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우택 10분 질문에 황교안 총리 40분 ‘엿가락 답변’

정진석 “밥 먹고 합시다”//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으로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23일 밤 국회에서 열린 교육, 사회, 문화분야 대정부질문 도중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황교안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의 식사시간을 이유로 정회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을 놓고 국무위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추진하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의 상정을 어떻게든 미루고자 하는 새누리당의 입장을 고려, 국무위원들이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시간 끌기에 나서는 듯한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국회법상 질문자의 발언 시간은 15분, 의사진행발언은 5분으로 제한되지만 국무위원의 답변시간에는 별다른 제한이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한 때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를 통해 해임건의안을 자동 폐기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신청 전에 본회의가 개의하는 바람에 무산되면서 결국 이런 방법까지 동원하게 된 것. 해임안은 본회의 보고 후 72시간 안에 표결에 부쳐져야 하는데, 22일 오전 10시3분에 접수된 해임안이 표결 처리되는 것을 25일 오전 10시3분까지만 저지하면 자동 폐기된다는 계산에서다.


노동개혁법안 원론적 질문에
이기권도 ‘교과서 낭독 답변’

野 “金구하기 눈물겹다” 비판
답변시간 제한없어 속수무책


실제, 이날 오후 대정부질문에서 새누리당 의원 차례가 되면 답변에 나선 국무의원들이 평소보다 답변 시간이 길어졌다. 오후 3시5분쯤 새누리당의 두번째 질문자로 나선 정우택 의원은 자신의 모두발언과 질문은 짧게, 황교안 국무총리의 답변은 길게 하는 방식으로 55분가량을 끌었다. 황 총리의 답변만 40분을 끌었다. 이번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은 의원 한 명당 보통 30분 안팎이 소요됐다.

뒤이어 단상에 오른 새누리당 임이자 의원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19대 국회에서 추진한 노동개혁법안의 핵심, 노·사·정 대타협의 내용 등 원론적인 질문을 던졌고, 이 장관은 관련 내용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교과서적인 답변을 했다. 이에 참다 못한 더민주 의원들이 “적당히 하세요. 이제”라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이 장관의 ‘교과서 낭독 답변’은 이어졌고, 야당의 항의를 받은 정세균 의장이 이 장관에게 “답변을 핵심 위주로 하셔야 할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새누리당 김석기 의원(경주)의 질의 차례를 앞두고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여당 의원들이 저녁식사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며 국회 의장단을 점거해 본회의는 30분가량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 간 서로 고성을 쏟아냈고, 의사일정이 중단되면서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이 형식적으로는 대정부질문이라는 외피로 시간끌기 방해 꼼수로 일관하고 있다”며 “정부에 의한 필리버스터라는 듣도 보도 못한 초유의 의사방해를 목격하고 있다. 김재수 일병 지키기가 눈물겹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 수석부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 재석한 정부관계자를 대거 소집해 시간끌기를 목표로 한 답변 늘이기를 요청한 장면이 다수에 의해 목격됐다”고 주장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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