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매형 목소리 흉내 내 발급한 카드로 사기까지

  • 입력 2016-09-30 11:08  |  수정 2016-09-30 11:08  |  발행일 2016-09-30 제1면
일본서 사용 후 "누가 내 카드 썼다" 허위 분실신고

가족 등 명의를 이용해 불법적으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고 허위로 분실신고를 해 카드대금을 떼먹은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정모(33)씨를 검거해 구속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정씨는 2015년 4월 신용카드 회사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작은 누나와 매형 등 두 명의 목소리를 흉내 내 카드 8장을 발급받았다. 카드발급에 필요한 서류는 인터넷 등을 이용했다.


 카드사도 속아 넘어갈 만큼 정씨의 여자 목소리 연기는 감쪽같았다.


 그렇게 신용카드 8장을 손에 쥔 정씨는 자신이 1년 반 동안 어학연수차 머물렀던 일본을 수시로 드나들며 백화점 등에서 명품을 샀다.
 올해 7월까지 정씨가 신용카드를 사용한 횟수는 총 147번, 결제된 액수는 4천6백만원에 달했다.


 직업이 없던 정씨는 신용카드 대금을 내지 않을 방법을 찾다가 허위로 카드 분실신고를 하기로 했다.
 사용자가 카드를 잃어버린 걸 안지 두 달 내에만 분실신고를 하면 분실 기간 내 결제 내역이 있을 때 누가 카드를 썼는지 증명할 책임이 카드사에 있다는 점을 악용한 꼼수였다.


 즉 정씨가 카드를 잃어버렸다고 주장하는 시점과 허위로 분실신고를 한 시점 사이에 기록된 결제 내역이 정씨의 것임을 카드사가 증명하지 못하면 정씨는 카드대금을 물지 않아도 됐다.


 정씨는 일본에 갔지만 카드 명의자인 가족은 국내에 있었기에 카드사는 정씨의 불법행위를 입증하기가 어려웠다.
 허위 분실신고를 할 때도 물론 목소리를 바꿔가며 '1인3역'의 연기를 했다.


 정씨는 '민원을 제때 처리해주지 않아 가정이 파탄 나게 생겼다'고 읍소하는가 하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겠다는 말로 카드사를 협박하기까지 했다.


 정씨의 사기 행각은 이른바 '블랙컨슈머'(악성 소비자) 수법으로 카드대금을 내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출입국 내역을 뒤져 수사한 끝에 막을내렸다.
 경찰은 정씨의 여죄를 캐는 한편, 전화를 이용한 카드발급이나 분실신고 시 본인 확인 절차 개선 등을 관계기관과 협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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