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독특한 콘셉트로 SNS 홍보…골목 안 가게도 손님 ‘북적’

  • 김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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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0 07:22  |  수정 2016-09-20 10:09  |  발행일 2016-09-20 제16면
젊은 외식 창업가 트렌드를 바꾸다
임대료 싼 주택가에 작은 가게 오픈
젊은층에 맞춘 가격·제품으로 승부
특색있는 분위기로 입소문 타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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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중구 교동시장 인근에 있는 한 카페에서 손님들이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시고 있다(위). 중구 동인동에 위치한 베이커리 카페에서 손님들이 빵을 고르면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6가지의 빵을 만들어 파는 이곳은 만들면 금세 팔려나가 빈 쟁반이 눈에 띈다.

작지만 특색있는 외식가게들이 도심의 동네 골목으로 스며들고 있다. 목 좋은 상권에서 벗어나, 독특한 콘셉트와 맛으로 승부를 거는 젊은 창업자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는 것.

최근 SNS의 발달로 인해 맛과 멋을 갖춘 작은가게들이 인기를 모으면서 외식업종 창업 트렌드마저 바뀌는 추세다. 임차료 부담이 높은 상권에서 탈피, 도심 주택가나 노후된 골목 등지에 가게를 차려놓아도 SNS 덕분에 어렵지 않게 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동네가게는 2천개 넘는 태그가 붙을 정도로 SNS이용자 사이에서 ‘성지(聖地)’로 불린다.

지난 17일 오후 대구시 중구 교동의 한적한 골목. 유독 한 햄버거 가게만 고객이 북적거렸다. 유니폼을 갖춰 입은 20대 청년 4명은 주방에서 연신 햄버거 패티를 굽고 포장을 하며 고객을 맞이했다.

이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는 김민수씨(27)는 1년 동안 창업을 준비해 가게를 연 지 석달째 접어들었다. 그는 “6개월은 지나야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SNS에 그의 가게를 검색하면 벌써 2천800개 넘는 글이 올라 와 있다.

김씨는 “나부터도 어딜가나 똑같은 프랜차이즈 가게를 좋아하지 않았다. 창업을 위해 시장조사를 하던 중 20∼30대 소비자도 나와 같이 작지만 특색있는 가게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총 39.6㎡(12평)로 1층엔 주방, 2층엔 테이블 8개뿐인 이곳의 콘셉트는 미국의 한적한 시골에나 있을 법한 햄버거 가게다. 수제버거의 맛을 추구하되, 제품을 만드는 속도나 가격은 젊은 층의 성향에 맞추고 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최근 국내에 상륙한 미국의 유명 햄버거를 맛보기 위해 서울에도 갔다 왔다. 그는 “젊은이의 입맛을 사로 잡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중구 동인동에 위치한 베이커리 카페는 문을 연 지 석달쯤 됐다. SNS에는 2천500개의 관련 글이 올라오며 20∼30대 사이에서 이른바 ‘핫한’ 카페로 통한다. 일반 카페에서 파는 냉장 디저트가 아닌 금방 만든 빵과 신선한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이 가게의 장점. 메뉴도 많지 않다. 빵은 크루아상, 크렌베리 바게트 등 6가지, 음료는 맥주를 제외하면 커피, 에이드 등 9가지다. 하지만 이 가게 종사자들이 온종일 빵을 만들어도 모자랄 정도로 인기가 있다.

대학생 이진영씨(24)는 “금방 만든 빵이라 더 맛있고 분위기도 좋아 자주 오는 편”이라고 했다. 약 300㎡(90평) 규모의 가게에는 고객이 빵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도록 주방을 꾸며놓았다.

또 고객이 여유롭게 빵을 먹을 수 있도록 테이블 9개를 비치했다. 17일 오후 추석연휴에도 이들 테이블은 만석을 이뤄, 어쩔 수 없이 빵을 포장해 가는 고객도 있었다.

가게를 운영하는 홍사광씨(31)는 “동성로보다 이곳 보증금이 5분의 1 정도로 싸고, 요즘 SNS로 홍보가 이뤄져 시내에서 걸어올 수 있을 정도면 괜찮겠다는 생각에 이곳에 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교동 인근의 한 카페도 특색있는 음악으로 젊은 고객을 모으고 있다. 36.9㎡(11평)의 작은 가게에 간판마저 크지 않지만, SNS에선 4천개의 글이 올라올 정도로 인기다. 가게에는 값비싼 가구가 아닌 콘크리트 벽돌과 나무판자를 이용해 만든 의자와 테이블이 있으며, 팝, 일렉트로닉,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었다. 1년 가까이 이 가게를 운영해 온 송수진씨(34)는 “잠시 앉았다 갈 수 있는 정도로 의자를 배치했지만 음악 때문에 오래 머물다 가는 손님도 있다. 다른 카페에선 틀지 않는 음악을 들려주는 전략이 먹혀든 것”이라며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한테도 좋은 노래가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요 상권에서 떨어져 있고, 대형 프랜차이즈도 아닌 이들 젊은 외식창업자의 성공 원인으로 ‘개인창업’과 ‘SNS’를 꼽았다. 개인창업을 선택하면서 스스로 시장조사를 하고 자신만의 개성이 확연한 제품을 만들어 냈고, 젊은 층이 SNS를 많이 사용하면서 동네골목에 가게를 차려도 특색만 있다면 고객에게 쉽게 알려질 수 있다는 것.

강신규 미래창업경영원 대표는 “소비자가 획일화된 제품에 피로감을 느껴 특색있는 맛집이라면 숨어있더라도 기꺼이 찾아가려는 경향이고, 앞으로도 이같은 젊은 창업자의 성공 사례를 많이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김미지기자 miji469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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