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싸움 펼치는 ‘원전마을 벽화’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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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4   |  발행일 2016-09-24 제6면   |  수정 2016-09-24
벨기에 정부 “도엘, 항만시설로”
예술가들은 작품 만들며 저항
자본과 싸움 펼치는 ‘원전마을 벽화’
벨기에 원전마을인 도엘의 건물 외벽에 그려진 벽화.

아무리 유럽이라도 ‘문화를 통해 살아남기’가 반드시 성공하지는 않는다. 벨기에 원전마을인 도엘이 그렇다. 도엘은 7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도엘의 주민들은 강제 이주를 당했다. 1천명의 주민 가운데 현재 18명만 거주하고 있다. 최근 문화예술가들이 벽화를 그리면서 거리 전시장으로 변화하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는 게 당초 정보였다. 막상 찾아간 도엘은 스산했다. 수많은 벽화들이 눈에 띄였지만, 거리는 적막했다. 일부 관광객들이 보였지만, 활기찬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도엘의 문제는 원전이 아니다. 원전은 지난해말 문을 닫아야 했지만, 아직 운전 중이다. 도엘 주민들은 원전 가동에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도엘의 황폐화는 안트워프 항구 때문이다. 벨기에 정부는 도엘을 컨테이너 적재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주민들을 압박하고 있다. 벨기에 아티스트들이 벽화를 통해 도엘의 재건을 꿈꾸고 있지만, 불투명하다. 온 마을을 캔버스 삼아 완성된 그림들은 도엘을 예술가의 도시처럼 보이게 하지만, 벨기에 정부와 자본의 힘이 지속적으로 도엘을 짓누르는 게 현실이다.

도엘에서 만난 60대 여성 아티스트는 “우리는 원전이 아니라 정부와 항구 회사들에 저항하고 있다. 원전은 오히려 마을의 황폐화를 막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도엘이 재건될 때까지 싸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벨기에 도엘에서 글·사진=조진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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