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청승에서 트렌드로…술술 잘 나가는 ‘혼술·홈술 시장’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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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4 08:02  |  수정 2016-09-24 09:36  |  발행일 2016-09-24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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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술도 혼자 즐기는 ‘혼술족’이 늘고 있다. tvN드라마 ‘혼술남녀’의 한 장면. <‘혼술남녀’ 페이스북>

미혼인 30대 직장인 강정훈씨(36)는 얼마 전부터 퇴근 후 혼자 간단하게 맥주 한 잔을 마시는 이른바 ‘혼술’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퇴근길에 마트나 편의점에 들러 그날 구미가 당기는 술과 간단한 안주를 구입한 뒤 집에서 영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서 즐기는 혼술로 지친 하루 일상의 피로를 푼다. 강씨는 “회식문화도 많이 사라지고, 서로 바쁘다보니 주변 친구나 동료와 약속 잡기도 쉽지 않아 혼술을 즐긴다”면서 “내가 먹고 싶은 메뉴·주종을 택해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혼자 여유롭게 적당한 정도만 마시는 것이 혼술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 주목받는 ‘혼술’

1인 가구 증가에 발맞춰 이제는 ‘혼술’(혼자 술마시기)과 ‘홈술’(집에서 술마시기)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혼자 무슨 청승이냐고 기피했지만 ‘혼밥’(혼자 밥 먹기)부터 ‘혼영’(혼자 영화보기), ‘혼행’(혼자 여행가기) 등 나홀로 소비행태가 점점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혼술남녀’라는 제목의 tvN 드라마도 등장해 혼술 인구가 늘고 있는 트렌드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청자의 공감을 사고 있다.


미혼 직장인 76%가 혼술·홈술 즐겨
컵와인·미니맥주 등 소용량 술 인기
저도주 패키지 구입 여성고객도 증가
안주류 소포장제품 판매량 부쩍 늘어



최근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직장인 미혼남녀 412명을 대상으로 혼술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6%가 혼술을 즐긴다고 답했다. 혼술을 즐기는 최적의 장소로는 ‘집’(52%)이라고 답한 이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빈도는 일주일에 2번(45%)이 가장 많았다. 혼술·홈술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결과다.

이처럼 혼술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개인화와 함께 1인 가구가 핵심층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10가구 중 약 3가구(27.2%)가 1인 가구로 조사됐다.

김종태 대구백화점 식품매입팀 대리는 “1인 가구가 새 소비주체로 부상하면서 술도 1인 제품이 인기다. 혼자 마실 수 있는 소용량 와인과 맥주, 막걸리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면서 “1~2인 가구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나홀로 소비 추세는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컵와인 등 혼술 주류 인기

대백프라자 식품관에서는 올 들어 혼술족 관련 주류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15%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백프라자 식품관의 대표 혼술 주류는 컵와인이다. 용량이 일반 와인(750㎖)의 4분의 1 정도인 150㎖와 187㎖로, 가볍게 혼자 마시기 안성맞춤이다. 와인 인구 증가에다 간단히 한 잔 하려는 혼술족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판매량이 늘고 있는 것. 특히 가볍게 와인을 즐기려는 여성 고객에게 인기다.

혼술족을 위해 선보인 일반 와인 용량의 절반짜리인 375㎖ 하프 와인도 매출이 20%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대백프라자 식품관 관계자는 “하프와인보다 더 작은 미니병 와인(187㎖와 275㎖)과 간편하게 캔으로 즐길 수 있는 캔와인(200㎖)도 있다”면서 “소용량 와인의 제품수가 꾸준히 늘어나 현재 20여 종류가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맥주도 소용량의 ‘미니 맥주’가 나홀로 소비시대에 사랑받는 제품으로 떠올랐다.

하이트 맥주는 기존 355㎖와 500㎖의 캔맥주에서 탈피해 250㎖의 ‘하이트 미니 맥주’를 판매 중이다. 용량이 작아지면서 혼자 간단히 먹기 좋고 가격도 저렴해져 일석이조다.

맥주뿐 아니라 막걸리·법주도 소용량으로 출시되고 있다. 국순당에서는 막걸리캔 240㎖짜리를 내놓았고, 경주법주도 200㎖ 용량의 원컵을 판매하고 있다. 저도주인 탄산주·과일주도 혼술족을 겨냥해 제품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관계자는 “올 들어 저도수 과일주나 탄산주 소용량 패키지를 구입하는 여성 고객이 20~30% 크게 늘었다”면서 “전통주·양주·소주 등 귀여운 미니어처 주류도 혼술족에게 인기”라고 전했다.

또한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위스키 시장도 도수와 가격을 낮추고 탄산 캔 위스키를 선보이는 등 혼술·홈술족을 타깃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 혼술 안주도 매출 껑충

혼술족에게 필수인 안주류도 소포장 제품이 인기다. 이마트에서는 소용량 안주인 슬라이스 문어팩(5천200원), 광어·연어 실속팩(각각 7천원대)을 찾는 혼술족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끓이고 조리는 등 별다른 과정이 없이 혼자 안주로 먹기에 적합한 양으로, 최근 혼술 트렌드에 맞춰 판매량이 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문어팩은 다리 하나를 얇게 썰어 놓은 것이고, 광어·연어 실속팩은 보통 횟집에 가면 줄맞춰 나오는 회를 한줄씩 포장해 놓은 정도의 양”이라고 설명했다.

피코크 즉석식품 중 족발·닭발·불고기 같은 상품도 소포장으로 출시돼 싱글족에게 반찬이나 술안주로 인기가 높다. 최근 선보인 생선구이 골라담기나 튀김 골라담기, 낱개 초밥 등도 혼술 안주로 잘 팔린다.

혼술 트렌드에 발맞춰 편의점에서는 냉장안주가 효자 제품이 되고 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2014년 5.4%에 불과했던 냉장안주 매출은 올 들어 지난달 현재 35.7% 증가했다. 계란말이, 소시지, 양념감자 등 메뉴가 다양해지면서 수입맥주와 과일소주 등의 주류와 함께 냉장안주를 구입하는 젊은층의 비율이 부쩍 늘어난 영향이다.

남인호 BGF리테일 건강식품팀 MD는 “혼술 안주인 CU 가쓰오 계란말이가 3개월째 냉장안주 1위를 유지하는 등 안주와 반찬으로 잘 어울리는 1인용 냉장안주가 인기”라며 “앞으로 혼술족을 겨냥한 상품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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