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화의 패션스토리] 패션과 예술의 조화로운 만남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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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3   |  발행일 2016-09-23 제40면   |  수정 2016-09-23
갤러리가 된 패션
20160923

패션은 그 자체로 하나의 아트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예술 작품을 옮겨 담는 캔버스이자 스케치북의 역할도 한다. 이번 시즌 아트 피스를 컬렉션에 그대로 담아낸 갤러리의 역할을 한 디자이너는 누가 있을까.

◆구찌

매 시즌 개성 넘치는 강한 콘셉트로 미디어의 주목을 듬뿍 받고 있는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이끄는 구찌는 매 시즌 다양한 예술 사조와 유물을 런웨이에 담는다. 출처가 확실치 않은 요소들이 하나의 룩에서 재조합, 묘하게 충돌하며 일으키는 시너지가 매혹적이다.

이번 시즌에도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구찌의 상징적인 G 로고를 무단으로 사용한 유명 아티스트인 ‘더 구찌 고스트’의 트레버 앤드루의 그라피티를 차용해서 그 충돌을 시도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무드의 우아한 프린트에 방금 스프레이로 낙서를 한 듯한, 그야말로 자유분방한 그라피티가 올려져 구찌가 추구하는 상반된 것들의 묘한 매치를 그려내는 듯한 느낌을 성공적으로 완성했다.


발렌시아가·프라다·마르니·페라가모
디자인에 아티스트 협업·예술사조 차용
신화 속 그림 등 컬렉션에 그대로 담아
패션으로 미술 작품을 보는 듯한 즐거움


◆발렌시아가

발렌시아가는 이번 2016 F/W에서 이 시대에 필요한 재조합과 정립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창시자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아카이브와 베트멍에서 익숙하게 봤던 90년대식 젊은 감성을 우아하게 조화시킨 것이다.

베트멍의 뎀나 즈바살리아가 선보이는 액세서리 역시 마찬가지다. 1920년대 유럽 귀족들의 공예품을 디자인하고 제작했던 오스트리아 출신 칼 아우뵈크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일상적이지만 유머러스한 코드가 있는 액세서리를 선보였다. 예를 들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옷핀의 비율과 모양을 새롭게 디자인한 이어링 같은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발렌시아가의 유머이자 예술이다.

◆프라다

예술을 사랑하는 프라다의 미우치아 프라다는 프랑스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토프 슈맹과의 협업을 택했다. 남성복, 프리 폴(pre-fall), 그리고 여성복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며 패션과 아트의 협업이 이번 2016 F/W 컬렉션의 키워드임을 강조했다.

프라다는 기존의 크리스토프 슈맹의 일러스트를 직접 활용하는 대신 신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고전적인 그림부터 사인펜으로 그린 듯 한 키치한 일러스트까지 각각의 컬렉션의 테마와 어울리는 새로운 일러스트를 탄생시켰다. 그렇게 창조된 크리스토프 슈맹의 그림은 화이트 셔츠, 풀 스커트와 원피스를 캔버스 삼아 프라다의 이번 시즌 쇼피스에서 아름답게 전시되었다.

◆마르니

‘디자인이란 진지한 재미를 추구하는 일’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으로 실용적이고 유쾌한 동시에 아름다운 가구를 만든 임스 부부는 마르니 패션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다른 시대, 다른 분야의 브랜드지만 서로 꼭 닮은 두 브랜드는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블록쌓기처럼 다양한 컬러가 조합된 임스 부부의 모듈식 서랍장처럼 하나의 원단에 컬러를 뒤섞은 패브릭, 구슬장식 옷걸이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은 둥근 단추 장식 등은 유쾌하고 사랑스럽다.

◆페라가모

페라가모는 1920년대 예술 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실험적 시도로 가득 찬 디테일이 있는 패치 워크’라는 뜻의 아상블라주(입체적 작품)를 주제로 컬렉션을 열어갔다. 바우하우스 시절 즐겨 사용하던 원색적인 컬러 분할과 직선 프린트를 룩의 전체적인 무드로 사용해 경쾌한 느낌을 선사했다.

페라가모는 특히 바우하우스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인 전설적인 아티스트 오스카르 슐레머의 조형적인 발레리나 실루엣을 볼드한 골드 귀고리로 표현함으로써 그 시절 예술 사조에 경의를 표했다.

패션저널리스트 mihwac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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