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개국 네트워크 ‘월드 리포트’] 에콰도르, 어자원 무리한 채취 등 생태환경 위기…갈라파고스가 병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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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9   |  발행일 2016-09-29 제15면   |  수정 2016-09-29
토종새 ‘진홍타이란’ 조류 첫 멸종
부영양화 막는 해삼 불법채취 심각
관광산업 급성장…천연자원도 위협
[34개국 네트워크 ‘월드 리포트’] 에콰도르, 어자원 무리한 채취 등 생태환경 위기…갈라파고스가 병들고 있다
갈라파고스에서는 서식하는 희귀한 동식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출처: www.nathab.com>
[34개국 네트워크 ‘월드 리포트’] 에콰도르, 어자원 무리한 채취 등 생태환경 위기…갈라파고스가 병들고 있다
오창호<경북PRIDE상품 에콰도르해외시장조사원·ASIAMEGA TRADING ECUADOR CIA.LTDA대표>

갈라파고스 제도는 에콰도르 해안에서 약 1천㎞ 떨어져 있는 19개의 섬으로 이뤄져있다. 1835년 ‘종의 기원’의 저자인 찰스 다윈이 이 제도를 탐험하기도 했는데, 그의 ‘진화론’에 영향을 준 섬으로도 유명하다. 갈라파고스 군도에는 체중 200㎏의 코끼리거북, 갈라파고스펭귄, 목본성 국화과 식물 등 고유한 동식물이 풍부하게 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많은 관광객이 유입되고 어류자원 채취도 무리하게 지속돼 갈라파고스 생태환경이 위험에 처했다.

2016년 ‘캘리포니아 아카데미 오브 더 사이언스 프레스’는 갈라파고스 토종새인 ‘진홍타이란’이 멸종했음을 발표했다. 이는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서식하던 조류 중 최초의 멸종이었다. 학계는 크게 놀랐다. 갈라파고스는 동식물이 생존하기에 지구상 최고의 환경을 가진 서식지로 꼽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양생태계에서도 발생했다. 바로 ‘해삼’이다. 해삼은 모래 등을 입으로 삼킨 후 유기물은 걸러 소화하고, 찌꺼기는 항문을 통해 배설한다. 해삼의 이러한 기능은 바다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삼이 유기물 범벅인 바닥을 정화해 바다의 ‘부영양화’를 막아주는 셈이다. 마치 지렁이가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것과 유사하다.

그런데 해삼이 돈벌이가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상황은 급격히 달라졌다. 1990년대 수백 명의 육지인이 해삼을 팔아 돈을 벌기 위해 갈라파고스로 이주했다. 1999년에만 어민 800명이 2개월간 340만달러어치의 해삼을 채취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곧 해삼 채취에 대한 통제를 시작했고 각종 연구소의 자연환경 생물학자들은 해삼의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했음을 주장하며 심각성을 알렸다.

2000년에는 에콰도르 정부가 어민의 해삼 채취를 중지시키기도 했는데, 이에 분노한 어민들은 국립공원과 찰스다윈 연구소를 점거하며 시위를 반복했다. 시위는 평화적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어민과 환경보호기관, 과학계 간의 긴장상태는 유지되고 있다.

갈라파고스 보호구역은 매우 넓어서 해군과 국립공원 측의 순찰이 어렵다. 이를 이용해 밀렵꾼들은 여전히 불법적인 해삼 채취를 자행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해삼 1만852마리가 불법 반출 중에 적발돼 압수됐다. 생계를 위해서 해삼을 채취하려는 어민과 해삼 채취를 막으려는 환경보호자들 간의 해묵은 갈등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2016년 현재 갈라파고스지역의 해삼은 국제자연보전연맹(ICUN) 적색목록에서 ‘위기(endangered)’ 등급으로 등재돼 있다. 이는 야생에서는 절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갈라파고스는 관광산업이 성장하며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났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방문객은 2014년 21만5천691명까지 증가했다. 1979년 1만1천명 수준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방문객 중 70%는 외국 관광객이다. 특히 2006년 시작된 크루즈를 통한 관광상품은 급격히 관광산업을 성장시켰다. 2006년 74개이던 호텔은 2015년 324% 성장한 314개로 늘었다.

관광객들이 갈라파고스 제도를 찾는 핵심적인 이유는 생물 다양성과 에코시스템, 풍부한 천연자원 때문이다. 하지만 관광산업의 제 살 깎아먹기식 성장은 오히려 이런 귀중한 가치들을 위협하고 있다.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인 갈라파고스를 지키는 일은 곧 돈에 대한 욕심을 버리는 일과 직결된다. 인류의 찬란한 유산인 갈라파고스는 반드시 잘 보전돼 후대에 남겨 주어야 한다.
<영남일보-<재>경북도 경제진흥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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