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의원 84% 수도권에 집 소유…지역구선 대다수 전·월세 살아

대구·경북 유권자들은 TK(대구·경북)에서 벌어진 역대선거 중 가장 치열했다고 일컬어지는 20대 총선 당선자들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실제, 20대 총선을 통해 영향력을 강화한 다수의 의원들은 여야의 대권후보 및 집권여당의 지도부에 진입했다. 그러나 4·13총선이 마무리된 현재,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성공은 개인의 영광에 머물고 있다. 지역의 염원이었던 영남권 신공항은 무산됐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경북 성주 배치가 확실시되고 있다. 지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북지역 의원들은 최근 사드의 경북 배치 찬성을 결의했다. 경주 지진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모습으로 방관 중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관계자들은 대통령의 의지를 따르는 친박(親박근혜)계 의원들이 다수 포진한 탓이라고 분석한다. 그 이유 때문만일까. TK 의원 25명이 보유한 부동산을 분석해봤다.

◆이완영·추경호·정종섭, 부동산 자산 1%만 TK에 보유

대구·경북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평균 16억5천여만원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약 80%(금액기준)는 수도권 등 비TK지역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일보 취재진이 20대 국회의원 재산현황(국회공보 2016-23호·2016-78호, 대한민국 관보 제 18726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구·경북 지역구 의원 25명이 신고한 보유 부동산의 총 금액은 419억8천여만원이다. 1인당 평균 16억8천여만원의 부동산을 보유한 것이다.


非TK지역에 금액 80% 정도 몰려
이완영, 99%가 서울·경기에 위치
지역에 더 많이 보유한 의원 넷뿐
평균 16억…김광림 54억원 ‘최고’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부동산 보유액을 신고한 의원은 54억여원의 김광림 의원(안동)이었으며, 강석호 의원(영양-영덕-봉화-울진) 51억여원, 이완영 의원(고령-성주-칠곡) 47억7천여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25명이 보유한 부동산의 위치를 대구·경북권과 비(非)대구·경북권으로 분류하면, TK 보유 부동산은 20.16%(84억6천여만원)에 그친 반면, 나머지 지역 보유 부동산은 79.84%(335억1천여만원)에 달했다.

전체 부동산 자산 대비 TK에 가장 적은 부동산을 보유한 의원은 이완영 의원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의 TK 내 부동산은 3천800여만원을 신고한 성주군 수륜면의 대지 및 단독주택이 전부로, 전체 부동산자산의 0.80%에 불과하다. 99%가 넘는 나머지 부동산 자산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9억1천여만원), 서울 동작구 흑석동 아파트(8억5천여만원), 서울 강남구 신사동 상가(11억7천여만원) 등으로 모두 서울·경기도에 있다. 이 의원은 최근 자신의 지역구인 성주 사드 배치를 찬성하고 나선 바 있다.

이어 추경호 의원(달성군)은 전체 부동산 자산(22억3천여만원)의 1.20%(2천600여만원), 정종섭 의원(대구 동구갑)은 전체(27억1천여만원)의 1.57%(4천300여만원)만 TK지역에 보유 중이다. 추 의원과 정 의원 모두 전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높은 서울 강남 3구(區) 및 목동 등에 2채 이상의 아파트를 보유 중이다.

또 김광림 의원은 4.57%(2억4천700여만원)로 뒤를 이었으며, 대구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정태옥 의원(대구 북구갑)의 경우 TK에는 부동산이 전혀 없고 서울에만 부동산(서초구 잠원동 아파트-7억7천200여만원)을 보유 중이다.

TK에 보유한 자산이 더 많은 의원은 강석호·곽대훈(대구 달서구갑)·김상훈(대구 서구)·조원진 의원(대구 달서구병) 4명이다. 특히 곽대훈 의원과 조원진 의원은 각각 99.90%, 92.42%의 부동산을 대구에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김광림 의원과 이완영 의원의 경우 각각의 개인이 서울·경기도에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가 나머지 경북 국회의원 13명이 보유한 TK 내 부동산보다도 많다”면서 “사드 배치, 영남권 신공항 등에서 지역의 요구에 소극적이었던 이들의 모습과 묘하게 겹쳐 보인다”고 말했다.

◆강남 고급아파트 살면서 지역구는 전·월세

TK 국회의원 다수는 자신의 지역구에는 전·월세로 거주하면서, 수도권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25명 중 서울 및 경기도에 주택을 보유한 국회의원은 21명인 반면, 자신의 지역구에는 10명만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TK에서만 4차례나 당선된 유승민(대구 동구을)·최경환 의원(경산)도 포함돼 있다. 유승민 의원은 2채의 아파트를 각각 서울 강남구(8억8천800만원)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3억2천300만원)에 보유 중이며, 최경환 의원은 서울 서초구에 한 채의 아파트(8억8천800만원)를 보유 중이다. 두 의원 모두 TK에서 10년 이상 국회의원을 맡으며 지역의 차기 리더로 꼽히지만 TK에서는 전세로 거주 중이다.

정종섭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아파트에 월세로 살면서,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아파트 2채(12억5천600만원·7억3천300만원)와 서초구 서초동에 오피스텔 2채를 보유 중이다. 추경호 의원도 지역구에는 월세로 거주하면서 서울의 강남구 도곡동(13억8천만원)과 양천구 목동(8억2천400만원)에 2채의 아파트를 보유 중이다.

또 강석호 의원은 포항과 서울 등에 다수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역구에는 다세대주택 전세권만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고, 정태옥 의원과 김정재 의원(포항북구)의 경우 자신의 지역구에는 전·월세 기록조차 전무하다.

이에 대해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TK의 상당수 국회의원은 살아온 경력 등을 비춰봤을 때 서울 중심의 방식에 물든 사람들로, 지역적 사고에 입각한 정책개발 능력과 의식이 부족할 수 없다”며 “부동산이라는 개인의 이해관계도 지역과는 동떨어지니 사드 등 주요현안과 관련해 지역주민들과는 딴판으로 노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진부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지역 내에서 정치인을 발굴하고 정치의 지역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