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해 네가 어딨는지 알아” 미아방지 ICT의 진화

  • 김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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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9 08:01  |  수정 2016-09-29 09:48  |  발행일 2016-09-29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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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에서 제공하고 있는 ‘라인키즈폰’. 보호자와 떨어지게 될 경우 위치추적은 물론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전송도 가능하다.

2006년 당시 3세이던 최모군은 경기도 수원의 한 백화점 내에 위치한 햄버거가게 앞에서 사라졌다. 최군 어머니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벌어진 일이다. 부모는 백방으로 아이를 찾으러 다녔지만 끝내 최군을 찾지 못했다. 실종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최군 사진은 미아·실종아동 관련 홈페이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를 잃어버리는 상황을 걱정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실종아동 수는 1만9천428명으로 집계됐다. 보호자에게 인계되지 못한 실종아동 수는 2011년 36명에서 지난해 210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최근 이런 상황을 방지하고, 최대한 빨리 아이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미아방지 ICT기술이 눈길을 끌고 있다.

미아방지 ICT기술은 웨어러블 컴퓨팅, 위치기반 서비스, 사물인터넷 등의 분야가 융합된 것으로, 아동이 보호자와 멀리 떨어지게 될 경우 해당 아동의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ICT기술 기반 미아방지 산업의 국내 시장규모는 지난해 152억원이었으며, 5년 뒤엔 66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국내에만 4~12세 아동 중 미아방지 ICT 기술이 탑재된 제품을 사용하는 비율은 약 5%로 추산되지만 2025년에는 절반 이상(53%)이 사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근거리통신
손목·가방·옷에 매달아 사용
부모 20∼25m 떨어지면 경보
1만∼7만원 저렴한 가격 장점

원거리통신
멀어져도 위치·이동경로 파악
충전필요…月8천원 요금 부담
긴급 메시지·음성통화도 가능

◆근·원거리통신 방식

최근 부산시와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미아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7월8일부터 8월7일까지 ‘스마트 미아방지 서비스’를 실시했다. 피서객을 대상으로 손목에 차는 밴드 300개를 제공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개방돼 있고, 인파가 많은 곳에서 아이를 잃어버릴까 걱정하는 피서객을 위해 제공된 서비스”라며 “스마트폰을 통해 아동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모의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용화된 미아방지 ICT기술은 블루투스, WiFi 등을 활용한 근거리통신 방식과 이동통신, LPWA(Low Power, Wide Area/저전력광역통신)를 이용한 원거리통신 방식이 있다.

근거리통신 기술을 활용한 것은 보호자로부터 20~25m 떨어지면 보호자의 휴대전화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에 경고 알림이 뜬다. 최소 1만원에서 최대 7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과 1년 정도의 배터리 사용 기간이 장점이다. 하지만 통신 범위를 벗어나면 위치확인이 불가능하고, 다자녀를 둔 경우 블루투스 연결 가능 개수가 제약이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 기술이 탑재된 제품은 손목에 착용하는 밴드형과 목이나 옷, 가방에 매달아 사용하는 메달형으로 나뉜다.

원거리통신 방식은 멀리 떨어진 아이의 위치 정보와 이동경로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아동과 음성통화, 문자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제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상황에 따라 위치에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휴대폰처럼 자주 충전을 해야 하고 월 8천원 정도의 통신서비스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SK텔레콤은 지난 26일 이 기술을 활용한 키즈폰인 ‘준3’을 출시했고, KT는 ‘라인키즈폰’을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준 시리즈를 시장에 내놓으며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가입자가 32만명에 이른다.

라인키즈폰의 경우 홈버튼을 길게 누르면 보호자에게 긴급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는 기능과 주변 성범죄자 경고 알림 서비스 등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이들 제품의 가격은 20만원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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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게 인기 높은 캐릭터가 그려진 미아방지밴드는 보호자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게 될 때 보호자의 휴대전화로 경고 알림을 보낸다.

◆융복합 기술 적용

미아방지 ICT 기술이 모니터링 단계를 넘어서려면 다른 정보통신기술과 결합, 제품을 고급화해야 한다는 게 ICT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미아방지 ICT기술이 성범죄자 정보와 연계, 성범죄자가 근처에 있을 때 경고를 하거나 GPS·가속도 센서 정보를 이용해 정해진 속도 이상으로 아동이 이동하거나 기기가 일정시간 물 위로 떠오르지 않을 경우 등을 대비해 경고를 하는 것이 그 예이다. 보호자 스마트폰에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해 잃어버린 아이를 더 빨리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이 기술에 근거리나 원거리 통신 방식이 적용되지만, 앞으로는 저렴한 가격에 넓은 범위까지 통신, 위치추적이 가능한 기술도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미아방지 ICT기술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면 아동뿐 아니라 장애인, 치매노인 등 실종 취약 계층과 반려동물, 고가장비 등의 분실을 막기 위해 폭넓게 응용될 수 있다.

지난해 장애인, 치매환자 실종 건수는 각각 8천311명, 9천4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7천224건, 7천650건이었던 것에 비해 각각 15%, 18% 증가한 수치로, 매년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경우 지난해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신고된 분실 건수는 3천884건이다. 최근 고가의 자전거를 이용하는 인구가 늘면서 도난을 방지하기 위한 용도로도 ICT기술이 사용될 수 있다.

김미지기자 miji469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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