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동 안된 무인경보시스템 수분간 기숙사 활보한 괴한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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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6 08:39  |  수정 2016-09-26 08:39  |  발행일 2016-09-26 제9면
■ 여고생 2명 성추행 사건
학교측 “기숙사 비울 때만 작동”
CCTV도 뒷문쪽엔 설치 안돼
학부모·학생들은 불안감 호소

[구미] 구미 A여고 기숙사 침입·성추행 사건(영남일보 9월24일자 10면 보도)의 범인이 아직 검거되지 않은 가운데, 당시 해당 기숙사에는 무인경비시스템이 설치돼 있었으나 학교 측이 작동시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여고 기숙사의 보안이 뚫린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25일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20대로 추정되는 괴한이 지난 22일 새벽 기숙사의 1층 뒷문 잠금장치를 도구를 이용해 파손한 뒤 침입했다. 뒷문은 평소 학생들이 다니지 않는 비상문이지만 무인경비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S무인경비업체 확인 결과, 괴한이 문을 부수고 침입했을 당시 기숙사 경보시스템은 꺼져 있었다. 문이 열리면 자동으로 벨이 울리는 기초적인 장치가 작동됐지만 기숙사 1층에 있던 사감은 괴한의 출입을 눈치채지 못했다. CCTV도 뒷문 쪽에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S무인경비업체 관계자는 “무인경비시스템은 사용자가 보안카드만 있으면 자유롭게 끄고 켤 수 있다. 사건 당시 무인경비시스템이 해제 중이었기 때문에 신고받은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A여고 관계자는 “학생들이 기숙사에 있을 때는 경보시스템을 꺼두고, 기숙사를 비울 때만 작동시킨다. 건물에 사람이 있는 경우, 안에서도 문을 열 수 있기 때문에 경보시스템을 작동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괴한은 기숙사 2층 방 두 곳을 드나들며 자고 있는 여고생 2명을 추행하는 등 수 분 동안 기숙사를 활보했다. 부모들의 불안감은 크다. 지난 24일 오후 2시 A여고 운동장 벤치. 학부모 김모씨(여·49·구미시 도량동)는 주말인 토요일에도 학교에서 수업 중인 고3 딸을 데려가기 위해 교내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수능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학교에서 이런 일이 생겨 걱정이 크다. 학부모로서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들도 자녀가 수업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곧바로 차에 태워 교문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사건 발생 후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불안을 호소하는 학생이 많았다. 기숙사생 B양(3년)은 사건 당시 괴한이 침입했던 기숙사 2층의 다른 방에서 자고 있었다. 그는 “자다가 갑자기 쿵쿵거리며 달려가는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다. 옆방에서 ‘지진이다~’라는 고함 소리가 들리길래 처음에는 지진이 난 거라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괴한이 들어왔다. 잠시 후 경찰관이 범인이 아직 기숙사 내에 있을지 모른다고 해 불안했다”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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