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책상사이] 독서와 사교육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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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6 07:55  |  수정 2016-09-26 07:55  |  발행일 2016-09-26 제18면
[밥상과 책상사이] 독서와 사교육비


국어는 수능시험에서 수험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 중 하나다. 국어는 어릴 때부터 축적된 기초가 있어야 고득점 할 수 있는 과목이다. 문제집 한두 권 풀고, 학원 몇 달 다닌다고 실력이 향상되지 않기 때문에 정말 골치 아픈 과목이다. 국어 문제 중에서도 독서 영역, 다시 말해 비문학 지문은 모두가 어려워한다. 인문계 학생은 과학, 기술 관련 지문에 자연계 학생은 윤리, 사회, 철학 지문에 힘을 못 쓴다. 인문계열 학생은 과학을 공부하지 않고, 자연계열 학생은 사회를 공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 과학도 제대로 공부한다고 할 수 없다. 인문계는 국사를 제외한 사회 9과목 중에 2과목, 자연계는 물화·생·지Ⅰ, Ⅱ 8과목 중 2과목만 공부하면 된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물리 공부 안 한 학생이 기계 공학과에 가고, 화학 공부 안 한 학생이 화공과에 가기도 한다. 부모님 세대는 계열에 상관없이 국·수·영, 사회과학 전 과목에다 공업, 기술, 가정, 제2외국어까지 필수로 공부해야 했다. 이 세대 사람들은 신문이나 잡지를 읽을 때 자신의 전공과 관련이 없는 문장을 접해도 그 내용을 대충은 이해한다.

공부가 재미없고 어려운 이유는 내용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해가 안 되면 어떤 수업 시간도 지옥이다. 그렇다면 이해가 안 되는 이유를 찾아보아야 한다. 배우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예비지식이 없으면 설명을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른다. 바탕 지식이 없으니 선생님 이야기는 구름 위를 떠돌 수밖에 없다. 배경 지식과 예비지식은 왜 부족한가. 성장기 각 연령대에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서를 통해 이해력을 기르지 않으면 국어와 사회는 말할 것도 없고 수학, 과학도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수학, 과학은 잘하는데 우리말인 국어 점수가 안 나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부모들이 많다. 읽기 능력이 부족한 학생은 수학, 과학도 높은 단계로 올라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초중고 시절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많은 책을 읽어 어떤 문장도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감성적인 글은 온몸이 저리도록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논리적인 글은 치열하게 따져가며 읽어 명료하게 이해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중산층’과 ‘신분 상승’이라는 우리 사회의 발전을 이끌어 온 두 축이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자녀 교육비와 전세금 대출 이자를 내고 나면 노후 준비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한다. 이제 우리는 고비용 저효율의 전형인 사교육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선행학습과 맹목적인 반복학습보다는 독서를 통한 이해력 배양으로 지적 근력을 강화시켜 학교 공부만으로 혼자 시험 준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책은 우리를 꿈꾸게 하고, 그 꿈의 실현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추진력과 에너지도 제공해 준다. 독서를 통한 이해력 배양으로 사교육비 줄이기 범국민운동을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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