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덕에 가을배추 '풍년' 예감…김장 걱정 '뚝'

  • 입력 2016-09-29 10:36  |  수정 2016-09-29 10:36  |  발행일 2016-09-29 제1면
이달 내린 많은 비에 가뭄 견뎌낸 김장용 배추 작황 좋아
가을배추 출하 11월부터 안정세…김장철 예년가격 유지할 듯

지난 28일 오전 청주시 청원구 미원면 정현욱(61)씨의 밭에선 배추 다듬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정씨는 올해로 이곳에서 16년째 배추를 기른 베테랑 농사꾼이다. 그가 가진 4만여㎡에 달하는 밭은 해발 250m 높이의 준고랭지에 있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다 보니 새벽이면 자연스레 물방울이 푸른 배춧잎 사이 곳곳에 내려앉았다.
 이곳은 아침이면 서늘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선선한 날씨가 이어진다.


 낮이면 충분한 햇볕이 내려앉아 배추를 기르기에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물기를 머금은 배춧잎은 금방이라도 베어 물고 싶을 정도로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사람 머리 크기보다 큰 배추는 시장에 내다 팔 정도로 싱싱했다. 속이 꽉 찬 배추가 될 때까지는 아직 한달 정도를 더 기다려야 한다.
 폭염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말 가을배추 모종을 심을 때까지만 해도 정씨는 올해 배추농사를 제대로 지을수나 있을지 고민했다.


 지난달 충북에 내려졌던 폭염일수(낮 최고기온이 섭씨 33도 이상인 날)는 예년 평균(4.6일)보다 16.7일이나 많은 21.3일이나 될 만큼 폭염의 기세가 등등했다. 배추보다 먼저 심은 브로콜리는 뜨거운 햇볕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말라 죽어갔다. 고스란히 이 모습을 지켜본 정씨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정씨는 "뜨거운 날씨 탓에 배추 모종을 밭에 심으면서도 제대로 잘 자랄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다"며 "매일 밭에 나가서 포기마다 물을 주러 다닐 정도로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그는 "가뭄이 오랜 기간 계속돼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정씨의 이런 고민은 최근 제16호 태풍 말라카스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려 배추밭이 해갈되면서 눈 녹듯 사라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원예실에 따르면 태풍의 영향권에 든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전국 가을배추 주산지에는 많은 비가 내렸다.


 가을배추 주산지인 전북 고창 140㎜, 완주 119㎜, 전남 해남 108㎜, 경북 문경 77㎜, 전남 진도 76㎜, 경북 영양 74.5㎜, 충북 충주 47㎜, 충남 서산 30.5㎜ 등 적지 않은 비가 내렸다.
 

 당시 내린 강우량은 제주와 강원 지역을 제외하고 작년 9월 한 달간 내린 강우량보다 많았다.


 농촌경제연구원 노호영 엽근채소팀장은 "당시 사흘간 내렸던 많은 양의 비로 인해 일부 가을배추 생산지의 농가가 침수나 유실 등의 손해를 입기도 했지만, 영향이미미했다"며 "오랜 가뭄 해갈에 큰 도움이 됐다. 가을 배추 작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여름 배추와 달리 가을배추는 전국에서 출하되기 때문에 배추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이다.
 전문가들은 폭염 영향으로 내달까지는 배추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가을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11월부터는 배추가격이 안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노 팀장은 "폭염으로 인해 여름배추 출하량이 예상보다 매우 적었다"며 "다음 달까지는 배추가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워낙 가을배추 가격이 낮게 형성됐기 때문에 재배면적은 조금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지만 전국에서 고르게 생산되기 때문에 출하량은 비교적 일정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상조건이 갑작스럽게 나빠지는 등의 악영향이 없다면 올해 김장용 배추가격은 예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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