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평온하고 너그러운 화기는 호연지기(浩然之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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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6 07:54  |  수정 2016-09-26 07:54  |  발행일 2016-09-26 제18면
[고전쏙쏙 인성쑥쑥] 평온하고 너그러운 화기는 호연지기(浩然之氣)다
박동규<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서해안 끝자락에 위치한 바위섬인 황도가 있습니다. 전기도 통신도 불가능한 고립된 섬입니다. 배도 선착장이 없어 물때를 맞춰 잠시 정박하는 정도입니다. 사람이 살지 않던 이 섬에 중년의 남자가 홀로 맨몸으로 살러 갔습니다. 왕년에 한 달 50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성공한 사업가였습니다. 사업실패로 위기를 맞아 무기력하고 소외감을 느끼며 좌절감에 사로잡혀 있었던 사람입니다.

사나이는 무인도에서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찬 넓고 큰 기운을 느낍니다. 거침없이 넓고 큰 바다를 보면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갈 용기가 생깁니다. 황도에서 크고 넓게 왕성하게 뻗친 기운인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릅니다.

공손추가 “선생님, 무엇을 호연(浩然)의 기(氣)라고 합니까?” 묻습니다.

맹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 기(氣)는 지극히 크고 지극히 굳세다. 곧은 것을 가지고 길러서 해치지 않으면 천지 사이에 가득 차게 된다”고 말합니다.

호연지기는 평온하고 너그러운 화기를 말하며 기(氣)는 매우 광대하고 강건하며 올바르고 솔직한 것이라 했습니다. 이것을 해치지 않도록 기르면 천지간에 넘치는 우주 자연과 합일하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기(氣)는 옳음과 도리를 따르면 길러지고 이것을 잃으면 시들게 된다는 것입니다. 옳음과 도리는 방향성을 가진 기운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굳센 마음을 얻는 데는 호연지기를 기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송나라 사람이 벼의 싹이 잘 자라지 않는 것을 안타까이 여겨 싹을 손으로 뽑아 올려놓았습니다. 아들이 들판에 나가보니 벼의 싹은 말라 있었습니다. 세상에는 싹이 잘 자라도록 뽑는 사람이 많다고 맹자는 지적합니다. 벼가 잘 자라도록 싹을 뽑아 올리는 사람은 그것이 도리어 무익할 뿐만 아니라 싹을 해치게 됨을 알아야 합니다. 호연지기의 양육도 이와 같습니다.

맹자는 올바름에 대한 내면의 지향성은 몸을 통해 발산되므로 정신적인 것뿐 아니라 물리적인 힘까지도 가지게 된다고 했습니다. 바로 이타심입니다.

‘초인종 의인(義人) 안치범씨’가 그런 경우입니다. 지난 9일 새벽, 서울 마포구에 있는 5층짜리 건물에 불이 났을 때 안치범씨는 먼저 119에 신고를 하고 건물로 다시 들어가 잠든 이웃을 깨웠습니다. 덕분에 원룸 21개가 있는 이 건물에서 사상자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안치범씨는 건물 옥상 입구에서 유독가스에 질식해 11일 만에 숨졌습니다. 그의 빈소에는 휠체어를 탄 대학생을 비롯하여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졌습니다. 안치범씨 덕분에 목숨을 건진 원룸 이웃들도 조문을 와서 “아드님 초인종 소리 덕분에 살았다.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정말 옳음과 도리를 다한 우리 시대 의인입니다.

더할 수 없이 크고 지극히 강한 것을 지대지강(至大至剛)이라 합니다. 호연지기는 지대지강한 기에서 나옵니다. 그 기는 오장육부에서 나오며 인체 내에 충만하여 인의예지로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자신 속에 올바른 것을 쌓아 올리면 인의예지입니다. 그 인의예지의 평온하고 너그럽고 따스하면서도 화창한 기색은 바로 호연지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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