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단풍철이 되면 더욱 걱정되는 대열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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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7   |  발행일 2016-09-27 제31면   |  수정 2016-09-27
[CEO 칼럼] 단풍철이 되면 더욱 걱정되는 대열운행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여행과 레저가 일상화되면서 평일, 주말을 막론하고 고속도로는 항상 붐빈다. 특히 금수강산이 곱게 물드는 단풍철에는 전국 곳곳의 명산을 찾아 떠나는 여행객들로 고속도로는 더욱 북적인다. 이러한 현상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커지고 국민의 생활수준이 높아졌다는 방증이기 때문에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이맘때가 되면 큰 걱정거리가 생긴다. 들로 산으로 떠나는 단체관광객을 여러 대에 나눠 태운 버스들이 안전거리를 무시하고 바짝 좁혀 달리다 교통사고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일명 ‘기러기 운행’이라 불리는데, 이제까지 여러 번의 사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눈에 띈다.

더욱이 고속도로에서는 모든 차량이 빠르게 내달리기 때문에 앞차에 바짝 붙어 달리다 앞차가 멈추거나 속도를 늦추면 꼼짝없이 추돌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뒤이어 달리던 차량들도 연이어 추돌해 2차, 3차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사고가 생기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진다.

출근하면 책상에 놓인 보고서에 가장 먼저 눈이 간다.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맡으면서 직원들에게 안전을 강조했더니, 지난밤 동안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들을 정리한 자료를 항상 올려놓는다. 그래서 맨 먼저 챙겨보는 습관이 생겼고 지난 3년 동안 늘 그랬던 것 같다.

올해 들어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보니 2012년 이후 감소 추세에 있던 사망자 수가 또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그 사고의 대부분이 운전자들이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였다는 사실이다.

움직이는 차량은 브레이크를 밟아도 그 자리에 멈춰서지 못하고 주행속도와 차량의 중량에 비례해 일정거리를 더 가서 멈추기 때문에 운전자는 정지할 수 있는 거리를 감안해 앞차와의 거리를 충분히 벌리고 운행해야 한다. 차간거리를 100m 이상 충분히 벌리고 운행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특히 덩치가 크고 중량이 무거운 버스나 화물차는 승용차보다 30% 이상 차간거리를 더 띄워야 한다. 왜 그런지는 운전자들이 잘 알 것이다.

교통사고의 위험에서 안전을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은 차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기러기처럼 이어 달리다 사고가 생기면, 운전경력이 많거나 운전솜씨가 뛰어나거나 하는 따위의 자랑은 아무 의미가 없다. 더군다나 그런 운전자들이 더 많은 사고를 낸다. 자신의 능력을 지나치게 믿은 탓이 클 것이다.

운전자라면 여행길에서 사소한 접촉사고 때문에 기분을 망친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구경을 하기 위해 함께 떠난 여행길에서 불행한 일이 생긴다면 크나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 단체여행객의 인솔자라면 관광버스회사와 계약할 때부터 안전운행, 특히 대열운행금지에 관한 사항을 명시해 확실하게 못 박아 둘 필요가 있다.

단체관광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도 여행으로 들뜬 기분을 잠시 누그러뜨리고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를테면 관광버스에 오르면서 운전자에게 안전운행, 특히 대열운행 같은 위험천만한 행위를 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함께 대열운행과 같은 행위가 적발되는 경우에는 더욱 엄하게 처벌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가 재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차간거리를 바짝 좁혀 달리는 것은 남의 생명에까지 위해를 가하는 범죄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죄 없는 가족은 물론이고 앞에서, 뒤에서, 그리고 옆에서 달리는 그 모든 사람의 행복까지 송두리째 날려버리는 행위이니 충분한 안전거리를 두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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