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이정현 대표의 단식투쟁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6-09-28   |  발행일 2016-09-28 제30면   |  수정 2016-09-28
20160928

오로지 대선만 보고 달리는
정치권의 부질없는 싸움들
북한의 핵 위협은 계속되고
국내현안들도 산적한 지금
國利民福에 목숨을 걸어야


희한한 광경이다. 집권당 대표가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정현 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단식을 계속하겠단다. 지상욱 새누리당 원내부대표는 “한 사람(정세균)이 정치생명을 잃든, 한 사람(이정현)이 목숨을 잃든 끝까지 갈 것”이라며 집권 여당의 격앙된 분위기를 전한다. 섬뜩하다. 아니, 무슨 불구대천의 원한이 있기에 목숨까지 건다는 말인가.

전대미문의 현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복기(復棋)가 필요하다. 1일 김재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야당 단독으로 열렸다. 야당은 부적격 의견 보고서를 채택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4일 해외에서 전자결재를 통해 김재수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한다. 5일 발끈한 야3당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의 선창(先唱)에 따라 해임건의안을 내겠다고 발표한다.

그런데 정치 환경이 급변한다. 9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다. 12일 박 대통령은 여야 3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치해 대화정치가 복원되는 듯했다. 정세균 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미국을 방문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상당 부분 의견을 조율했을 것이다. 21일 더민주와 정의당 소속 의원 132명이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했다. 국민의당은 슬쩍 빠졌다. 그동안 늘 봐왔던 출구전략이다. 발의했으나 의결정족수(151명)에 미달해 자동 폐기되는 수순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앞선 네 번의 해임건의안이 그랬다.

반전이 일어났다. 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야당을 맹폭격한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해선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 안 된 폭로”로, 북한 대화론과 관련해선 “대화를 위해 북에 준 돈이 핵(核)자금이 됐다”고 공격했다. 야당, 특히 해임건의안 발의에서 한 발을 뺐던 박지원 원내대표는 퇴로가 막혔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으로서는 달리 방도가 없게 됐다.

또 다른 되치기가 있었다. 정세균 의장이 빌미를 제공했다. 23일 해임건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사회를 보면서, 여소야대의 힘자랑을 하듯이 밀어붙이는 야당의 선봉장 역할을 한 것이다. 2002년부터 국회의장은 선출된 순간 당적을 버리고 무소속이 된다. 아무리 친정이 눈에 밟히더라도 중립적으로 불편부당하게 국회를 이끌라는 국민의 주문이다. 그런데 정 의장은 이른바 ‘맨입’ 발언으로 대변되듯이 여권의 격렬한 반발을 자초하고 말았다. 청와대는 해임건의안을 거부했고, 새누리당은 국정감사 보이콧, 그리고 이정현 대표의 단식농성으로 이어진다.

지난 4주를 복기해봤다.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 야당은 그야말로 ‘후반기 정권을 식물정부로 무력화시키려는’ 기미가 있어 보인다. 청와대는 ‘결코 밀릴 수 없다는 오기’로 강하게 맞서고 있다. 심지어 대란대치(大亂大治, 벼랑 끝 전술)로 일거에 여소야대 정국을 뒤집어 엎으려는 것 아니냐는 느낌마저 준다. 야권이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대응은 누가 보더라도 비대칭적이다.

지난주 이정현 대표가 모 일간지와 인터뷰한 내용을 살펴보면 그런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이 대표는 “내년 대선까지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정치권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개헌을 고리로) 합리적 보수 세력과 급진 진보 세력이 헤쳐 모이는 정계개편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얘기다. 과거 노태우 대통령 시절의 ‘3당 합당’이 그렇고, 노무현 대통령도 ‘탄핵 정국’을 역으로 이용해 여소야대를 탈출한 적이 있었다.

참으로 부질없는 싸움이다. 여야 모두 오로지 내년 대선에 목숨을 걸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실전배치가 임박했고 사드 배치, 철도파업, 현대자동차 파업, 경주 지진 등등 국정현안이 첩첩이 쌓여있다. 정치권이 진정 목숨을 걸어야 할 것은 바로 국리민복(國利民福)이다.황태순 정치평론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