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듯 닮은 두 전·현직 국회의장 행보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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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9   |  발행일 2016-09-29 제6면   |  수정 2016-09-29
정의화, 친정 새누리 발목 잡고
정세균은 친정 더민주 지원 언행
‘대통령이 꿈’튀는 행동 공통점
다른 듯 닮은 두 전·현직 국회의장 행보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 파행을 계기로 정의화, 정세균 전·현직 국회의장의 묘한 행보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닮은 구석이 있는 듯하면서도 한편 정치적 뉘앙스가 다른 행보다.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정의화 전 의장의 경우 오히려 친정인 여당의 박근혜정부를 사사건건 걸고 넘어졌다면, 정세균 의장은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을 적극 지원하는 듯한 튀는 언행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 이들 전·현직 의장의 튀는 발언과 행동은 모두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 정세균 현 의장의 경우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사례가 여러 건 지적된다. 이번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와 관련해 “세월호나 어버이연합 둘 중에 하나 내놓으라는데 안 내놔. 그래서 그냥 맨입으로? … 그냥은 안 되는 거지”라는 발언으로 새누리당의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정세균 의장은 앞서 20대 ‘국회 개회사 파동’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개회사를 통해 더민주가 주장해온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각종 의혹에 대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촉구했고,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입장도 비판했다. 중립을 넘어 적극적인 정치적 주장을 개진한 것이다.

정세균 의장은 지난달에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세미나’에서 “빨리 특검에 넘기고 민생을 비롯한 중요한 문제에 대통령과 정부, 정당이 전념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세균 의장과 반대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중립의무를 내세워 친정인 여당의 발목을 잡는 장면이 누차 눈에 띄었다. 그는 청와대와 여당 수뇌부가 요구한 경제활성화법의 직권상정을 거부하는 대신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등 여러 지점에서 친정인 박근혜정부와 각을 세웠다.

이들이 이처럼 튀는 언행으로 국회의장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은 “대통령에 되고자 하는 꿈 때문”이라고 정치권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아무리 정권이 욕심나고, 아무리 대권병(病)에 걸린 사람이라도 금도라는 것이 있다. 더 기막힌 것은 국회의장이다. 국회법을 어겨가며 국회를 운영했다”며 정세균 의장을 겨냥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정의화 전 의장이나 정세균 의장이 국회의장 이후를 생각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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