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칼럼] 대구사람은 대구국제공항을 이용해야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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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05   |  발행일 2016-10-05 제31면   |  수정 2016-10-05
[박재일 칼럼] 대구사람은 대구국제공항을 이용해야

이제는 물 건너간 얘기지만, 사실 영남권에 국제적 관문공항을 딱 하나 새로 만든다면 그건 밀양이 맞다. 객관적 평가와 수치에서 밀양은 늘 앞섰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도 용역 평가에서 적시했듯이 밀양과 마지막까지 경합했던 가덕도의 경우, 공항의 자연적 입지로 부적합하다. 굳이 건설할 수는 있지만, 구태여 그런 곳에 공항을 짓는 것이 상식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그렇다면 2대 정권에 걸쳐 밀양 신공항이 무산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정설이 됐지만, 이명박정부나 박근혜정부 모두 부산의 저항에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정권의 통치 측면에서 보면,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민심이 받쳐주지 않으면 ‘에라, 모르겠다’ 하고 포기한다.

신공항이 한창 뜨거운 감자일 때 국토부 고위 관계자들이 신문사에 찾아왔다. 비보도를 전제로 한 언급이었기에 이제야 공개하지만, 국토부측은 이렇게 말했다. ‘신공항을 포기하고 부산은 부산(김해)공항, 대구는 대구공항을 따로 쓰는 것이 어떻겠느냐. 정부가 대구국제공항에 예산을 투입해 번듯하게 리모델링해주겠다.’ 이것이 정부의 본심이었다.

밀양 무산의 또 다른 요인은 대구로서는 뼈아픈 공항의 수요 측면이다. 김해공항과 대구공항의 이용객은 근년 들어 점차 좁혀지고 있지만, 한때 거의 10대 1이었다. 부산 김해가 1천만명을 육박할 때 대구는 기껏 100만명 정도였다. 국제선만 놓고 보면 격차는 더 크다. 소비자가 많은 곳에 가게가 들어설 확률이 높은 것은 유통의 이치다. 신공항 주도권을 대구가 갖고 올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는 의미다.

대구공항과 K2를 동시에 이전하는 방안으로 대구 하늘길의 미래 방향이 잡히고 있다. 나는 여전히 이 방안에 대해 회의적이다. 실현되기도 어렵지만, 새로 공항을 짓는다면서 구태여 군사공항과 민간공항을 같은 장소에 집어넣겠다는 방식도 마음에 안 든다. 어쨌든 신공항이 산에 들어서든 낙동강변에 들어서든 그 인프라를 담을 소프트웨어, 즉 수요가 창출돼야 한다. 바로 항공노선과 승객이다. 더구나 대구공항은 설령 이전하더라도 최소 10년은 써야 한다.

대구공항은 근년 들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KTX 개통 이후 2009년 102만명(국내선 포함)으로 떨어졌던 이용객은 2014년부터 저비용항공사의 취항에 힘입어 급증했다. 그해 150만명을 넘었고 지난해 202만명, 올해 250만명 돌파가 예상된다. 300만명도 1~2년 안에 넘을 것이다. 사실 다소 안타까운 부분이다. 몇 년만 더 빨리 수요증가가 진행되었다면, 영남권 신공항 부분에서 대구에 주도권이 좀 더 생겼을 것이다.

대구공항은 지난달 드디어 오사카에 이어 도쿄, 후쿠오카 일본 직항노선까지 추가됐다. 기존의 대구공항~베이징, 상하이에 이은 노선이다. 이번 항로개설은 대구 미래의 대단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단순한 국제노선을 넘어 인접한 국가의 세계적 공항과 바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미국을 두세 번 다녀오면서 한 번도 인천공항을 이용한 적이 없다. 인천까지 가는 거리나 시간도 부담이었지만, 구태여 그렇게 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해공항을 거쳐 도쿄 나리타로 가면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가 널려 있다. 비용도 대한항공 같은 국적기의 거의 절반이다. 갈아타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장거리 여행 중 중간에 쉰다고 생각하면 이도 즐거움이다.

여행 전문가들이 권한다. 앞으로 유럽으로 가려면 대구공항에서 출발해 상하이나 베이징으로 가서 갈아타고, 미국으로 가려면 대구공항에서 일단 도쿄로 나가라고. 인천공항이나 정부가 섭섭할지 모르지만, 대구가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지구촌 시대, 도시경쟁은 공항이다. 대구가 고리타분한 내륙 분지로 세상과 절연해 살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대구의 하늘길을 열어야 한다. 모든 이치가 그렇듯이 일을 도모하려면 함께해야 한다. 대구시민은 대구공항을 ‘즐겨 애용’해야 한다. 어쩌면 부산과 대구의 공항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부산의 김해공항은 지난해 1천200만명을 돌파했다.

편집국 부국장 겸 정치부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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