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보다 수십억배 빠른 빛…세포 자르지 않고 癌 찾아내

  • 김기태
  • |
  • 입력 2016-09-29 07:09  |  수정 2016-09-29 09:42  |  발행일 2016-09-29 제2면
■ 4세대 방사광가속기 오늘 준공
섬광으로 생체반응 초고속 관측
신약·반도체·에너지 개발 기대
20160929
포스텍 내 4세대 방사광가속기 전경. <영남일보 DB>

미래창조과학부와 포스텍은 29일 포스텍 내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4세대 방사광가속기 준공식을 개최한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2011~2015년 총사업비 4천298억원(국고 4천38억원, 지자체 260억원)이 투입돼 포스텍 내에 건설됐다. 지난 6월에는 시험운전 착수 불과 2개월 만에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셋째로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X선 자유전자 레이저 발생에 성공했다.

◆특징= 4세대 방사광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아주 작은 크기의 매우 빠른 섬광과 같은 빛’이다. 번개가 번쩍하는 순간보다 수십억분의 1초 빠른 광원으로 화학촉매 반응, 분자결합 반응, 생체 반응 같은 초고속 자연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 실제 화학 반응은 너무 빨리 진행돼 각 과정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4세대 방사광을 이용하면 각 과정을 순간 포착할 수 있다. 원자의 움직임을 촬영하는 사진기인 셈이다.

4세대 방사광은 3세대 방사광과는 다르게 각각의 전자에서 발생한 빛의 파장이 공간적으로 잘 정렬된다. 규칙적으로 잘 정렬된 빛은 멀리 가도 퍼지지 않고, 강하게 유지된다. 이러한 우수한 특성의 빛은 단백질과 같은 작은 물질의 구조를 해석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특히 3세대 방사광보다 1억 배나 밝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실험으로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여러 번의 노출로 시료가 X선에 손상되기 전에 정확하고 선명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활용=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가속해 빛을 발생시키는 빛 공장이다. 원자, 분자 수준의 근원적 구조를 규명할 수 있는 장치다. 3세대 X선은 세포 내부를 3차원으로 볼 수 있지만, 4세대 X선 레이저는 초고속 원자분자동영상을 볼 수 있다. 세포막 등 3세대 가속기로는 분석이 어려운 치매나 당뇨, 유전자손상 치료 등 질환 단백질을 실시간, 초고화질로 분석한다. 단백질 같은 생체분자의 구조를 볼 수 있는 거대한 최첨단 현미경인 셈이다.

이 거대한 현미경은 물리, 화학, 생명, 신소재 등 기초과학에서부터 반도체 개발 등 응용 분야 첨단선도연구를 지원하는 인프라로 활용된다. 특히 생체나 세포를 자르지 않고도 암세포 등을 생생하게 포착할 수 있어 신약개발에 다양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또 초고속 화학반응으로 연구가 어려웠던 광합성 현상 등을 원자 수준에서 실시간 관찰해 미래 청정에너지 개발에도 쓰인다. 차세대 메모리나 센서 등 신소재는 물론 화학반응을 도와주는 촉매 활동을 분자 수준으로 분석해 수소에너지와 바이오에너지 분야 연구에도 활용된다. 최근 노벨 물리학상의 20% 이상이 가속기 기반 연구에서 비롯된 점을 비춰볼 때 물리학 등 기초과학연구에 선도적인 연구성과 창출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포항=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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