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축제, 즐겁게 하자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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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9   |  발행일 2016-09-29 제31면   |  수정 2016-09-29

축제의 계절이다.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9~10월에 각종 축제를 연다. 영고·동맹·무천 등이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소개되었으니 우리나라의 축제는 역사가 길기도 하다. 이 군장국가 시대의 추수감사제를 지금의 축제와 단순 대비한다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매년 10월 하늘에 제사하는 의례가 무천이다. 이때는 밤낮없이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한국민속대백과사전)는 면에서 우리가 상상하는 축제의 특징을 띠고 있음을 본다. 제대로 먹고 마시고 춤추고 놀았던 것 같다.

요즘은 축제라는 단어가 매우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축제라는 이름으로 매우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상주시를 예로 든다면 대표 축제인 ‘상주이야기축제’ 외에도 동학축제·한우축제·아리랑축제 등 여러 축제가 이 시기에 열린다. 한 해 동안 열리는 축제는 더 많다. 축제라는 이름이 그 행사와 부합하는가 의문이 가는 행사도 있다. 너무 많은 축제를 여기저기서 여는 것은 예산낭비라는 비난도 있다. 일리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축제다운 축제를 한다면 횟수가 무슨 문제가 되랴 싶다.

우리나라에서 연중 열리는 축제는 2천여 회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많은 축제를 하고 있지만 지자체의 현실은 축제다운 축제를 열기 매우 어려운 분위기다. 이런 현상은 도시보다 농어촌이 심하다. 축제를 축제 자체로 보아주지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지역농산물 판매에 얼마나 기여했느냐, 도시 소비자와 외지 관광객을 몇 명이나 불러들였느냐로 축제를 평가하려 한다. 순수하게 지역 축제답게 주민들끼리 즐기는 것에는 가치를 두지 않는다. 표를 먹고 사는 단체장들은 이 장단에 맞춰 축제를 치르고 싶어한다. 그래서 축제가 끝난 후에는 으레 ‘외지에서 몇 만명이 왔으며, 이로 인해 지역 농산물을 얼마어치나 팔았고, 지역경제 유발 효과가 몇 억이다’ 하는 식의 홍보자료를 낸다. 이런 축제 손익계산서를 믿을 만큼 우둔한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계산서는 축제를 추진하는 공무원이나 참여하는 주민들에게 스트레스일 뿐이다. 축제는 스트레스가 아니라 경축행사여야 한다. 그러려면 그릇 하나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추수의 기쁨 하나만으로도 제대로 먹고 마시고 춤추고 놀았던 것처럼.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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