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북핵문제 무신경” 트럼프 “한국 방위비 더 내야” 충돌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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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8 07:29  |  수정 2016-09-28 09:30  |  발행일 2016-09-28 제6면
■ 국내외 현안 90분 내내 설전
20160928
미국 뉴욕주 헴프스테드의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26일(현지시각) 열린 미 대선 1차 TV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오른쪽)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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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주 헴프스테드의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26일(현지시각) 대선 1차 TV토론이 본격 시작되기 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장녀 이방카가 가족을 대표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선거 유력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민주당)과 도널드 트럼프(공화당)가 첫 맞대결을 벌였다. 26일(현지시각) 뉴욕 헴프스테드 호프스트라대학에서 열린 1차 TV토론에서였다. 양측은 90분 내내 국내외 현안을 놓고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였다. 각자 자신이 ‘차기 대통령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서로 “실패가 뻔한 트럼프정부는 안 된다”와 “오바마정부의 4년 연장은 있을 수 없다”로 맞섰다. 현지 언론은 일단 힐러리의 우세 판정을 내렸다. 미국 언론들은 클린턴이 주로 포용이나 미래의 모습에 대해 화제를 집중하려 한 반면, 트럼프는 강한 지도자로서의 인상을 주려고 시도했다고 평했다.

◆ 경제·일자리·인종차별 모두 대립

두 후보는 대선 주요 이슈였던 경제 문제부터 대립각을 세웠다. 클린턴이 ‘모두를 위한 경제’를 바탕으로 최저임금 인상, 남녀 균등임금을 주장한 반면 트럼프는 무역협정 재협상을 통해 “도둑맞고 있는 일자리를 찾아오겠다”고 공언했다.


감세·일자리·인종차별·IS 대립
초반 점잖은 토론하다 인신공격
트럼프 “대통령 될 얼굴 아니다”
클린턴 “여성을 돼지·개로 불러”



이에 클린턴은 트럼프의 감세 정책을 겨냥해 “나는 그 정책을 조작된 낙수효과(Trumped-Up trickle-Down)라고 부르겠다”며 “그것은 우리가 경제를 성장시키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공세를 폈다. 하지만 트럼프는 감세와 규제 완화 정책을 통해 “5조달러(한화 약 5천500조원) 정도의 돈을 우리나라(미국)로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다”고 맞섰다.

인종차별 문제의 경우 클린턴이 “형사사법체계 속에 있는 체계적인 인종차별주의”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트럼프는 “흑인 사회가 그동안 학대받았고, 민주당과 정치인들이 표를 얻도록 하기 위해 이용당했다”는 논리로 대응했다. 트럼프는 총기규제 대신 검문검색 강화가 치안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 문제에서는 트럼프가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장관이 중동 지역에서 힘의 진공상태를 만들었고, 그로 인해 IS가 생겼다”고 주장하며 공격했다. 이에 클린턴은 이라크 철군을 공화당 출신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정했다는 점을 들어 방어했다.

◆ 치열한 신경전에 인신공격까지

두 후보는 토론 초반 다소 절제된 용어를 사용하며 점잖은 토론을 시도했으나, 첫 질문인 미국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재창출 문제를 놓고 엇갈린 진단과 해법을 제시하며 충돌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상호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는 클린턴을 향해 “대통령이 되려면 강한 체력이 필요한데 스태미나도 없고 대통령이 될 얼굴도 아니다”라고 비아냥거렸다. 이에 클린턴은 트럼프를 ‘여성·인종차별주의자’라고 규정하면서 “트럼프는 과거 여성을 돼지, 굼벵이, 개로 불렀다”고 반격했다.

이같은 공격에 트럼프는 “로지 오도넬(거구의 여성 코미디언)만 그렇지, 다른 사람은 아무도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클린턴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고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받아쳤다. 아울러 클린턴에 대해 “경험이 많지만 나쁜 경험이 많다”고도 조롱했다.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클린턴은 “부유층만을 위한 트럼프의 해법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중산층 지원을 강조한 반면, 트럼프는 클린턴이 지지한 무역협정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졌다고 응수하며 “클린턴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지금이 아니라 예전부터 그런 일(일자리 유출 방지)을 했어야 한다”고 반격했다.

◆ 한반도 문제 놓고도 충돌

이날 토론에서는 한반도 문제도 주요 이슈로 부각됐다. 두 후보가 한반도 문제와 동맹국 관계를 놓고 정면 충돌한 것이다. 클린턴은 한국 등 동맹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핵 문제를 대하는 트럼프의 태도가 안일하다고 공격했다. 반면, 트럼프는 미국의 전통적 동맹관계에 의문을 던지며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더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공은 클린턴이 날렸다. 클린턴은 안보정책 부문 토론에서 한국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를 거론하며 “트럼프는 다른 나라들이 핵무장을 하는 것이 상관없다고 거듭 말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핵무기 확산을 막으려 하는 것이 미국은 물론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책”이라며 “세계 최고 위협인 핵무기에 무신경한 트럼프의 태도가 꽤 문제가 되고 있다. 트럼프가 심지어 동아시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도 괜찮다고 했다”고 압박했다.

이에 트럼프는 “핵은 가장 큰 위협”이라고 답하며 화제를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으로 돌렸다. 그는 미국이 한국, 일본, 독일, 사우디 등을 방어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엄청난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재정적 손실을 보고 있다. 그들은 우리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는 또 “나도 모든 동맹을 돕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엄청난 돈을 잃는다”며 “우리는 전 세계 국가들을 보호하는 경찰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를 받아 클린턴은 “일본과 한국 등 동맹들에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고, 그것을 존중할 것이라는 점을 재확신시켜 주고 싶다”면서 동맹관계의 약속 이행을 거듭 강조했다.

북한 문제도 거론됐다. 트럼프는 “북한 문제는 중국이 풀어야 한다. 북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가 중국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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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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