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첫 여당대표 단식투쟁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와 관련해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26일 국회 대표실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정진석 원내대표, 정갑윤 의원(앞줄 오른쪽부터) 등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26일 막을 올렸지만 ‘김재수 해임건의안’ 후폭풍으로 첫날부터 파행과 공전을 거듭했다.

26일 국회 및 정부세종청사 등지에서는 법사위·정무위·미방위를 비롯해 12개 상임위원회의 국감이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곳곳에서 파행이 속출했다. 지난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야당 단독으로 국회에서 통과시키면서 새누리당이 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과 야당이 주도한 해임건의안의 통과에 반발, 이날 하루 종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개최하며 국감장에 참석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해임건의안 처리 과정에서 세월호와 어버이연합(청문회)을 언급하며 “맨입으로 안 되는 것”이라고 말한 녹취록까지 공개하고, 정 의장의 형사 고발을 추진키로 했다. 더구나 정세균 국회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이정현 대표가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한편 소속 의원들도 릴레이 1인시위를 시작하는 등 시종일관 강경한 태도다. 이 대표가 단식농성에 들어감에 따라 새누리당은 최고위원회의를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 관철 비상대책위원회의’ 체제로 바꿨다. 위원장은 조원진 의원이 맡았다.

해임건의안을 표결에 부친 정 의장은 여당의 요구를 일축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두 야당도 정 의장이 국감 파행과 관련해 국감 일정을 2~3일 늦추자고 제안했지만 거부하는 등 여야 간 대립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여야가 강공모드로 대치하고 있는 것은 여소야대 정기국회의 기(氣)싸움 성격이 강하다. 물론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원로인사는 “야권은 거야(巨野)의 힘을 재확인하면서 힘 있게 내년 정국까지 이 여세를 몰아가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고, 여당도 정권 재창출을 위해 지금부터 내부 세(勢) 결속과 강공 드라이브를 다짐하면서 대결 양상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민생과 안보를 챙겨야 할 정기국회가 내년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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