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서 '1달러 지폐 공포'…"쿠데타 연루 증거, 몰래 태워" "

  • 입력 2016-09-24 00:00  |  수정 2016-09-24 21:55
수사당국, '쿠데타 배후' 귈렌 추종자 사이 암호로 의심"

터키에서 1달러짜리 미국 지폐를 쓴다면 주의해야 할 것 같다. 자칫 '쿠데타 배후'로 몰릴 수 있어서다.
 이런 의아한 상황은 떠도는 유언비어가 아닌 터키 언론의 보도에서 비롯됐다.

 터키 언론들은 지난 7월 쿠데타 진압 약 일주일 뒤 쿠데타 사범의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물 가운데 1달러 지폐가 포함됐다고 경찰을 인용해 보도했다.

 터키 정부가 쿠데타 수사과정에서 조사한 펫훌라흐 귈렌 지지자 다수의 소지품이나 집에서 일련번호가 'F'로 시작하는 1달러 지폐가 나왔다는 것이다.

 재미 이슬람학자 귈렌은 쿠데타 진압 당일 터키 정부가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인사다.
 경찰은 F시리즈 1달러 지폐를 귈렌 지지자끼리 통하는 '암호'로 의심하고 있다고 터키 언론들이 전했다.

 터무니없이 들리기까지 하는 '1달러 지폐 암호' 기사는 흥미 위주의 타블로이드신문이 아니라 관영 매체 아나돌루통신을 통해 가장 먼저 알려졌다.

 이 기사는 황당하기도 하거니와 당시 대규모 숙청 정국에 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달초 쿠데타 연루 혐의로 구금된 경제학자 메흐메트 알탄의 집에서도 문제의 F시리즈 1달러 지폐가 나온 것으로 언론에 알려지면서 '1달러 지폐 공포'는 단순히 농담 수준을 넘어섰다.

 너도나도 여행 가방을 뒤져 1달러 지폐를 찾아 일련번호를 확인하기 시작한 것이다.
 24일 터키 매체 휴리예트데일리뉴스의 칼럼니스트는 1달러 지폐 공포가 허구가 아니라면서, 남의 눈을 피해 1달러 지폐를 없애려고 곤욕을 치른 한 터키인의 웃지 못할 사연을 소개했다.

 이 남성은 집에서 F시리즈 1달러 지폐를 발견하고는 놀라 변기에 던져 넣고 물을 흘렸지만 지폐가 내려가지 않았다. 그는 변기에 손을 넣어 지폐를 꺼내 말린 후 태워 없애고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터키인은 아내를 안심시키려고 지폐를 태우는 장면을 찍어 아내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했는데, "증거물을 남기는 것도 모자라 전송까지 하다니 당신 미쳤어요?"라는 반응에 또 한 번 기겁했다. 그는 즉시 파일을 지웠지만 귈렌 지지자로 몰릴까 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미국 정부의 추정치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전세계 1달러 미국지폐 시중 유통량은 약 114억장이다. 일련번호가 F로 시작하는 지폐는 대략 10억장이다.

 이 가운데 몇 장이 터키에 있는지 모르나 1달러 지폐 공포가 만연한 지금, 상당수가 쓰이지 못하고 파기될 처지다.
 칼럼은 "1달러 지폐를 어떻게 없애든 괜찮은데, 변기에서는 잘 내려가지 않으니다른 방법을 쓰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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