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자, 대동여지도’ 차승원 “김정호 닮아 캐스팅…차줌마의 소탈한 매력 그분에게도 있지 않을까요”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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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12 08:20  |  수정 2016-09-12 08:21  |  발행일 2016-09-12 제24면
20160912
최근 예능에서 인간적이고 소탈한 매력을 보여준 차승원은 역사 속 인물 김정호를 해학과 웃음을 지닌, 인간적 진심이 느껴지는 인물로 재창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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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도 욕심도 있는 인간미 녹여
전국 절경 보고 이땅 사랑하게 돼
우포늪에선 정말 김정호가 된 듯
데뷔 30년…많이 부드러워졌다


“내가 봐도 김정호 선생님의 초상화와 싱크로율이 90%더라. 강우석 감독님이 그것 때문에 나를 캐스팅했다고 하는데 그건 정확히 모르겠고.”(웃음)

차승원의 3년 만의 스크린 행보는 조선의 땅과 민중의 삶을 사랑한 고산자 김정호의 삶에 조심스럽게 투영됐다. 권력과 시대의 풍랑 속에서도 지도에 생을 바친 김정호의 드라마틱한 삶, 여기에 30여년간 한국영화계를 이끌어온 강우석 감독의 첫 사극 도전이라는 의미까지 더해지면서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한동안 잠잠했던 사극 열풍의 불씨를 살릴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근 브라운관을 통해 인간적이고 소탈한 매력을 보여준 차승원은 그 동력원이다. “내가 그 분의 정신과 삶을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되었다”는 차승원은 역사 속 인물 김정호를 해학과 웃음을 지닌, 인간적 진심이 느껴지는 인물로 완벽히 재창조했다. “현장에 나타나는 순간부터 완벽히 김정호가 되어 있었다”는 강우석 감독의 찬사를 이끌어냈을 만큼 그 모습은 실로 인상적이다. 그렇게 자신을 내려놓고 홀가분한 느낌으로 돌아온 차승원. 자신이 갖고 있던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었지만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최근 예능 ‘삼시세끼’를 통해 보여준 섬세하고 소탈한 매력이 영화에 고스란히 녹아든 느낌이다.

“감독님과 그 부분에 대해서 얘기했다. 지금보다 웃음을 덜 주느냐, 더 주느냐에 대해서인데 나는 후자쪽이었다. 그런데 감독님은 이 인물이 되게 스트레이트하기를 바랐다. 나는 그보다 인간이기에 나쁜 구석도 있고 욕심도 좀 있는 인물로 그려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어차피 위대한 업적을 남긴 분이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니까 좀 빈 구석이 많은 인물로 묘사하면 후반부 그가 평생을 추구하고 집착했던 목판본의 놀라운 탄생과도 극적인 대비가 이뤄질 것 같았다. 정말 대동여지도 목판본을 보면 ‘이걸 어떻게 만들었을까’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지 않았던 천재 예술가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바로 떠올랐으니까. 그런 절충 끝에 만들어진 인물인데 다행히 반응은 나쁘지 않다.”

▶김정호는 어떤 사람인가.

“그 분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들이 있다. 예를 들어 백두산에 7번 올라갔다든지, 전국 8도를 걸어서 지도를 만들었다는 얘기들이다. 솔직히 그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았을 것 같고. 다만 그 분이 처음 소개된 게 1920년대니까 당시 조선 정부의 무능함, 양반사회의 잘못된 계급과 우월주의에 대한 일종의 반발심리로 김정호 선생을 약간 신화적 인물로 만든 건 있을 거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전에도 지도나 지리지 등을 꾸준히 만들어왔던 분이다. 그렇다면 지도를 만들 때 책상머리에만 앉아서 했을까? 아닐거다. 목판을 만든 것도 대량생산하겠다는 의도였다. 아마 개인적인 욕망이 있었다면 이를 가지고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목판을 만든 건 지도에 미쳤기 때문이고, 대중에게 이를 많이 보급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좀더 풍요롭게 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너무 위대하지 않나.”

▶카메라에 담긴 백두산은 경이로웠다.

“CG가 아니라고 말하면 또 놀란다. 나도 백두산은 처음이고,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하늘이 열렸다’며 안내하는 분도 이렇게 청명한 천지를 보는 건 일년 중 고작 며칠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말 행운이라고 했다. 천지의 색깔, 산의 모양새, 하늘의 삼등분이 아주 절묘하게 눈 앞에서 펼쳐지는데 입이 딱 벌어졌다. 현실같지 않은 느낌이랄까. 산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반할 만큼 너무 아름답고 장엄하고 경이로웠다.”

▶황매산, 왕피천, 여자만 등 한국의 아름다운 절경이 많이 담겼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넓었나,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나’라며 연신 감탄했다. 동시에 우리나라 땅덩어리가 너무 좁아 갈 곳이 없다고 생각해왔던 내 자신을 깊이 반성했다. 그렇게 위대하고 고마운 자연이 친구처럼 늘 내 옆에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모르고 살았다. 그냥 너무 쉽게 변하고, 빨리 소모하고, 좁은 시각으로만 아등바등하며 살았던 것이다. 많이 반성하고 깨달았던 시간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다면.

“창녕 우포늪이다. 굉장히 추운 겨울, 해가 거의 질 때쯤 그 곳을 걷고 있는 장면을 찍었는데 정말 김정호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백두산에 올랐을 때는 그냥 차승원이었다면, 늪지대를 걸을 당시는 김정호가 품었던 뭔가를 마음에 담고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데뷔한 지 30년이 됐다. 그때와 비교해서 가장 많이 달라진 건 뭔가.

“일적으로 욕심이 많이 없어졌다. 그 전까지는 일에 대한 욕심과 아집이 엄청났다. 정말 내가 생각하기에도 징글징글할 정도로 독선적이었고 독기까지 서려 있었다. 내가 좋으면 남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더라도 스스로 용납이 됐고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했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하면 많이 유해졌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굳이 좋아한다는 얘기나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고 되도록이면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을 안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않을 건 가족에 대한 생각이다.”

▶도시적 이미지를 벗어던진 ‘삼시세끼’ 출연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어떤가.

“‘배우가 너무 예능으로 소비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근데 나는 원체 예능을 좋아한다. 특히 ‘삼시세끼’는 멤버들 간의 끈끈함이 정말 좋다. 제작진도 출연자들에게 뭔가 더 하길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도 하기 싫으면 안 하고.(웃음) 배고프니까 뭔가를 만드는 거고 쉬고 있는 걸 카메라가 찍는 거다. ‘영화를 찍으려 하니 예능은 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은 안 한다. 내가 가는 길이 있으니까.”

▶레시피는 미리 준비하나.

“아니다. 메뉴가 정해지면 다 즉석에서 만든다. 물론 100가지를 요리한다고 다 맛있지는 않다. 다만 전반적으로 맛이 없지는 않다는 것이다.”

▶계속 할 생각인가.

“글쎄, 잘 모르겠다. 늘 시즌이 끝날 때는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삼시세끼’를 사랑하게 됐다. 재밌기도 하고.”(웃음)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김현수 프리랜서 dada245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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