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과시 TK 중진, 黨지도부 대거 입성 “지역위한 구심점돼야”

  • 이영란
  • |
  • 입력 2016-09-06   |  발행일 2016-09-06 제4면   |  수정 2016-09-06
[20대 국회 개원 100일] <2>대구경북 의원 정치적 위상 커져
20160906


닻을 올린 20대 국회 벽두, TK(대구·경북)의 정치적 위상은 한결 높아졌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주요 당직이나 국회직에서 ‘PK(부산·울산·경남) 우대-TK 박대’로 규정되던 지난 19대와는 확실히 다른 출발이다. 야권 내 TK 정치인들의 존재감도 예전에 비할 바가 아니다. 반면, 우려도 없지 않다. 4선, 3선 비슷한 ‘크기’로 성장한 중진들이 제각각의 정치적 목표를 향해 뛰면서 지역현안 해결이라는 공동목표보다는 “나부터 살고 보자”는 각자도생의 길에 빠져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대와는 확연히 다른 출발
최고위원·사무총장 등 맡아
정책 결정때 지역엔 긍정적

4선의원 당내 몸값도 상승
내년 대선 정권재창출 위해
TK만의 새 정치문화 필요

◆새누리당 지도부 대거 입성

우선 TK 중진들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새누리당 8·9전당대회에서 대구의 3선 조원진(대구 달서구병), 경북의 3선 강석호 의원(영양-영덕-봉화-울진)이 선출직 최고위원에 당선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TK 정치권이 새누리당 지도부에 2명 이상의 선출직 최고위원을 입성시킨 것은 옛 한나라당 시절 강재섭 대표 체제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당 3역으로 꼽히는 사무총장에 재선의 박명재 의원(포항남구-울릉)이 5일 지도부로부터 재신임을 받았다.

앞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표단 선거에서는 경북의 3선 김광림 의원(안동)이 정책위의장 자리를 꿰찼다. 정책위원회의 수석부의장 자리는 재선의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이 맡았다. 이처럼 당내 주요 당직에 TK 정치인들이 자리 잡음으로써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지역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여지가 한층 커졌다고 볼 수 있다.

◆4선 의원들의 몸값 상승

TK 정치권의 또 다른 수확은 지역 4선 의원들의 몸값이 부쩍 커졌다는 점이다.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구을)이 새누리당 8·9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을 잡는 데는 실패했으나, 정치권에서는 그를 이번 전대의 최대 수혜자로 꼽고 있다. 당초 6명의 후보 중 가장 늦깎이 출마자였지만, 비박(非박근혜)계 단일 후보로 추대되는 기염을 토하며 덩치를 키웠다는 의미다. 다만, 주 의원이 이번 전대에서 비박 주자로 자리매김한 것이 향후 정치적 행보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주목되는 부분이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4선의 최경환 의원(경산)은 ‘백의종군’의 힘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애당초 최 의원이 부총리를 마치고 당으로 복귀했을 때 20대 국회 전반기 당대표가 될 것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이 별반 없었다. 그러나 그는 4·13총선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불거진 선거참패 책임론 속에 은인자중하다가 결국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전대에도 관여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김무성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 비박계 단일화를 추진하자, 이를 반박하며 ‘이정현 대표’로의 친박표 결집을 이끌었다는 후문이다. 이른바 친박계 좌장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한 최 의원은 정권재창출에 역할을 하면서 점차 스스로의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유승민 대권주자 반열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과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구갑)은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그동안 이명박·박근혜를 이어갈 대선주자감은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했다. 그러나 4·13총선을 통해 이들 두 사람이 ‘보수’와 ‘혁신’의 대표 주자로 여의도 정치권에 회자되면서 ‘반기문-문재인’으로 대표되는 현재 대선 경쟁구도를 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여기에 대구 출신인 더민주 추미애 대표가 제1야당의 대표가 된 것도 여의도 정치사에 기록될 만한 일이다.

이처럼 20대 국회개원 벽두 대구·경북의 중진 성적표는 19대와 비교하면 일취월장한 측면이 있다.

사실 19대 후반기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체제에서 TK 인사는 당 지도부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때문에 19대 국회 내내 TK 정치권은 ‘온실 속의 화초’에서 벗어나 야성을 키워야 된다는 지적에 시달려야 했다.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으로,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타성에 젖어 스스로 정치적 성장을 하는 데 미흡하다는 비판이 집중됐고, 결국엔 20대 공천에서 대거 물갈이 되기에 이른 것이다.

◆새로운 TK만의 정치문화 필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TK만의 정치문화를 형성할 때가 왔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체제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보여준 TK의 결집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면서 “당내 권력 지형에서는 변방에 머물러 있던 지난 19대에 비해 TK 정치권의 존재감은 확실히 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TK 중진을 바라보는 지역민의 시선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중앙 무대에서 ‘큰 힘’을 쓰기 위해서 의원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TK 중진들이 그럴 능력이 있는지, 전체의 이익보다 개인적인 욕심을 먼저 따지는 성향은 아닌지, 큰 인물이 되어서도 지역의 이익을 외면하지 않을 정치적 도의와 배포를 갖추었는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지역의 한 인사는 “박근혜 대통령 이후를 생각해 TK 정치권도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해야 할 때가 됐다”며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중앙 정치권에서 당당하게 자리매김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4·13총선 이후 4선 중진 3명이 나름의 정치색을 내고 있는데, 최경환 의원의 경우 총선 패배 책임론으로 잠수를 탄 이후 아직까지 역할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이제 당내 주류의 구심점으로서 표면적 역할에 나서야 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