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삶’ 쪽방촌 합동차례

  • 김형엽,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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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13 07:32  |  수정 2016-09-13 07:32  |  발행일 2016-09-13 제8면
대구 쪽방상담소 11년째 마련
나홀로 명절 지내는 거주민들
가족처럼 서로 보듬도록 배려
‘더불어 삶’ 쪽방촌 합동차례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12일 오후 대구시 서구 쪽방상담소에서 쪽방 거주민들이 합동차례를 지내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모두 조상님께 예를 갖춰서 절 두 번씩 올리세요.”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12일 오후 6시쯤 대구시 서구 평리동 희망드림센터 지하 1층 개미산 북카페에서 조금 이른 차례가 치러졌다. 가족과 친지들을 만나지 못하고, 홀로 명절을 보내야만 하는 쪽방촌 주민을 위해 대구쪽방상담소에서 마련한 행사다.

쪽방상담소의 명절 합동차례는 올해로 11년째다. 어려운 이웃에겐 명절이 평소보다 더욱 소외감을 느끼기 쉬운 데다 사고 위험도 크다고 판단해 해마다 이들이 함께 어울려 차례를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강정우 쪽방상담소 사무국장은 “명절 연휴가 지나면 여기저기서 비보(悲報)가 들려오곤 하는데, 이 같은 작은 도움의 손길로나마 극단적인 선택을 막고 삶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 명절 기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에 대구시는 독거노인생활관리사를 통해 이틀에 한 번씩 안부 전화를 돌리고, 쪽방상담소에서는 연휴 동안 지원활동이 없어 끼니를 굶을까봐 전통시장 상품권 등을 전하고 있다.

이날 차례상엔 마을기업 ‘따신밥한그릇’에서 보내온 전과 나물, 탕국 등 총 24가지의 음식이 정성스럽게 차려졌다. 50여명의 쪽방촌 주민이 모여 큰절을 올리고 조상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담아 술잔을 올렸다.

합동차례 참석 5년째인 김모씨(59·비산동)는 “쪽방 생활을 한 지 어느덧 5년째다. 명절이 되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는데 합동차례 행사가 있다고 해서 2012년부터 참석했다”며 “혼자서 지낼 때는 번듯한 차례상을 차리지 못하지만, 합동차례를 올리면서 조상께 마음을 전달해 기쁘다”고 말했다. 김씨는 2년 전 직장암 수술을 해 일을 할 수 없어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고 있다.

또 다른 쪽방 거주인 박모씨(59)는 “쪽방 주민 대부분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단출한 음식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명절을 보내기 일쑤”라며 “명절이면 더 커지는 소외감과 우울감을 떨칠 수 있고, 남은 음식 등을 싸갈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박씨는 현재 ‘건축 아카데미’ 자립활동에 참여해 목공, 미장 등의 일을 배우고 있으며, 7년 전 상담소의 도움으로 쪽방에서 나와 서구 내당동 원룸으로 이사를 갔다.

이날 행사는 쪽방주민 인문학 강좌로 시작해 합동차례식을 올린 뒤 음복(飮福)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행사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쪽방 거주민의 손에는 상담소에서 마련한 선물세트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선물을 마련한 윤승걸 자원봉사능력개발원 원장은 “오늘 하루 여기 모인 사람들이 모두 한가족이라는 생각으로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형엽기자 khy041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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