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물 구경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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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4   |  발행일 2016-09-24 제23면   |  수정 2016-09-24

상선약수(上善若水). 널리 회자되고 있는 말이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의미로,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이다.

추석연휴 마지막 날 오전. 이틀 동안 내리던 비도 잦아든 것 같아 강물도 볼 겸 자전거를 타고 금호강변으로 나갔다. 금호강 공항교에서 신천이 금호강과 합류하는 지점을 거쳐 신천 도청교 아래까지 다녀왔다.

일주일 전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다. 공항교에서 금호강을 따라 내려가자 코스모스밭이 강물에 떠내려 온 수초와 쓰레기로 뒤덮여 있는 모습이 안쓰럽게 다가왔다. 좀 더 내려가자 거센 물결을 견디지 못해 최근 심은, 자전거길 옆 느티나무 가로수 네댓 그루가 쓰러져 있기도 했다. 길이 낮은 곳에는 강물 수면이 길과 거의 같았고, 흙탕물이 아직도 길 위를 덮고 있는 곳도 있었다. 강변의 흔적을 보니 물이 한창 흐를 때는 수면이 2m 정도 더 높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바닥의 갈대와 버드나무는 하나같이 하류를 향해 누워 있고, 강변 곳곳에는 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강에 설치된 보를 전부 열어 놓은 상태여서 물이 마음대로 흐르는 것을 보니 마음이 다 시원해졌다. 오랜만에 강다운 강을 보는 듯했다.

신천과 합류하는 지점의 신천 마지막 보도 열어놓았는데, 그곳도 물이 콸콸 흐르고 있었다. 특히 보 아래에 백로 20여마리가 고기를 낚기 위해 수면 위를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그 새들이 고기를 잡는 모습을 보려고 우산을 쓴 채 쪼그리고 앉아 주시하고 있는 사람들 모습도 진풍경이었다. 거센 물결 속에서 물속을 바쁘게 드나드는 오리들도 눈에 들어왔다. 보는 사람에게는 진풍경이지만 그들에겐 생존을 위한 노동일 것이다.

강이 활력을 찾은 것 같아 보는 나의 마음도 생기가 돌았다. 흘러야 될 물이 갇혀 있으면 화가 나고, 화가 쌓이면 화병이 되는 것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낙동강의 녹조현상도 그래서 생긴 병일 것이다. 소통하지 못하는 권력, 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말도 같은 이치다.

옛 사람들이 물을 볼 수 있는 곳곳에 관수정(觀水亭)·관수루(觀水樓)라는 정자나 누각을 지어 세상 이치를 깨달으려 한 마음을 알 것 같다.

김봉규 문화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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