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경청에서 비롯되는 진정한 ‘배려’의 가치

  •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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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6 07:57  |  수정 2016-09-26 07:57  |  발행일 2016-09-26 제18면
“잠깐 기다려줄래…너 때문에 우리도 말을 못하고 있어”
자기 말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타인 이해하려면 듣는 자세가 중요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경청에서 비롯되는 진정한 ‘배려’의 가치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이는 말 끼어들기 대장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잠시도 참지 못하고 바로 물어봐야 하고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생각과 동시에 입 밖으로 말이 튀어나와야 직성이 풀립니다. 그뿐이 아니에요. 누군가 말을 하고 있으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생각이 나 참지를 못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든, 누구를 만나든 자기가 생각난 이야기는 다 해야 기분이 좋아지는 아이입니다.

오늘도 ○○이는 공부 시간에 선생님의 말씀을 듣다가 기다리지 못하고 말을 했습니다.

“나도 저거 알아요. 저건 말이죠….”

“○○아, 잠깐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좀 기다렸다 하렴.”

선생님은 ○○이의 말을 멈춘 다음에 하던 설명을 계속 했습니다.

“어! 그게 아닌데. 이럴 땐 말이에요….”

“아이참! ○○아, 자꾸만 선생님 말을 끊으면 어떡해? 이것만 얘기하고 너도 말할 차례를 줄게. 잠깐만 기다리세요.”

선생님은 ○○이 때문에 자꾸만 말이 끊기고, 아이들도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집으로 갈 때에도 마찬가지예요.

“오늘 과학시간에 한 실험 정말 재미있지 않았어?”

“정말 그래.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어.”

“나도….”

“에이! 그게 뭐가 신기해? 내가 더 잘할 수 있어.”

○○이는 이번에도 친구의 말을 가로챘습니다. 아이들은 답답했지만 어쩔 수 없이 ○○이가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자동차가 시끄럽게 경적을 울리며 지나갔습니다.

“아이, 시끄러워! 자동차 소리 때문에 시끄러워서 말을 못 하겠네.”

○○이가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그걸 본 친구가 ○○이에게 말했습니다.

“너도 저 자동차와 똑같아. 너 때문에 우리도 말을 못하고 있잖아!”

○○이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배려’란 말을 참 많이 합니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라는 뜻이지요. ○○이는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 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말을 많이 하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말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지나쳐서 다른 사람의 말은 들어주지도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사람이 종종 있습니다. ○○이처럼 말이죠.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것입니다. 상대의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 사람의 마음을 알지 못하면 그 사람을 배려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상대를 배려하는 행동은 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다는 뜻으로 ‘경청’이라는 말을 합니다. 경청(傾: 기울일 경, 聽: 들을 청)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을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은 ‘聽’이라는 글자 속에 있습니다.

한자로 들을 청(聽) 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의 말을 어떻게 들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알 수 있습니다. 聽의 왼쪽에는 耳와 王이 아래위로 놓여있습니다. 귀를 뜻하는 耳와 왕을 뜻하는 王이 함께 있으니, 그만큼 귀로 듣는 것을 귀하게 여기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聽의 오른쪽에는 十과 目, 그리고 一과 心이 차례대로 있습니다. 눈이 열 개이고, 마음이 하나란 뜻입니다. 그러니 상대를 제대로 바라보고,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들으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聽은 듣는 것을 공손히 여기고, 상대를 제대로 보며 마음을 모아 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입니다.

○○이는 상대를 바라보며 마음을 모아 공손히 듣는 자세가 부족했습니다. 그러니 남을 배려하지 못하고 오히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의 아픔을 들어주는 것입니다. 또 남의 기쁨을 함께 기뻐해 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조금 참고 남의 말을 먼저 들어주어야 합니다.

오늘 나는 누구의 말을 가로채지 않았나 생각해 보세요. 내가 한 말 때문에 다른 사람이 마음 아파하지는 않았을지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과연 다른 사람을 바라보며 마음을 모아 공손히 말을 들었는지도 생각해 보세요. 배려의 시작은 경청에서 이루어집니다.

김대조<대구화원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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