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둘레길 108㎞ .10] 제7구간 우록백합나무길(하) 달성군 가창면 목백합나무 군락지∼녹동서원(4.4㎞)슬

  • 임훈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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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07   |  발행일 2016-09-07 제13면   |  수정 2016-09-07
남지장사·녹동서원…400여년 전 임진왜란의 역사현장 오롯이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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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취재에 나선 대구트레킹연맹 회원들이 비슬산둘레길 제7구간 후반부를 걷고 있다. 대부분이 콘크리트 포장 도로여서 걷기에는 어렵지 않지만, 내리막이어서 천천히 걷지 않으면 무릎이 아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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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 녹동서원 숭의당의 모습. 녹동서원은 임진왜란 당시 귀화 장수 모하당 김충선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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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동서원 오른편에 위치한 달성한일우호관 내부. 우호관 내에는 한·일 역사와 전통의상, 생활양식과 관련한 다양한 소장품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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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한일우호관 입구의 일본식 고양이 인형인 마네키네코(복고양이) 조형물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왼쪽 앞발을 들고 있는 것은 손님을 부른다는 의미다.

‘비슬산둘레길 108㎞’ 10편에서는 비슬산둘레길 제7구간 우록백합나무길 10.1㎞ 중 후반부 4.4㎞를 걸었다. 제7구간 후반부는 대구시 가창면 우록리 목백합나무 군락지에서 녹동서원까지 이어지는 둘레길이다. 거의 대부분 코스가 내리막길이어서 걷기에 편하며 탐방시간은 1시간 전후로 아주 짧다. 둘레길 주변에는 시골 정취 가득한 식당가가 형성돼 있어, 식도락을 즐기는 탐방객들에게는 반가운 구간이다. 제7구간에서는 임진왜란의 역사와도 만날 수 있다. 구간 후반부 주변에는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 유정이 승병을 훈련한 사찰이 있으며, 구간 종점에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귀화한 모하당(慕夏堂) 김충선(金忠善, 1571~1642)을 기리는 녹동서원이 자리잡고 있다.

신라시대 양개조사 창건 남지장사
삼국유사 집필한 일연 중창 주장도
임진왜란 땐 승병훈련장으로 사용

日귀화장수 김충선 모신 녹동서원
철폐령으로 훼철됐다 1885년 재건

녹동서원 우측의 달성한일우호관
참혹했던 전쟁의 수많은 유물 전시


#1. 목백합군락지~우록2교(3.8㎞)

제7구간 전반부 종점, 목백합군락지의 상쾌함을 뒤로 한 일행은 임도를 따라 길을 걷는다. 콘크리트 포장 임도여서 걷기에 무난하지만, 내리막이어서 천천히 걷지 않으면 무릎에 부담이 갈 수 있다.

목백합군락지에서 800m를 내려가자 임도가 끝나는 지점의 삼거리에 도착한다. 삼거리 주변의 빈터가 넓다. 인근 농가에서 키우는 염소 몇 마리가 둘레길 주변에서 서성인다. 사람이 물끄러미 쳐다봐도 제 일에만 집중할 뿐이다. 오로지 빈터에 난 잡초에만 관심 있어 보인다. 방목된 닭 몇 마리도 수풀을 헤치며 먹이를 찾고 있다. 평소 관심 밖이던 가축들의 분주하면서도 자유로운 일상을 바라보니 오히려 부럽다는 생각마저 든다. 일행은 삼거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오른쪽 둘레길로 발걸음을 뗀다.

삼거리부터는 여느 평범한 마을길과 다름없는 분위기다. 길은 차량이 지날 만큼 넓지만, 민가가 거의 없어 지나는 사람도, 차량도 만날 수 없다. 최근 조성된 듯한 콘크리트길이 이어져 있어 산중이라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또한 길 곳곳에 비슬산둘레길 안내판이 있어 어렵지 않게 길을 찾을 수 있다.

길을 따라 한참 내려가자 오른쪽에 우록저수지가 보인다. 우록저수지를 지나 1㎞를 더 내려가면 5~6곳의 식당이 계곡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있다. 모두 닭과 오리 요리로 유명한 식당들이다. 백숙이나 구이로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곳 식당가는 평일에도 손님이 꾸준히 몰린곳이다. 주말이 되면 대구시내에서도 이곳의 식당가를 찾는 이들이 많아 문전성시를 이룬다. 마침 일행이 우록리를 방문한 날이 복날이다. 평일이지만 말복 더위를 피하고 음식으로 몸의 기를 북돋우려는 사람들로 둘레길 주변 식당가는 왁자지껄하다. 산중계곡의 식당가를 통과한 일행은 다시 둘레길 여정을 재촉한다. 식당가 초입에서 400여m를 더 걸은 일행은 우록2교가 위치한 삼거리에 도착한다. 오른쪽의 우록2교를 건너야 둘레길 여정을 이어갈 수 있지만, 시간이나 체력의 여유가 된다면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남지장사를 한 번 둘러보는 것도 좋다.

남지장사는 신라 신문왕 4년(684) 양개조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삼국유사를 집필한 일연이 남지장사를 중창했다는 주장이 있지만 확실치는 않다. 일연이 비슬산에서 20년 이상 수행을 했다는 사실로 미뤄봤을때, 남지장사와 일연이 관계가 없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사명대사가 승병들의 훈련장으로 사용했다. 삼거리에서 남지장사까지의 거리는 우록2교에서 목백합나무군락지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2. 우록2교~녹동서원(600m)

삼거리에서 우록2교를 건넌 일행은 둘레길 여정을 계속해서 이어간다. 일행은 곧 둘레길 왼쪽에 위치한 농산물직거래장터에 도착한다. 우록1리 회관 맞은편에 위치한 농산물직거래장터는 겨우 비만 피할 수 있는 간이 시설이지만 ‘직거래 장터’라는 이름답게 구색은 갖추고 있다.

직거래 장터의 터줏대감은 마을 할머니들이다. 이날도 할머니 몇 명이 부채를 부치며 좌판 앞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플라스틱 박스를 뒤집어 만든 좌판에는 가지, 풋고추, 오이를 비롯해 호박, 양파 등 방금 수확한 신선한 채소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스티로폼 박스 안에 담긴 감식초 색이 노르스름하다. 쳐다만 봐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장터 옆의 정자에서는 농사일에 바쁜 마을 할아버지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며 망중한을 보내고 있다.

장터를 지나 자동차 도로를 따라 걷는다. 저 멀리 녹동서원이 보이기 시작한다. 녹동서원은 임진왜란 당시 큰 공을 세운 모하당 김충선을 모신 서원이다. 1789년 지방유림들에 의해 창건됐으며,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됐다가 1885년 재건됐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김충선은 임진왜란 당시 참전한 왜군, 즉 일본인이었다는 사실이다. 김충선의 본명은 ‘사야가’로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가신이었던 가토 기요마사 휘하의 부장으로 참전했다. 평소 조선침략의 부당함을 지적한 김충선은 부하 3천명을 이끌고 조선에 귀화했다. 이후 사야가는 경주와 울산 등지의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웠다. 선조는 곧 사야가에게 김충선이란 이름을 하사한다. 김충선은 임진왜란 외의 전란에서도 활약을 펼쳤다. 정묘호란, 병자호란 때에도 공을 세워 ‘삼란공신’으로도 불린다.

조선과 조선 백성을 도운 김충선의 행적을 생각하며 걸음을 재촉한 일행은 드디어 둘레길 제7구간 종점인 녹동서원에 도착한다. 녹동서원은 1m 남짓한 황토돌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돌담 사이로 난 문을 통과해 녹동서원에 들어선다. 가장 먼저 일행을 맞이하는 것은 3개의 작은 기와지붕이 얹힌 향양문(向陽門)이다. 풀이하면 ‘햇볕을 향하는 문’이라는 뜻이지만, 남쪽 방향의 고향을 그리워한 김충선의 마음이 담겨 있다. 향양문 뒤로는 숭의당이 보이고, 숭의당 오른쪽 뒤편으로 김충선의 영정이 모셔진 녹동사가 위치해 있다.

녹동서원 오른편에는 달성한일우호관이 위치해 있다. 김충선이 일본 출신이었기에 달성한일우호관에는 수많은 일본인들이 방문하고 있다. 우호관 앞에는 일본식 고양이 인형인 ‘마네키네코(복고양이)’가 왼쪽 앞발을 들고 있다. 고양이가 오른쪽 앞발을 들고 있으면 돈을, 왼쪽 앞발을 들고 있으면 손님을 부른다고 한다. 손님을 부르는 복고양이의 환대를 받은 일행은 우호관 내부로 들어선다. 우호관 내부에는 김충선과 임진왜란 관련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조선군과 왜군의 갑옷에서부터 조총 등의 무기류에 이르기까지 당시 참혹했던 전쟁의 모습을 증언하는 수많은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하지만 한·일 교류, 우호와 관련한 전시물도 상당수다. 임진왜란 이전의 한일교류사와 조선통신사 그림 등 양국의 교류 역사를 보여주는 여러 자료가 전시돼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 참고문헌= 대구의 뿌리 달성, 디지털청도문화대전
▨ 동행취재= 대구트레킹연맹 신태문·서태숙·성정열
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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