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노벨상 받은 일본 원로학자의 제 살 깎아 먹기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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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10 08:00  |  수정 2016-10-10 08:00  |  발행일 2016-10-10 제17면
(오토파지, autophagy)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노벨상 받은 일본 원로학자의 제 살 깎아 먹기 연구

2016년 10월4일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학연구소는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일본 도쿄공업대학 명예교수로 재직중인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를 선정했습니다. 이번 노벨상 수상은 요시노리 교수가 지난 40여년간 세포내 노폐물을 청소하는 ‘자가포식(오토파지, autophagy)’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여 암, 당뇨, 퇴행성 뇌질환 등을 극복할 수 있는 기초과학 지식을 축적한 공로를 인정한 것입니다.

자가포식, 즉 autophagy의 어원은 auto ‘자신’을, phagy ‘(어떤 음식물을) 먹는 일’입니다. 즉, 제 살 깎아 먹기란 말이죠. 이런 기괴한 이름은 세포가 생존이 어려울 정도로 악조건에 빠지면 스스로 살아남고자 세포 내 불필요하거나 퇴화한 단백질, 소기관을 분해하여 영양분으로 재활용하게 되는데 그 형상이 마치 세포가 제 몸 일부를 스스로 잡아먹는 것과 같다는 데서 유래하였습니다.

즉 자가포식은 악조건에 빠진 세포가 보이는 생존 반응입니다. 세포가 악조건에 빠지면 크게 세 가지 반응을 합니다. 외부 요인으로 준비도 없이 세포가 죽는 괴사(necrosis)반응, 세포가 악조건에 빠지면 자살을 하는 세포자살(apoptosis, 200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반응, 그리고 이번 노벨상 수상으로 주목받게 된 자가포식(autophagy)반응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칼에 베여 피부가 상하거나 어딘가에 부딪혀 멍이 드는 경우 세포가 괴사하는데, 일단 세포가 괴사하면 세포 안의 물질들이 그대로 흘러나와 주변 세포가 재활용을 할 수 없습니다.

반면 세포가 세포자살을 하게 되면 세포는 자신 안의 물질들을 주변 세포들이 사용하기 편하게 정리하고 난 후 죽음을 맞이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세포가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게 되면 세포자살을 결심하고 다음 단계를 진행하는데, 세포는 단백질들을 작은 크기의 펩타이드로 분해하고, DNA는 200개 정도의 뉴클레오타이드 크기로 잘라내서 주변 세포들이 흡수하여 사용하기 편한 형태로 정리합니다. 세포자살은 세포가 혹시라도 암세포로 변형되어 온몸에 퍼질 위험이 있을 경우 매우 유용한데, 이는 마치 스스로를 희생하여 우리 몸 전체를 구하는 살신성인의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자가포식은 세포자살과 달리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제 몸까지 깎아 먹으며 생존코자 하는 정말 처절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자가포식은 뇌에 존재하는 신경세포에게는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뇌 속 신경세포는 한번 죽으면 재생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뇌 속 신경세포들이 살신성인 자세의 세포자살을 너무 자주 하면 뇌 속 신경세포가 줄어들고 종국에는 치매나 여러 가지 퇴행성 뇌질환에 걸릴 수 있습니다.

사실 뇌 속 신경세포는 태생적으로 이기적인 세포입니다. 다른 세포와 달리 글루코스와 같은 고급 에너지원이 아니면 영양분으로 사용하지도 않고, 몸에 이상이 생기면 대부분의 산소를 뇌로 불러들여 자신의 생존에만 급급하니까요. 하긴 뇌가 망가지면 우리 몸도 그 기능을 하지 못하니, 그렇게라도 이기적으로 오래 살아남아 우리가 치매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좋은 일이겠죠?

이런 이유로 많은 연구자들은 자가포식 연구가 향후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의 난치성 뇌질환은 물론 뇌 속 신경세포와 연계된 다양한 뇌질환 치료법 개발의 열쇠가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자가포식을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풍요로움이 넘쳐 자원을 펑펑 낭비하며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과는 달리 하루하루 힘들게 생존하면서 버리는 것 하나 없이 재활용하며 알뜰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합니다.

활발한 자가포식 활동을 통해 재활용을 제대로 안 하면 우리가 결국 암이나 퇴행성 뇌질환과 같은 무서운 질병에 걸리듯, 어쩌면 알뜰한 재활용 노력 없이 자원을 낭비하고 지구를 소모하며 사는 우리 역시 언제가 크게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듭니다. 녹색환경에도 관심이 많은 요시노리 교수를 통해 세포들의 지혜도 배우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요시노리 교수님, 노벨상 수상 진심으로 감축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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