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 위의 살신성인’ 손수레차 밀어내 KTX사고 막아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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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4 07:48  |  수정 2016-09-24 07:48  |  발행일 2016-09-24 제10면
■ 김천역 열차사고 희생자 2명
감독관 “철로진입 지시 안했다”
작업자 “허락 떨어져 들어갔다”
엇갈린 진술로 사고 수사 난항

[김천] 지난 13일 새벽 KTX 김천(구미)역 인근 열차사고 당시 숨진 선로 작업자 2명은 대형 열차사고를 막기 위해 손수레 차(트롤리)를 선로 밖으로 밀어내다 변을 당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들을 포함한 선로 작업자 7~8명이 급박한 순간에도 작업용 손수레 차를 선로 옆으로 넘어뜨린 덕에 300여명이 탄 KTX 열차가 무사히 지나간 것이다. 철로 위에 자갈 한 개라도 있으면 자칫 열차가 탈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이들의 희생이 열차에 탄 300여명을 구한 셈이다.

23일 김천경찰서에 따르면 당시 작업자 11명 중 3명은 손수레 차를 밀고, 8명은 손수레 차 앞뒤로 걸으며 작업장으로 가고 있었다. 이들은 철로와 침목 주변에 자갈 다지기를 하려던 참이었다. 작업장 50여m를 남겨두고 앞에 가던 한모씨가 ‘열차’라고 고함을 질렀고, 7~8명이 달려들어 손수레 차를 레일 옆으로 넘어뜨렸다. 송모(46)·장모씨(51)는 손수레 차를 밀어내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열차에 받혀 숨지고, 다른 2명은 다쳤다.

작업자 이모씨는 “사고 현장 앞은 곡선형 철로라서 KTX 열차 불빛을 빨리 감지하기 어려웠다”면서 “‘열차~’라는 고함을 듣고 놀라서 한꺼번에 여럿이 달려들어 트롤리를 옆으로 넘어뜨렸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작업반장 김모씨는 “열차 바퀴에 손수레 차 일부가 끼었다면 어떤 사고가 날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며 “초광기·배터리 한 세트가 박살이 난 걸 보면 열차 앞부분이 파손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KTX 열차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사고 7분여 전에 코레일 이모 감독관과 S하도급업체 작업반장 김모씨가 2분여간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경부선 선로에 작업하러 진입해도 ‘된다’ 또는 ‘안 된다’는 통화내용이 없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이 감독관은 “통화를 했지만, 작업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작업반장 김씨는 “평소에는 10분 정도 대기하는데 사고가 난 날은 1시간20분 정도 대기했다”며 “동료 작업자 10명이 ‘감독관에게 연락해 보라’고 해서 모두 지켜보는 상황에서 전화했고 선로에 진입해도 된다고 해 작업하러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작업반장은 또 “이 감독관에게 ‘T1(하행선) 막차가 내려간 것 같은데 작업 들어가도 됩니까’라고 물었고, 이 감독관은 ‘들어가도 된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작업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평소 코레일 이 감독관이 와서 버튼식 자물쇠를 열면 경부선 선로에 들어가 선로·침목 주변의 자갈 다지기를 했다. 그러나 이날은 이 감독관이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일단 이 감독관이 작업 매뉴얼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감독관과 김 작업반장 중 한 명이 거짓말을 하고 있어 이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위반자를 확인하면 업무상 과실치사상혐의로 형사처분할 방침이다.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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