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일의 방방곡곡/길을 걷다] 충북 괴산 도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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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3   |  발행일 2016-09-23 제37면   |  수정 2016-09-23
도명산 기슭엔 첨성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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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계곡의 하이라이트인 송시열 선생의 암서재와 맑은 물, 기암괴석이 비경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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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초기에 조성되었다는 낙양사터의 선각 마애삼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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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암의 기운 찬 형상과 전서체 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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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궁암은 송시열 선생이 효종을 추모하기 위해 엎드려 울었다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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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산 정상 암반 위에 자라는 신비의 자금색 소나무와 아스라한 산과 계곡.

충북 괴산 도명산 트레킹은 화양구곡으로 유명한 화양동 계곡 초입, 드라마 상도의 촬영장으로 널리 알려진 경천벽을 지나 주차장이 들목이다. 그 아름다운 화양동 계곡을 역류로 해서 걷는다. 유장하게 흘러가는 물과 기암괴석이 깔린 계곡, 주변의 산과 푸른 숲은 왜 이 계곡이 예부터 시인 묵객의 사랑을 받았는지 알게 한다. 길가에 괴산의 아이콘인 느티나무가 줄지어 서있다. 안내문에는 화양동 터줏대감 느티나무라고 되어있다. 느티나무는 늦게 티가 난다고 느티나무다. 다른 나무는 잎과 꽃이 있을 때 아름답지만, 느티나무는 잎이 지면 그 미끈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고 뽐낸다. 우리나라는 마을마다 느티나무를 심는다. 느티나무는 벌레가 없다. 그러니까 새가 오지 않는다. 새 똥이 없다. 땅속의 물을 빨아 올려 90%는 밖으로 내놓는다. 따라서 느티나무 아래는 시원하다. 무더운 여름날 느티나무 아래는 마을 사람들의 최적 피서지다. 우리 선조들의 구애는 총각이 느티나무 가지를 품에 안았다가 꺼내 처녀에게 준다. 그리고 총각이 처녀에게 “느티나무 아래로 오세요” 하면 프러포즈가 되는 것이다. 얼마나 아름답고 낭만적인가. 그러니까 그들의 사랑은 저 느티나무처럼 수줍고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화양계곡 거슬러 걷는 천하절경 코스
우암이 효종 추모하며 통곡한 읍궁암
제자 기르고 칩거한 기암괴석 위 암서재
화양서원 옛터 주위엔 묘소도 고스란히

비경 즐기며 잠시 멈춰선 기슭 바위 위
알고보니 한밤 별자리 관찰한 첨성대
‘도명산 1景’낙양사 터 30m 암벽 마애불
5개 바위 뒤엉킨 山頂 자금색 노송 신기


◆기암괴석 위로 흐르는 청옥같이 맑은 물

다리를 지나 맑은 물이 소를 이루고, 구름의 그림자가 투명하게 비친다는 운영담을 보며 걷는다. 구름과 물은 한 핏줄이다. 구름이 비가 되어 내리고, 비는 물이 되어 흐른다. 천하절경이라는 화양계곡을 거슬러 걸으며 보는 자연은 천연염색의 빛깔이다. 읍궁암의 안내를 보고, 계곡으로 내려가 읍궁암 위에 서본다. 조선시대 효종대왕은 북벌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41세에 승하하였다. 이에 송시열은 크게 슬퍼하며, 새벽마다 이 너럭바위에 활처럼 엎드려 통곡하였다. 하여 읍궁암이라 불렀다.

그 아름다운 길 오른편에 중국 명나라 두 황제 신종과 의종의 위패를 모신 만동묘와 화양서원의 옛터가 잘 남아있다. 주위에는 노론의 영수였던 송시열 묘소도 있다. 이내 금사암이 나타난다. 기암괴석과 수려한 암반위로 청옥같이 맑은 물이 흐르고, 물가에는 금모래가 쌓여 한낮의 햇빛에 금빛으로 반짝인다. 아직 푸른 연정에 물들어 있지만 골바람 불면 찌르레기 소리와 닮은, 갈잎의 노래가 귀를 적신다. 계류 건너 이 계곡의 하이라이트로 가장 아름다운 암반과 기암괴석 위에 암서재가 있다. 송시열이 제자를 기르고 칩거한 행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미려하고 탄성을 연발하는 경치에 숨마저 가빠온다. 잠시 멈추어 서 비경의 경관에 빠져본다. 다시 걷는다. 도명산 기슭 층암을 이룬 첨성대를 본다. 그 바위 위에서 별자리를 관찰하였다 한다.

큰 바위가 구름을 찌른다는 능운대를 지나고, 계곡가 큰 바위가 용이 꿈틀거리듯, 와룡암이 나타난다. 한문으로 쓴 전서체 음각이 선인들의 자취를 엿보게 한다. 작은 다리가 나오고, 건너면 학소대다. 거대한 바위 위에 낙락장송 소나무가 있다. 옛날 백학이 둥지 틀고 새끼를 쳤다는 노송은 아름다운 화양동 계곡을 거느리는 신선처럼 품위가 있다. 이제 도명산까지는 오르막이다. 우거진 숲과 여기서부터 도명산의 작은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돌계단과 비탈길을 걷는다. 한 시간 후 마애삼존불입상 앞에 선다.

◆사통팔달 산정상엔 산의 파노라마

옛 낙양사 터의 삼존불인 마애석불은 도명산 1경이다. 고려 초기 것으로 30m 수직암벽에 선각으로 새겼다. 큰 암석 군이 기암괴석으로 엉켜 신비하고 기이한 경관을 만든다. 아침 해가 뜰 때, 그 찬란한 기운으로 빛 무리가 영롱한 이곳에 마애불을 새긴 것은 경탄할 일이다. 그러나 한때 여기는 무속인들의 장터이기도 했다. 그만큼 기도의 힘이 듣는 곳이다. 소원과 신내림을 이루고자 하는 기도자들이 줄을 이었다. 돋을새김한 좌협시불 발 끝에 샘이 있다. 이런 암벽군에 청정수가 솟는 참 샘이 있다니, 석간수는 자연이 만든 가장 신비한 물이다. 한 쪼기 마셔본다. 차갑고 달디 단 맛에 정신이 아뜩하다.

거대한 5개의 바위가 뒤엉켜 이룬 도명산 산정에 선다. 이건 숫제 사통팔달이다. 사방에 산의 파노라마가 파도처럼 보인다. 백두대간의 13산과 북으로 군자산 칠보산, 군자산 너머 송덕리 그 어드메쯤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는 꽃말을 가진 미선나무 군락이 있겠지.

남으로 공림사에서 넘어오는 절고개, 낙영산 조봉산 더 멀리 묘봉 상학봉 코뿔소 바위는 감탄의 붓으로 그린 산수화다. 아래로 화양동 계곡이 마치 아마존의 아나콘다처럼 놀람의 풍치로 꿈틀거린다. 도명산 산정, 그 바위 군에 잘 자라지 못한 노송이 여기저기 서있다. 여느 소나무와 격이 다르다. 바위 위에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세월의 비바람을 견딜 수 있었는지. 참으로 불가사의하다. 그래서 그런지 산정 곳곳에 서 있는 소나무는 황금색이 아니고 자금색이다.

다시 화양동 계곡을 내려 본다. 화양동 계곡은 원래 황양나무(회양목)가 많아 황양동이라 불렀으나, 송시열 선생이 중국을 뜻하는 화(華)와 일양래복(一陽來復)의 양(陽)을 따서, 화양동으로 고쳐 불렀다.

◆홍명희 고향 동부리도 눈앞에

저 계곡의 방향, 물 따라 흘러가면 괴산읍이 있고, 벽초 홍명희의 고향 동부리도 나온다. 홍명희가 쓴 임꺽정은 ‘살아 있는 우리말 사전’이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인 1940년 일제의 가혹한 탄압으로, 조선일보에 연재하던 ‘임꺽정’을 중단하였는데, 광복 후 미완의 소설 ‘임꺽정’을 완성하라는 주위의 주문에 홍명희는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처럼 미완으로 그냥 두는 게 좋다고 하였다. 의미심장한 답변이다.

산정에서 보는 하늘과 산, 물과 숲의 조망이 도시의 때를 세척해 준다. 저 위대한 자연의 녹색 환경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UC버클리의 바르노스키 교수는 2011년 네이처지 3월호에 “지구온난화 등 환경의 변화로 6번째 생물 대멸종이 일어날 것”이라며 현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를 하였다. 오싹하고 섬뜩한 내용이다.

만약 기후변화로 생물이 멸종한다면 거기에 인류도 포함되는 것이다. 2100년에는 경북에 사과가 재배되지 않는다고 한다. 무서운 말이다. 기후문제는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의 문제이며, 지구전체의 문제다. 이상기후는 이미 우리 가까이 와 있다. 저 울창한 숲이 새로운 나무 군으로 바뀌고 그 나무 군이 다시 탈바꿈을 못하면 지상에서 생명은 사라지리라. 돌아가는 길은 원점 회귀다. 우리 삶이 한바탕 꿈이듯 돌아가는 길 또한 아름다운 길을 걸어가는 꿈속 같았다. 화양동은 그만큼 비경이었다. 글=김찬일<시인·대구문협 이사>

사진=김석<대우모두투어 이사>
kc12taegu@hanmail.net

☞ 여행정보

▶트레킹코스: 경천벽~주차장~운영담~읍궁암~금사담~능운대~와룡암~학소대~마애삼존불~도명산~첨성대~금사담~읍궁암~운영담~주차장

▶문의: 속리산 국립공원 화양동 분소 (043)832-4347, 괴산군청 (043)830-3114

▶내비게이션 주소 : 충북 괴산군 청천면 화양동길 81

▶주위 볼거리: 괴산 동부리 홍명희 생가, 선유동, 괴산 송덕리·추점리·율지리 미선나무 자생지, 공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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