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삼악산(三岳山·해발 654m, 강원도 춘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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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09   |  발행일 2016-09-09 제36면   |  수정 2016-09-09
‘펄떡’ 튀어오를 듯…의암호 속 붕어섬 보는 재미
용화·청운·등선 3개 봉우리라 삼악산
들머리부터 험한 바윗길 가파른 경사
흥국사·삼악산성 등 후삼국 궁예 흔적
하산길 절벽 사이에 두고 잇단 폭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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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암호 속 붕어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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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직전 전망대에서 본 동봉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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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선폭포 주변의 협곡.

소양강과 의암호를 지나 북한강으로 이어지는 호반을 끼고 우뚝 솟은 삼악산은 주봉인 용화봉, 청운봉, 등선봉 세 봉우리의 산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악자가 들어가는 산이 험하다고들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짧은 코스이지만 험하고 거친 산이다.

의암호 도로변에 상원사로 오르는 길목의 의암매표소가 들머리다. 매표소 앞 넓은 데크에서 짐정리를 마치고 산길로 들어선다. 입구부터 크고 작은 바윗덩이의 너덜길이 이어진다. 7분 정도 오르니 삼악산장을 지나고 경사는 더 가팔라지면서 작은 골짜기 사이로 길이 나 있다. 호흡을 고르고 한번 쉬어갈 장소를 찾다가 상원사 앞 빈터에서 멈춰 선다. 의암호를 내려다보며 자리잡은 아담한 절집이다. 바위벽을 병풍으로 두른 대웅전 뒤로 산왕전, 칠성각 편액이 나란히 걸린 삼성각이 있다. 요사채가 전부인 작은 사찰이지만 신라시대의 사찰로 천년 고찰이다.

감로수로 목을 축이고 ‘깔딱고개 0.35㎞’라고 적은 이정표를 따라 오롯한 길을 10분여 오르면 깔딱고개 능선에 닿는다. 그늘진 바위아래서 잠시 휴식하는 동안 느껴지는 바람에 분명 가을 냄새가 묻어난다.

여기서 정상 방향은 오른쪽으로 틀어 오르는 바윗길이다. 깔딱고개까지의 길은 워밍업 정도이다. 깔딱고개라고 적은 이정표가 여기서부터 깔딱고개 시작이라 말하는 것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로프를 잡고 오르거나 ‘ㄷ’자 모양의 철재 구조물 발판을 딛고 오르는 등 한발 한발 신경을 쓰면서 올라야 하는 구간이다.

이 정도의 경사지대 같으면 대부분 계단을 놓거나 데크를 깔아 쉽게 오르도록 만들었을 텐데, 이 구간은 최소한의 훼손으로 탐방로를 개척한 것이 역력히 보여 매번 산을 찾는 한 사람으로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더듬듯 바윗길을 오르다 작은 돌 하나를 집어 든다. 보석이 박힌 듯 유난히 반짝이는 돌. 돌에다가 금가루를 묻혀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주변 바위나 돌들이 다 그렇다. 일행 중 한명이 “노다지네, 노다지”라며 녹이면 금이 나오겠다며 너스레를 떤다.

바윗길을 오르면서 오른쪽 아래로 춘천시가지와 의암호가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공간을 몇 곳 지나는데, 의암호 가운데 떠있는 붕어 형상의 붕어섬이 눈에 들어온다. 지형이 붕어를 닮아 붙여진 붕어섬에는 태양광 집열판을 섬이 생긴 모양대로 빼곡히 채워두었다. 인위적이긴 하지만 붕어 아가미에서 꼬리로 이어지는 측선까지 표현한 것이 재미있다.

바윗길을 오르는 구간에서 따가운 햇살을 받다가 나무그늘 속에서 잠시 쉬었다 가다를 반복하며 30분을 오르니 동봉으로 부르는 작은 봉우리 위에 올라선다. 안부로 잠시 내려섰다가 올라선 봉우리는 데크를 깔아놓은 전망대다. 오른쪽 아래 의암호 상류로 눈을 돌리면 멀리 소양댐과 경운산, 봉화산 등 올망졸망 줄지어선 춘천의 산들이 조망된다. 정면으로 오뚝한 봉우리가 정상인데 5분 정도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서야 한다. 너덜길이긴 하지만 바윗길보다는 걷기가 수월하다. 오석에 새긴 정상표석이 있을 뿐, 숲에 가려 조망은 없다.

정상에서 서쪽능선은 박달재를 지나 청운봉으로 이어지고, 하산은 등선폭포 이정표를 따라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정상까지 오를 때와는 다르게 경사는 급하지만 흙길이다. 약 300m를 내려서면 넓은 초지가 형성된 숲인데 ‘큰초원’으로 표지목이 서있다. 주능선과는 다른 세상에 온 듯해 어리둥절하다. 큰초원을 지나 오른쪽으로 돌아나가면 ‘333계단’의 이정표가 있고, 그 아래로 자연석을 다듬어 쌓은 계단이 놓여있다. 호기심이 많은 일행이 헤아리며 내려가더니 200이란 숫자까지는 소리를 내어 헤아리더니 잠시 조용하다가 마지막에서야 ‘332, 333. 딱 맞네”라고 한다.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정확히 333계단인 모양이다.

한 굽이를 돌아 내려서니 ‘작은초원’을 지나고 오른쪽으로 계곡이 가까워진다. 수량은 많지 않으나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제법 청량감을 준다. 계곡 바닥까지 내려서자 건너편에 흥국사로 건너는 나무다리가 놓여있다. 흥국사는 후삼국시대 후고구려 왕이었던 궁예가 왕건에게 쫓기다가 터를 잡고 세운 절이라는데 규모는 부속암자처럼 아담하다.

흥국사를 한 바퀴 돌아 나오자 오른쪽 계곡 사이에 성곽의 흔적이 남아있다. 강원도 문화재인 삼악산성인데 궁예가 왕건에게 패하여 군졸들과 함께 피신해 온 곳으로 전해지는 성이다. 흥국사에서 계곡을 따라 25분가량 내려서면 협곡의 터널을 지나는 것처럼 깎아지른 절벽을 사이에 두고 연이은 폭포와 소를 만나게 된다. 먼저 주렴폭포를 지나 철계단을 내려서면 선녀탕이 절벽 아래에 있고 백련폭포, 승학폭포를 연이어 지난다. 맨 아래에 등선폭포는 연이은 폭포 중에서도 으뜸이다. 바로 아래 원당마을 입구에 형성되어 있는 매점과 상가들이 관광지임을 증명하는 듯하다. 고소하게 구워낸 감자부침개며 동동주가 유혹을 한다. 일행들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춘천에 왔으니 닭갈비는 먹어봐야지. 막국수가 좋을까? 행복한 고민을 안고 춘천 시내로 향한다.

☞ 산행길잡이

의암매표소-(30분)-상원사-(15분)-깔딱고개-(60분)-전망대-(25분)-정상(용화봉)-(25분)-333계단-(30분)-흥국사-(30분)-등선폭포-(15분)-주차장

호반의 도시 춘천까지는 다소 먼 거리지만 춘천의 삼악산은 여름철에는 등선폭포~흥국사를 오르는 계곡이 좋고, 가을이면 주능선의 단풍이 아름다워 산꾼들의 사랑을 받는 산이다. 의암호, 소양댐이 가깝고, 강촌휴양지 등 다양한 주변 볼거리와 먹거리는 산행 후에 얻는 보너스다. 상원사나 흥국사에서 식수를 보충할 수 있으며, 의암매표소를 지나 상원사 정상을 돌아 등선폭포까지 코스를 잡으면 약 6㎞로 4시간이면 넉넉하다.

☞ 교통

중앙고속도로 춘천IC에서 내려 서울방향 46번 경춘 국도를 따라 약 9㎞ 가면 의암리 의암대로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갓길로 빠져나와 옛 경춘로를 따라 우회전으로 1㎞ 가면 의암쉼터가 있다. 왼쪽으로 의암호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넌다. 다리를 건너 우회전으로 약 400m를 가면 상원사 입구 의암매표소(내비게이션: 강원도 춘천시 서면 박사로 159)가 나온다.

 대구시산악협회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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