산암으로 폭 덮여 있던 한동안 퇴적암은 안온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흐르던 물이 화산암의 틈새로 스며들었고, 틈은 점점 커져 결국 암석 덩어리로 떨어져내렸다. 이로 인해 소규모의 낙차가 생성되었고, 덮개를 잃은 퇴적층은 민감하게 반응하며 빠르게 침식되어갔다. 그러한 동안 화산암도 느리지만 꾸준히 침식되었다. 암괴 주변에 그득한 잔자갈들이 그 조각들이다. 낙차가 작으니 폭호의 깊이는 깊어지지 않고, 침식은 지속되니 폭포는 자꾸만 후퇴한다. 결국 노루용추의 미래는 더 먼 후퇴와 더 넓은 폭호다.

#3. 수직절리의 침식이 만든 달기폭포

노루용추에서 동쪽으로 오를수록, 주왕산과 조금씩 가까워질수록, 응회암층은 점점 두꺼워진다. 응회암은 고온의 화산재가 쌓여 식으면서 만들어진다. 냉각으로 인해 수축되고 용접한 듯 단단해지는데, 그 과정에서 체적이 줄고 수직으로 갈라져 기둥 모양의 주상절리를 이룬다. 주상절리는 쉽게 풍화되지는 않지만 절리를 따라 무너져 내려 가파른 단애를 만든다. 노루용추에서 동쪽으로 오를수록, 수직절리와 단애들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그 절정이 달기폭포다. 청송 8경 중 하나로 월외리 지명을 따 월외폭포라고도 부른다.

높이 11m의 물줄기가 힘차게 떨어져 내린다. 폭우 같은 폭포다. 달기폭포는 주왕산 응회암의 수직절리에 의한 절벽이 침식되어 형성된 폭포다. 아래에는 큼직한 암석들이 뒹굴고 있다. 언뜻언뜻 육각기둥 형상의 암괴들도 보이는데, 이들은 수직 절리에서 떨어져 나온 것임을 지시한다.

폭포의 낙차는 큰데 폭은 좁고 수량은 많다. 비교적 좁지만 아주 깊은 폭호가 발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달기폭포의 폭호를 용소(龍沼)라 한다. 용이 승천한 곳이라는 전설이 있고, 명주실 한 타래를 다 풀어도 바닥에 닿지 않을 만큼 깊었다고도 전해진다. 지금 달기폭포 곁으로 무지개다리가 놓여 있고 도로가 지나간다. 도로를 내면서 깊었던 용소는 많이 얕아졌다. 그러나 결국 달기폭포의 미래는 조금씩 물러서는 후퇴와 지금보다 깊은 폭호다.

백악기는 1억4천500만년 전에서 6천600만년 전 사이의 시간이다. 청송에는 백악기의 어느 때와 특별한 사건이 만나 낳은 놀라운 지형과 지질이 많이 있지만 노루용추에서 달기폭포까지, 약 2㎞ 거리의 노루용추계곡은 유별나다. 여기에는 백악기 7천만년이라는 시간이 늘어서 있다. 미숙한 땅의 감별사라 할지라도 찾아볼 수 있는 땅의 내력, 시간이 우리에게 남긴 노루용추계곡이라는 유산이다.

글=류혜숙<여행칼럼니스트·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초빙연구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드론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전임길 객원기자 core8526@naver.com

▨ 참고= △청송국가지질공원 홈페이지 △국가지질공원 홈페이지 △청송의 향기
공동 기획:청송군


20160830
노루용추에서 조금 올라가면 볼 수 있는 달기폭포. 청송 8경 중 하나인 달기폭포는 주왕산 응회암의 수직절리에 의한 절벽이 침식되어 형성된 폭포다.

■ 태행산 산악자전거 코스...월외리엔 장난끼공화국...노루용추계곡의 새 명소

청송읍과 진보면을 경계 지으며 파천면 고개~중대산~태행산~노루용추계곡으로 이어지는 구불구불 산길 14㎞. 청송의 새로운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태행산 산악자전거(MTB)코스다. 2008년 개설된 이후 주기적으로 산악자전거 대회가 개최되고 있으며, 평소에도 개인이나 동호인 단체들이 많이 찾고 있는 곳이다. 

 

울창한 소나무숲 터널, 깊은 협곡, 험한 오르막, 굽이굽이 굴곡이 심한 능선 등 지옥 코스가 어우러져 산악자전거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산 정상에 가까울수록 아름드리 소나무가 빽빽하게 늘어서 장관을 이룬다. 노루용추계곡은 이 코스의 종점에 해당된다.

노루용추계곡이 있는 월외리에는 또다른 명소가 있다. 바로 장난끼공화국이다. 장난끼공화국은 주왕산의 ‘기(氣)’와 인간의 ‘끼’, 과학과 문화예술이 융합된 신개념 관광지다. 옛 월외초등에 조성되어 있다. 2012년 전국 10개 지자체와 상상나라국가연합을 조직해 조성한 관광지로, 생활과 휴양이 결합된 명소로 자리잡았다. 지역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행정보

청송읍에서 동쪽으로 3㎞ 거리에 달기약수터가 있고, 다시 동쪽으로 약 6㎞를 더 들어가야 비로소 월외리다. 

월외 탐방지원센터에서 임도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청송 사람들이 부러 찾아와 물을 떠간다는 일명 ‘산삼 썩은 약수’가 길가에 솟아나고 있고, 조금 더 오르면 노루용추다. 

목재 데크 탐방로를 따라 조금 내려가야 된다. 

노루용추에서 조금 더 올라야 달기폭포다. 

달기폭포 상류의 계곡도 아름답다. 

차 한 대가 지나갈 만한 길이다. 

한산한 날에는 차로도 갈 수 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