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셀프개혁 DNA’ 없는 국회…‘국민소환제’로 강제해야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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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8   |  발행일 2016-09-28 제1면   |  수정 2016-09-28
승자독식 구조 탓 파행 악순환
권력분산형 ‘원포인트 개헌’
‘중·대선거구제’ 적극 논의를

‘벤치 클리어링’이란 스포츠 용어가 있다. 야구나 아이스하키 같은 스포츠 경기 도중 그라운드 위에서 선수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을 때 양 팀 소속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몰려나와 뒤엉키는 상황이다. 그러면 말 그대로 벤치(Bench)가 깨끗이 비워지게(Clearing) 된다. 팀의 응집력을 높이고 상대팀에 단합과 위세를 과시하는 행위다. ‘패싸움’이 아니다. 실제 현장에선 소속 팀 선수를 서로 보호하면서 싸움을 말리는 효과를 얻는 경우가 많다.

정치에선 싸움이 붙으면 각 진영에 소속된 구성원들이 민생현장을 비워두고 모두 달려나와 ‘패싸움’을 벌인다. 죽기살기 식이다.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파동이 딱 그 꼴이다. 왜 그럴까. 제도의 결함과 의식의 결여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1987년 헌법 개정으로 5년 단임 대통령제가 도입된 이후 30년 동안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구조가 판을 쳤다. 대선에서 패배한 쪽은 얻는 게 전혀 없으니 다음 선거에선 이기기 위해 사생결단식 투쟁을 벌인다. 정권을 잡은 쪽도 권력을 이어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지금 여야가 국회에서 보여주는 낯 뜨거운 장면은 내년 대선을 겨냥한 기(氣)싸움, 주도권 다툼이나 다름없다. 대선정국의 본격 개막을 앞두고 정치권은 개헌을 화두로 던졌다. 승자독식 구조를 깨기 위해선 헌법을 바꿔야 한다. 4년 중임제든 권력 분산이든 대통령에게 단기간에 막강한 권한이 쏠리는 지금 행태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일단 권력구조 변경만을 위한 ‘원 포인트(One Point) 개헌’이 논의돼야 한다. 사회 각계의 변화된 욕구를 담는 전면 개헌은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하면 된다.

유권자들이 뽑은 여야의 국회의원들이 당 지도부의 ‘지시’ 한 마디에 싸움터로 몰려나가는 건 정치적 생사여탈권을 지도부가 쥐고 있는 까닭이다.

4·13총선 때 경험했듯이 당의 주류와 척을 져선 재공천 받기가 어려워진다. 더구나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쉽게 당선되는 선거구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소신을 펼칠 수 없는 구조다. 이 문제는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하다.


정치인들에게 ‘셀프 의식개혁’을 기대하긴 무리다. 20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여야 가릴 것 없이 특권 내려놓기, 갑(甲)질 안 하기, 세비 깎기, 심지어 ‘협치(協治)’ 같은 말의 성찬을 쏟아냈지만 애초에 실천 의지는 없었다. 의식개혁을 강제하는 방법으로,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소환제’ 도입을 검토하자. 선거로 뽑았더라도 문제 있는 국회의원은 임기가 끝나기 전에 국민투표로 파면시키는 제도다. 부작용이 있겠지만 극약처방이라도 해서 정치인들의 의식개혁을 강제할 시점에 왔다.


지금 일정이 시작된 국정감사는 정치쟁점 외에도 국민생활과 바로 연결되는 사안들을 다루고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북핵, 사드배치, 경주 지진, 노동계 파업, 해운·조선업 구조조정 같은 사안들은 정쟁의 볼모가 돼선 절대 안 된다.


그럼에도 국회는 그들만의 세계에서 그들만의 신선놀음에 빠져 민생의 아픈 부위를 쳐내야 할 도끼자루를 썩히고 있다. 싸움을 말리는 스포츠의 벤치 클리어링은커녕 막장 패싸움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송국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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