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세상] <중>더치페이 문화 자리 잡는다

  • 권혁준,황인무
  • |
  • 입력 2016-09-29 07:18  |  수정 2016-09-29 09:10  |  발행일 2016-09-29 제3면
회비 거둬 모임 갖고…‘더치페이 앱’사용자도 2배 이상 급증
20160929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시행 첫날인 28일 대구시 감사관실 직원들이 부정청탁 신고 상담실에서 안내문과 상담일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김모씨(51)는 지난 주말인 24일 시험 삼아 친구들과 경주의 한 퍼블릭 골프장에서 운동을 했다. 이전까지는 업무상 알고 지내던 업체 대표에게서 가끔 회원권을 양도받아 저렴하게 회원제 골프장을 이용했지만, 이 행위가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직무상 편의제공에 해당돼 비용이 비교적 싼 퍼블릭 골프장으로 바꿨다는 것. 이날 그린피는 물론 그늘집에서 먹은 음식값도 정확하게 4분의 1씩 더치페이로 계산했다. 김씨는 “이전에는 여유 있는 친구가 그늘집 비용을 내주곤 했지만, 이날은 모든 비용을 각자 계산했는데 서로 부담 없어 좋았다. 앞으로 골프는 물론 밥값도 더치페이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사회 전반에 걸쳐 ‘내 것은 내가 내는’ 더치페이가 새로운 결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중장년층도 더치페이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를 중심으로 골프비용은 물론 각종 모임에서 더치페이 문화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젊은층과 달리 전통적으로 밥값을 먼저 내는 게 미덕으로 여겨져 온 대구·경북지역의 중장년층도 각자 계산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추세다. 한 공무원(51)은 “저녁 모임에서 술 한잔 하다 보면 1인당 3만원이 훌쩍 넘고, 구설에 오르기보다는 각자 계산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과거엔 경제적으로 여유 있거나 특별히 좋은 일이 있는 참석자가 그날 모임 비용을 모두 부담했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밥값 내는 걸 미덕으로 여겨온
중장년층들도 “이제 각자 계산”
금융권선 관련 기능 개발 경쟁



이 때문에 김영란법에 따른 제재를 받지 않기 위해 각종 모임을 결성, 구성원끼리 정기적으로 회비를 거둬 식사나 술자리를 갖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인 박모씨(52)는 최근 고교 선후배끼리 부정기적으로 만나다 최근 정식 모임을 결성하고 회칙 제정과 함께 매월 회비를 거두고 있다. 박씨는 “이전에는 모임 때마다 한 사람씩 유사 역할을 하며 밥값을 냈지만, 이달부터 각자 회비를 내 모임 비용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이른바 더치페이를 하는 셈”이라고 했다.

◆더치페이 앱 확산

이 같은 분위기 영향으로 모바일로 간편 송금을 하거나 더치페이 기능이 포함돼 있는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영란법 신풍속도의 하나로, 모임이 늘어나면서 각자 회비를 내는 일이 잦아지고 더치페이 문화도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6월 생활 속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 생활금융플랫폼인 ‘리브(Liiv)’를 공식 출범했다. 리브는 모임회비 및 일정관리가 가능한 ‘리브모임’, 경조사 일정과 비용관리가 가능한 ‘리브경조사’, 젊은 직장인의 더치페이 문화를 반영한 ‘리브더치페이’ 등을 통해 실물 현금거래가 없는 스마트한 자금관리를 일상생활 속에서 구현했다.

28일 모바일 시장 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이날 현재 이 앱의 설치자는 39만4천36명에 달하고, 실사용자는 7만7천745명으로 집계됐다. 7월 넷째주만 해도3만4천241명이었던 사용자가 2개월 만에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우리은행도 ‘위비뱅크’를 통해 총 비용과 참석자 수 등의 정보를 창에 입력하면 1인당 내야 하는 금액이 자동 계산되고,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통해 참석자들에게 송금요청 문자메시지가 발송되는 ‘더치페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 앱은 36만9천741명이 설치했으며, 실 사용자는 4만147명에 이른다.

NH농협은행 또한 모바일플랫폼인 ‘올원뱅크’에 상대방 전화번호만 알아도 바로 송금이 가능한 ‘TOSS간편송금’, KG모빌리언스와의 제휴를 통한 간편 결제(바코드 결제), SK텔레콤의 일정관리 서비스인 ‘Someday’ 등의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탑재했다. 이 앱은 15만275명이 설치해 4만7천999명이 사용하고 있다.

37만9천955명이 내려받아 7만3천713명이 사용 중인 신한은행의 모바일 은행인 ‘써니뱅크’도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를 기반으로 한 간편이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구은행 역시 더치페이 기능, 경조사비 및 모임 회비 관리 기능을 강화한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현재 대구은행 앱에서도 간편이체 기능을 사용할 수 있지만, 김영란법 시행과 관련해 결제문화가 변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더치페이, 경조사비, 회비 관리 기능을 갖춘 플랫폼을 연말 또는 내년 초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기자 이미지

권혁준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