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태 원장의 한의학칼럼] 한의학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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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30 08:23  |  수정 2016-08-30 08:23  |  발행일 2016-08-30 제23면
[이상태 원장의 한의학칼럼] 한의학 어디로 갈 것인가

사전에서 한의학(韓醫學, Korean medicine)이란 한국에서 기원해 꾸준한 교류를 통해 발전한 고유 의학이다. 즉 수천 년 동안 이어오면서 국민 건강을 살펴온 우리나라의 전통 의학인 것이다.

중국 최고의 의학서적인 황제내경에도 “폄석침술이 동방에서 전래하다”라는 구절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고조선 때부터 침술 등이 발달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학문의 운명이 바뀐 건 일제강점기 을사늑약 다음해인 1906년이다. 1899년 고종황제의 명으로 광제원이 설립되어 서민들의 질병을 치료하게 하였고 아울러 서양의학의 보급에도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을사늑약 이후 당시 고문관이던 일본인 의사장이 예고도 없이 서양의학 시험을 보아 이에 낙제했다는 명목으로 우리 의사들을 광제원에서 축출해 버렸다. 이는 수천 년 동안 민족의 건강을 돌보아 왔던 의사들, 즉 지금의 한의사들이 일본인에 의해 공공의료 부문에서 강제 축출된 중요한 사건이다. 이후 광제원은 1907년에 몇몇 기관과 통합되어 대한의원(大韓醫院)으로 개원했으며, 이 개원식엔 한의사가 한 명도 참석하지 못했다. 이 대한의원은 1910년 조선총독부의원으로 개칭되었으며 이후 경성제국대학을 거쳐 광복 후에 서울대학교병원이 된다.

하지만 광제원 축출 이후 일제의 탄압에 한의사들은 음지에서 길고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고, 이후 우리 의학의 맥이 단절됐다. 1952년에 한의사 제도가 부활된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국가의 전통을 살려나가야 할 국립대학교에 한의과대학이 한 군데도 설치되지 않았다. 광제원에서 끊어진 맥이 아직도 완전히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60여년이 지난 지금도 한의학은 제도적으로 제대로 자리를 못 잡고 후유증을 겪고 있다.

한류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지만 한의학은 흥행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에서는 ‘Chinese medicine’으로 통용되고 있고 ‘Korean medicine’은 명함도 못 내미는 실정이다. 우리 민족이 능력이 부족해서인가. 절대 그렇지 않음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건 개인이나 소규모 단체의 능력으로는 어렵다. 대한민국 정부는 정책적 결정을 해야 한다. 한의학의 과학화, 체계화를 지원해서 국민의 건강을 더욱 보살피고 더 나아가 한류 한의학을 세계에 알려 국가적 브랜드를 높일 것인가, 아니면 일제강점기의 과오를 되풀이할 것인가.

중국에서는 제1의 국가기술로 중의학을 천명하고 엄청난 국가적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와 법령의 미비로 기초적인 진단장비 하나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과학화와 체계화가 늦어지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누구의 눈치를 보고 머뭇거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국민과 환자의 편에 서서 정책을 추진하길 바란다. <대경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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