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주민, 울먹이며 “불안해 못살겠어요”

  • 송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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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6 07:25  |  수정 2016-09-26 07:25  |  발행일 2016-09-26 제5면
金도지사 “앞장서 해결할테니 걱정마세요”
■ 김관용 도지사, 진앙지서 1박2일
‘道지진복구지원단’ 경주 상주 약속
마을안길 확장 건의에 그 자리서 수락
피해 주민, 울먹이며 “불안해 못살겠어요”
지난 24일 경주시 내남면 비지리를 방문한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지진 피해와 여진 공포로 울음을 터트린 한 주민을 다독이며 위로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지난 24일 9·12 경주지진의 진앙인 내남면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불국사 등 피해현장을 찾아 신속한 복구를 지시하고, 2주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여진으로 공포에 휩싸인 주민을 위로했다. 김 도지사는 특히 이날 대지진 괴소문으로 불안감이 극에 달한 내남면 부지1리 마을회관에서 하룻밤을 묵는 행보를 보였다. 내남면은 이번 지진으로 전체 2천550가구(인구 5천201명) 중 1천108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김 도지사, 진앙지서 하룻밤

경주지진 진앙이며 최대 피해지역 중의 하나인 경주시 내남면 비지리는 이번 지진으로 마을이 쑥대밭이 됐다. 이날 오후 김 도지사가 지붕의 시멘트기와가 일부 붕괴된 이말생씨의 집을 거쳐 골목에 접어들자 박원자씨(여·82)는 김 도지사를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 아들, 며느리 몰래 감춰온 울분이 터진 것. 박씨는 “빚을 내 집을 지었는데 아직 갚지도 못한 상황에서 벽이 갈라지고…, (여진으로) 불안해서 못살겠습니다”라며 울먹였다.

박씨는 주택이 피해를 입은 데다 여진이 계속되자 두 아들 최상덕(52)·상열씨(46), 며느리, 손자손녀들과 함께 집 앞 농산물을 건조하는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상열씨의 집 마당은 지진으로 불쑥 솟아올랐다가 여진으로 내려앉은 상태다. 김 도지사는 박씨를 껴안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도지사가 앞장서서 잘 해결하겠습니다”라며 위로했다. 이어 최대진 건설도시국장에게 “이곳은 경주에서도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지역인 만큼 경북도에서 특별히 신경 써서 복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 김헌진 이장(52)이 주민숙원사업인 마을안길 확장을 건의하자 흔쾌히 수락해 주민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김 도지사는 이어 내남면 부지1리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김 도지사는 이곳 마을회관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주민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특히 불안감, 어지럼증, 불면증 등 주민의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김 도지사는 “9·12 지진은 사상 유례 없는 충격과 공포를 불렀다. 대통령이 방문하고 특별재난지역 지정 등 정부, 경북도, 경주시에서 긴급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경북도는 지진대응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지진복구지원단’을 경주에 상주시켜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불국사·첨성대 복구 시급

이날 김 도지사는 진앙인 내남면 피해 현장 방문에 앞서 불국사와 첨성대를 방문했다. 불국사는 대웅전(보물 1744호) 용마루와 담장 일부가 파손되고 다보탑(국보 20호) 상층 난간석이 내려앉는 피해가 발생했다. 김 도지사는 종우 주지스님으로부터 피해 현황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첨성대(국보 31호)를 찾아서는 “경주와 경북, 더 나아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문화재인 만큼 전문가들과 함께 훼손된 부분을 진단하고 완벽한 보수로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주=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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